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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입사 1년차 직원 56명은 14일부터 이틀간 울란바타르시 도심에서 동남쪽으로 150km 거리에 자리한 바가노르구(區) 방품림 조림장에서 나무를 심었다. KAL 조림단은 5월 한 달 동안 3팀으로 나뉘어 현지에서 총 2만 그루의 나무심기를 한다.

 

기자는 14일 밤 인천환경원탁회의 조림단이 방문 중인 볼간아이막(道) 바양노르솜(郡)에서 400여km 떨어진 대한항공 행사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울란바타르를 중심으로 서쪽에서 도심을 지나 동쪽으로 가는 참 먼 길이었다. 여정의 2/3가 포장도로가 없어서 더욱 그랬다.

 

목적지에 기자를 실어다 줄 분은 ‘DG투어’를 운영하는 강조리크. 애마 랜드 크루저에 내 하루 통역을 맡은 에르데네 수렌을 싣고 14일 아침 나타났다. 그의 차를 타고 인천원탁회의 버스를 따라 대초원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왔는데 이제 우리만, 그 것도 깜깜한 밤에 반대편으로 달려야 하는 것이다.

 

 

"칠흑 같은 밤 긴 여정에 올라"

 

마침 배일도 의원의 울란바타르로 함께 가겠다고 한다. 내 고단한 투어가 안 돼 보여서 그랬을까? 4명은 칠흑 같은 밤 초원 위로 난 자동차 바퀴자국을 따라 긴 여정을 시작했다. 저녁은 배 의원이 주머니를 털어 맛난 전통음식을 즐겼다. 맥주도 한 잔 곁들이며.

 

저녁 6시에 출발했는데 울란바타르 도심에 도착하니 새벽 2시. 목적지까지는 아직도 2시간여 더 가야한다. 배 의원의 중재안이 나왔다. 자긴 도심에서 잘 텐데 함께 자고 내일 아침 일찍 가라는 거다. 운전자도 더는 못갈 것 같아 짐을 풀었다. 오랜만에 만난 배 의원과 맥주를 들며 잡담을 즐기는데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바가노르까지 도로는 포장돼 있다. 먼 거리지만 행정구역상으론 울란바타르 시내다. 여정에서 도시 외곽 거주지를 이모저모 구경했다. 톨강 상류로 이동하는데 강물은 거의 말라있다. 두 시간 여 달려 현지에 도착하니 허허 벌판이다. 앞쪽에 작은 마을, 뒤쪽에 노천탄광이다.

 

조림장에 서니 모래 바람이 거세다. 이곳에 조성하는 방풍림은 노천탄광의 먼지가 2~3km 떨어진 바가노르 도심으로 날아드는 것을 막는 벨트다. 물론 크게 보면 몽골 인구의 2/3가 산다는 울란바타르시 전체를 남부 사막지역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

 

황량한 벌판에 버스 3대. 그 곁으론 1백여명이 곡괭이, 삽질을 하느라 여념 없다. 초록 조끼를 맞춰 입은 대한항공 직원들 60여명과 자원봉사에 나선 몽골 현지인이다. 다가서니 구덩이 파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토지의 맨 위층 흙이 황사로 날아가고 자갈층만 남아 그렇단다.

 

"오랜만에 배일도 의원과 맥주..."

 

막대 사탕 하나를 물고 흙구덩이를 파는 백신성씨(29, 화물운송지점)에게 물으니 거침없다.

 

"포클레인으로 파면 힘 안 들여도 될 텐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의아했습니다. 중장비가 없을뿐더러 취로사업 같은 인력활용 차원이라는 설명을 듣고 이해했습니다. 현지인들은 자원봉사로 열심인데 빈둥거릴 수 없는 건 당연하고요."

 

백씨는 이어 "우린 한 번 와 땀 흘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보니 참 보람찬 일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입사 동기들을 1년 만에 만나니 참 반갑습니다. 동기지만 모르는 분도 있는데, 이곳에서 알게 돼 기쁘고요."

 

그와 한 조로 곁에서 삽질하던 이영국씨(인천여객지점)도 거든다.

 

"남의 나라에서 나무 심는 게 처음엔 이해 안됐죠. 하지만 기후변화와 몽골 사막화가 남 일이 아니란 걸 깨달았죠. 그러니 힘들어도 해야 하는 거죠. 황사 때문에 항공사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니까요. 다만 곡괭이가 손에 안 맞아 좀 힘들군요."

