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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무안군 몽탄면 이산리(배뫼마을), 영산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식영정. 팽나무 고목이 고풍스런 멋을 풍긴다.
 전라남도 무안군 몽탄면 이산리(배뫼마을), 영산강변에 자리하고 있는 식영정. 팽나무 고목이 고풍스런 멋을 풍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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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에서 식영정을 만났다. '대나무 고을' 담양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식영정이 무안에도 있었다. 두 곳의 식영정은 모두 풍광이 빼어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당대 석학들의 토론장이었고 시인묵객들의 화려한 시의 경연장이었던 것도 같다. 영산강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닮았다.

그러나 한자가 다르다. 담양 식영정(息影亭)은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의미로 가운데에 '그림자 영(影)'자를 썼다.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로, 가사문학의 토대를 이루었다. 반면 무안 식영정(息營亭)은 '경영할 영(營)'자를 쓴다. 이곳은 정치가들이 미래를 경영하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담양 식영정은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의미로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가사문학의 토대가 됐다.
 담양 식영정은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의미로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가사문학의 토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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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뫼(星山)의 언덕배기에 고매한 선비처럼 둥지를 틀고 있는 담양 식영정은 <성산별곡>의 무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명종 15년(1560년), 서하당 김성원(1525∼1597)이 스승이자 장인인 석천 임억령(1496∼1568)을 위해 지은 정자이다.

아름다운 경치와 사람을 찾아 수많은 문인과 학자들이 드나들었다. 이들은 식영정에서 보이고 들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주제로 수많은 시를 남겼다. 그러나 이곳을 가장 유명하게 한 것은 역시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이다. 성산별곡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성산 주변의 풍광과 식영정 주인 김성원의 풍류를 그리고 있다.

담양 식영정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집으로 중앙이 아닌 귀퉁이에 방을 마련하고 앞면과 옆면에 마루를 만들었다.

무안 식영정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구조로 팔작지붕에다 삼면이 마루로 둘러싸여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고목이 된 팽나무와 식영정 안내판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무안 식영정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구조로 팔작지붕에다 삼면이 마루로 둘러싸여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고목이 된 팽나무와 식영정 안내판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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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식영정은 몽탄면 이산리(배뫼마을)에 있다. 우승지(右承旨)를 지낸 한호(閑好) 임연(1589∼1648)이 말년에 여생을 보내려고 지은 정자다. 그는 조선시대인 1610년(광해군 2년)에 성균관 진사가 되고 1613년 증광문과(增廣文科)에 합격해 영암군수, 진주목사, 남원부사 등을 지냈다.

일자형 건축에 정면 3칸, 측면 3칸, 단층 구조로 팔작지붕에다 삼면이 마루로 둘러싸여 있다. 울창한 팽나무와 여러 그루의 고목이 앞에 있어 운치를 한껏 돋운다.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면 굽이도는 영산강과 드넓은 동강들녘이 마음까지 넉넉하게 해준다.

쉼 없이 흐르고 흘러 물결치는 강물을 보고 그때의 세도가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에 잠겨본다. 권력의 무상함을 느꼈을지, 아니면 아픈 역사를 새겼을지….

무안 식영정은 당대 세도가들의 사교장으로서 풍류와 멋을 한껏 살린 정자다. 시인묵객들의 발걸음도 잦았지만 큰 뜻을 품은 선비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미래의 경영을 숙고했던 자리이기도 하다. 1983년 복원하고 지난 2002년 4월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37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영산강 주변에는 정자가 많다. 영산강변은 물굽이가 굽이치면서 살진 땅을 일궈놓아 물산이 풍부했다. 덕분에 지주도 많았고,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식자층도 꽤 두터웠다. 그들은 나이 들어 벼슬에서 물러나거나 사화의 와중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이곳저곳에 정자와 원림을 꾸리고 자연에 묻혀 시대와 정치를 논했다.

담양과 무안의 식영정은 같으면서도 다른, 남도의 정자다.

무안 식영정은 여러 그루의 고목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너머로 보이는 영산강도 넉넉하다.
 무안 식영정은 여러 그루의 고목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너머로 보이는 영산강도 넉넉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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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식영정을 오르내리는 돌계단. S자로 굽어지는 영산강이 넉넉한 풍요로움과 함께 운치를 더해준다.
 무안 식영정을 오르내리는 돌계단. S자로 굽어지는 영산강이 넉넉한 풍요로움과 함께 운치를 더해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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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식영정, #무안 식영정, #담양 식영정, #영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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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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