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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워서 하죠." "있는 차니까요." "울며 겨자먹기죠." "이 때까지 해온 일이니까요." "물류 중심축이라는 자부심도 있죠."

 

26일 오후 창원공단 LG전자 앞에서 만난 화물 노동자들의 말이다. "남는 돈도 적고 힘든데 왜 하느냐"는 물음에 나온 단답형의 대답이다. 이들은 길게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운수노동조합(화물연대) 창원동부지회분회는 지난 19일 운송거부에 이어 23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26일 오후 노사 양측은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왜 물류를 멈추었을까? 화물 노동자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유류가"가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사 양측은 지난 1월부터 운송료 인상과 근무조건 개선 등을 놓고 네 차례 교섭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치솟는 유류가 때문에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운전대를 놓았다.

 

 

"한 달에 얼마 버는지요?"

 

이들에게 한 달에 얼마를 버느냐고 물었더니 부끄러워서 말을 못할 정도란다. 최근 경유가가 대폭 올랐다. 1ℓ 1100원했는데 지금은 1850원이다. 한 노동자가 27일 받은 영수증이라며 내놓았는데, 1185원으로 되어 있다.

 

올해 8년째 11톤 트럭을 몰고 있는 김아무개(46)씨. 그는 창원에서 서울·경기(남양주·용인·파주·인천) 물류창고까지 한 달 평균 12회 정도 운행한다. 한 번 운행은 1박2일 일정이다.

 

운송거부에 들어가기 전 그는 회사로부터 받은 1회 운송비로 60만원을 받았다. 도로통행료와 유류대금 등 필요경비를 제하고 남는 금액은 12만원. 이틀 일한 대가로 받았으니 하루에 6만원을 받은 셈이다. 한 달 24일 동안 일할 경우 평균 150만원선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돈이 모두 김씨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또 주어야 할 데가 있는 것이다. 한달 평균 보험료(20만원, 적재물)와 지입료(20만원, 운송회사), 오일교환비(20만원), 차량수리비(15만원, 타이어 등) 등을 주고 남는 금액은 70만원 선.

 

차량 감가삼각비까지 포함하면 손에 쥐는 돈은 훨씬 적어진다.

 

11톤 트럭을 새로 살 경우 9700만원이 든다. 여기에 덮개를 설치할 경우 1800만원이 더 든다. 대개 차량은 선금을 다 주고 사는 경우가 드물다. 할부금융사 등을 통해 3~5년 정도에 나누어 낸다. 차량 할부금을 매달 넣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며, 특히 할부금융사에 주는 이자는 대개 10~11%다. 이자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차량값은 1억5000만원에 이를 정도.

 

 

할부금융사에 주는 할부이자도 만만찮아

 

정영정 화물연대 하이로지스틱스분회장은 "차량 부속품 회사며 운수회사·보험회사·할부금융사는 차 하나로 뜯어먹고 산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럭 한 대를 운행하려면 등록세와 취득세도 내야 한다, 물류수송을 위해 일하는데 나가야 할 돈이 너무 많다는 것.

 

노조 지회는 사측인 하이로지스틱스에게 ▲주간차량 상차시 하차시간 탄력적 운영 ▲조합원 편의시설 제공 ▲고정차 우선배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정차는 운수회사에 소속된 차량인데, 회사는 필요할 때 쓰는 차량(용차)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고정차와 용차 운송료를 동일하게 적용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지회 측은 경유가 인상 등으로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유가변동에 따라 운송료는 지금보다 23.4% 인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그러면서 이들은 유가보조금 소멸 즉시 운송료는 재협상할 것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노조 지회 조합원들은 LG전자 창원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한다. 또 노조 지회는 LG전자 공장 둘레에 대형 트럭으로 에워싸 놓았다.

 

하이로지스틱스는 LG전자 등의 물류를 담당하는 자회사다.

 

하이로지스틱스 사측 관계자는 "화물 차주들은 23.4% 인상을 요구했는데, 운송비 중에는 유류대금도 있지만 다른 비용도 있다"며 "운송비에 대해서는 회사가 전체적으로 6% 인상을 제시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물 차주들은 화물연대의 교섭권을 인정해 달라고 하는데, 화물연대는 거래 당사자가 아니기에 단체교섭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태그:#화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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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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