 

좀 떨어진 곳에 남녀 한조가 있어 찾았다. 화물사업본부에서 일한다는 이효진씨는 "바가노르까지 오면서 정말 척박한 환경을 봤다"며 "저희는 비록 삽질 몇 번 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10~20년 뒤 푸른 숲(대한한공 숲)이 생긴다니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자갈이 많아 흙을 파는 게 힘들다”면서도 “이틀간 내 손으로 30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선배들이 심은 나무도 모두 살아 있더군요. 동기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경험해 개인적으로도 값지겠지만 회사에도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힘들다고 빈둥거릴 수야 없죠"

 

여객사업부에서 일하는 강범석씨도 한마디 한다.

 

"생각보다 안 좋은 환경입니다. 사막화로 단기간에 이리 됐다는 군요. 바가노르구청에 가면 1980년대 사진이 붙어있는데, 가로수가 많아 멋진 휴양지 같답니다. 20년만에 나무들이 사라졌다는 게 믿기지 않죠. 인간의 어리석은 환경파괴가 이렇게 자연을 황폐화한다고 생각하니 무섭습니다."

 

 

15일 오후까지 할당량의 나무심기를 마친 조림투어단은 테를지국립공원 안에 있는 숙박지로 이동했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원이라는데 풍광이 멋지다. 1시간여를 더 달리니 전통 게르 30여동이 보이는데 우리 숙소란다.

 

'허르헉'이라는 양고기 요리로 배를 채운 일행은 전통 공연(춤, 노래, 악기)을 1시간여 감상했다. 몽골 말 자랑을 담은 민요, 대초원을 내달리며 수십km 떨어진 곳에 메시지를 전하던 휘파람으로 부르는 노래, 비파처럼 생긴 마두금 공연은 잊을 수 없을 성 싶다.

 

이날 저녁엔 또 하나의 재밌는 행사가 벌어졌는데, '별 보기'였다. 국내 한 대학의 천문 전문가가 별자리를 해설하고 직접 망원경으로 구경할 수 있었다. 몽골은 인공 빛이 적어 세계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란다.

 

게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아침엔 몽골 말을 탔다. 외국인·초보자를 알아보는 지 처음엔 말들이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10여 분 말부리는 법을 익히고 나니 슬슬 재미가 붙는다. 1시간여 초원을 달리고도 더 타려는 이들이 있어 일정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글로벌시대, 지구촌문제에 눈 돌려야죠"

[인터뷰] 김인중 (주)대한항공 인력개발센터 교육기획팀장

 

- 신입사원(1년차)들의 해외봉사 취지는?

"대한항공은 직원들의 사회봉사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 글로벌시대를 맞아 지구촌 사회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죠. 황사공포를 부르는 몽골사막화 예방사업에 참여하게 된 까닭입니다. 한국이나 저희 회사의 위상에 걸맞은 활동이라 판단했죠. 2004년부터 매년 1년차 직원들이 몽골 사막화 현장에서 나무심기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200여명이 참여합니다. 계열사인 인하대와 항공대 직원도 일부 참여하고요."

 

- 그룹 회장께서 몽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몽골과 대한항공은 좋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잉727기를 증여했고 항공관련 각종 교육과 프로그램을 지원하죠. 중견직원들도 작년부터 매년 40~50명씩 중국 내몽고 조림에 참여하죠.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수행하려는 거죠."

 

- 봉사한 직원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술 한 잔씩 할 때마다 경험담이 나오는 데 반응이 좋습니다. 먼지 날리는 땡볕에서 며칠 고된 일정을 보내지만 큰 인식변화를 느낍니다. 처음엔 몽골 주민들이 호의적이지 않아 우리도 고민스러웠죠. 2년여가 지나며 나무들이 살아나고, 사막화방지의 중요성을 깨달은 주민과 학생들 참여가 늘며 저희도 생각을 바꾸고 있습니다. "

 

- 나무를 얼마나 심었나요?

"현재까지 4만여 그루를 심었는데 95%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의 이런 활동에  BBC와 NHK가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야 당연히 뿌듯한 반응이었죠. 한국의 이미지에도 좋은 효과가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 다른 기업들도 몽골 사막화 예방사업에 참여하나요?

"일본의 도요타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저희 회사가 거의 유일하다고 알고 있고요."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해 한 말씀?

"저희 회사는 환경오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장도 환경보전에 적극 참여하라고 권유하고요. 장애인고용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장애인공단으로부터 장애인 고용률이 높은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참 기업’(True Company) 대상을 받았죠. 1사 1산(1천) 가꾸기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인천 개화산 가꾸기에도 참여했고요. 1년에 2번씩 재활용 옷을 판매해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일도 합니다. 임원진의 요청도 있었긴 했지만, 직원들도 직종별로 자발적 사회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회사도 적극 장려·지원하고 있고요."

 


태그:#몽골, #황사기획, #사막화, #푸른아시아,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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