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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아침 청와대에서 열린 당대표정례회동에서 마주한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19일 아침 청와대에서 열린 당대표정례회동에서 마주한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만나 국정 현안들을 협의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랠 만한 국정쇄신안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여당 앞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친박 복당 등의 난제들이 첩첩이 쌓여있지만, 강 대표는 당 차원에서 마련한 쇄신안은 아예 건의도 못 했다고 한다.

 

최근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는 등 민심이 악화되자 한나라당 내에서는 강 대표가 청와대 참모진의 인적 쇄신 및 책임총리제 강화, 정치특보 신설 등의 국정쇄신안을 정리해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이를 전달하기도 전에 쇄신안의 일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청와대 회동에서 이를 재론하기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 모두 청와대 회동 뒤 브리핑에서 "오늘 쇄신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 대표가 오히려 쇄신안이 언론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쇄신안을) 내가 받아보기도 전에 언론에 알려져서 대통령에게 민망하다. 누를 끼쳐서 송구스럽다"고 사과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보도를 통해 청와대에 알려진 국정쇄신안의 얼개에 대해 대통령이 못 마땅하게 생각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강 대표도 대통령의 이같은 의중을 살펴 얘기도 못 꺼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 당직자는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에게 화살이 집중되는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인적쇄신과 정치특보 신설은 대통령이 측근들 얘기에만 치우치는 구조를 바꿔보기 위해 각각 마련된 방안인데 언론에 미리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을 직접 만나 한미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설득할 뜻을 내비쳤다는 점은 조금이나마 평가할 만하다. 조윤선 대변인에 따르면, 강 대표가 "이번 주가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회기이다"라며 "대통령이 야당대표와 국회의장을 직접 만나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협조를 당부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건의하자 대통령도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회동이 끝난 뒤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을 여의도로 보내 손학규·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 및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예방해 회동 일정 및 형식을 논의하도록 지시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후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내 비주류 인사들과의 대화에도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뒤늦게나마 '대화 정치'의 발동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쇠고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왜 갑자기 FTA 얘기를 꺼내냐"고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최재성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쇠고기 정국을 피해가려는 꼼수다. 제발 이런 정치는 하지말라"고 여권 수뇌부를 비난했다.

 

한편, 청와대 회동에서는 '긴밀한 당정 협의'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당정 협의는 사후 협의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전 협의인 만큼 더욱 긴밀한 사전 협조체제를 구축해서 정책 현안들에 관해 긴밀하게 대처하도록 하자"고 말하자 강 대표도 "정책위의장이 중심이 돼서 정책위의장이 주관하는 실무급 당정협의, 차관급 당정 협의체제를 상시화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강 대표가 친박 복당에 대한 당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설명하자 그는 "복당 문제는 당이 알아서 할 문제이니만큼 강 대표가 중심이 돼서 잘 마무리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40분까지 1시간 10분 동안 이어진 회동에서는 청와대에서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이동관 대변인이, 여당에서는 정진섭 대표비서실장과 조윤선 대변인이 배석했다.


#강재섭#국정쇄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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