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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고 제28회 졸업생들이 모교 교정에서 졸업 30주년 기념대회를 열고 담임선생님께 큰절을 올리고 있다.
남성고 제28회 졸업생들이 모교 교정에서 졸업 30주년 기념대회를 열고 담임선생님께 큰절을 올리고 있다. ⓒ 송호상

전북 익산시 신동 소라산 기슭 한 고등학교 교정에서 지천명(知天命. 50세)에 접어든 중년 신사들이 노년의 스승께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다.

호남의 명문으로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남성고등학교 제28회 졸업생들이 졸업 30년을 맞아 3학년때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인사를 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4일 낮 12시 남성고 교정에는 서울에서 출발한 4대의 관광버스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28회 동창생 30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서까지 온 친구도 있었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부부동반한 친구들도 여럿 눈에 띈다. 졸업생이 10개반 6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정도가 모인 셈이다.

"너 석철이 아녀?", "야 강현아 너 코밑에 점 뺐네,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이제 너 아닌 것 같다", "동욱이 너는 광양에서 근무한다며? 고생하겠다"

만나는 친구들 마다 반가운 덕담이 끝이 없다. 그래도 세월이 30년이 흐른지라, 목에 걸린 명찰을 보고서야 모습이 변한 친구를 알아보는 모습도 간혹 눈에 띈다.

이날 졸업 30주년 기념대회는 남성고교 출신들이 매년 전통으로 졸업횟수별로 이어져 내려오는 행사다. 모교에 도착한 졸업생들은 3학년때 반별로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점심식사를 같이 하며 덕담을 나누며 그 동안의 안부를 전했다.

그래도 스승의 은혜에 답례라도 한 친구들은 복 받은 친구들이다.  10개 반 가운데 세분의 담임선생님은 이미 작고하시고 이 세상에 안 계신다 한다.은사님들도 흐르는 세월 앞에는 어쩔수 없고, 제자들을 기다려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서글픔 마저 가슴을 여민다.

식사 후 이어진 반별 족구대회.

"야~ 현택이 한테 차 버려" "현택이가 구멍이다. 구멍".

여기에서 현택이는 현재 한국체육대 정현택 교수로, 고교시절 유도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이날 현택이는 체육대 교수와는 걸맞지 않게 유달리 장난을 치며 실수를 많이 했기 때문에 상대 반 팀으로 부터 '구멍'이 되어버린 것이다.

너도 나도 고교시절 개구장이 동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몇 년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을 지낸 조석남은 붉은악마 티셔츠까지 입고 나와 폼 잡고 열심히 몸풀기 연습까지 했지만, 이 반은 담임선생님과의 오찬에서 못다한 이야기 꽃을 피우다 늦게 나온 죄(?)로 실격패를 당해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양복 입은채로 구두를 신고 뛰어도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아직 늙지 않았다'는 것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몸부림 속에 한바탕 땀을 흘리며 벌인 족구경기는 시간 관계상 결승전을 추첨으로 마쳤다.

어디 승패가 목적인가. 30년만에 친구들과 한데 어울리는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어 체육관에서 열린 기념대회는 참석 졸업생들의 기립박수 속에 홍철표 교장선생님과 학교 은사님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참석 은사님들의 당시 특징과 별명을 곁들여 함께 소개할 때는 환호와 박수가 체육관을 진동시켰다.

28회 졸업생들이 1학년때 부임해 30년이 흐른 지금 남성고 교장이 된 홍철표 선생님은 축사를 통해 남다른 의미와 함께 감회를 털어 놓았다.

김중기 선생님은 덕담시간에 "여러분들의 졸업 30년이 된 이제 마지막 종례를 하려 한다"면서 "지금부터 시작이다는 생각으로 전국 어디서 든지 최선을 다해 남성인의 긍지를 살려달라"고 당부해 참석 졸업생들을 숙연케 했다.

18대 국회의원 당선자인 33회 출신 익산갑 이춘석 예비 국회의원이 선배들의 대회를 축하했고, 같은 학원 남성여중 출신인 익산을 조배숙 의원도 박수를 보탰다.

김원철 대회장은 "졸업 30년과 함께 지천명에 이른 지금, 스승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 남성인으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졸업생들은 이 자리에서 은사님들께 드리는 선물 이외에도, 동창회에는 장학기금을, 학교에는 발전기금을, 배구부에는 격려성금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

1부 순서가 끝날때 함께 부른 '삼남에 으뜸이라~~~'로 시작되는 교가와 '파이카치 파이톤...홀 카치 파이카치 남성 남성' 교호를 잊은 친구가 하나도 없이 목청을 돋우는 모습에서 남성인의 일체감과 기상을 새삼 일깨워 주기도 했다.  1부 사회는 바리톤 풍의 CBS에 근무하는 김은태 친구가 맡아 중후함을 보탰다.

 기념대회 2부에서 흥에 겨운 친구들이 어깨놀이를 하며 30년 만의 만남을 즐거워 하고 있다.
기념대회 2부에서 흥에 겨운 친구들이 어깨놀이를 하며 30년 만의 만남을 즐거워 하고 있다. ⓒ 송호상

2부 저녁 만찬과 함께 이어진 여흥시간에는 서로 테이블을 오가며 30년 동안 못다한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 꽃을 피우며, 서울에서 초청된 언더그라운드 밴드연주에 맞춰 흘러간 팝송 등을 합창하기도 했다.

흥에 겨운 친구들은 강당을 돌며 어깨를 붙잡고 기차놀이를 하기도 했고, 테이블 별로 '브라보' 소리가 연발했다.  2부가 시작되면서는 졸업생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학창시절 복싱선수 출신인 대한아마튜어복싱연맹 강월성 이사의 딸이 친구들과 함께 연단에서 실내악을 연주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친구들과 가족들의 장기자랑을 보면서 30년만의 친구들의 우정은 밤 10가 넘어서야 아쉬운 발걸음을 떨어뜨려야 했다. 졸업 30주년 기념 앰블램이 새겨진 부부 커플용 점퍼와 기념품을 나눠 갖고서 말이다.

남성고 졸업 30년 만의 10간 동안의 만남.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남성 친구들의 우정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을 알렸다.


#남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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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 경남매일 편집국에서 정치.사회.경제부 기자를 두루 거치고 부국장 시절 서울에서 국회를 출입했습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 8월6일까지 창원일보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지방 일간지에 몸담고 있지만 항상 오마이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뉴스에 대해 계속 글을 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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