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 중구 침산동 마을에 가서 보았다

논밭 5만 평 온통 보랏빛으로

수놓은 자운영 꽃밭을 

이제 조금 있으면

농부들은 저 땅 송두리째 갈아엎을 것이다  

그러면 자운영들은 시퍼렇게 산 채로

땅속에 묻혀 끝내는 

마지막 세포 하나까지 썩어 문들어져

다음에 심어질 식물을 살찌우고자

기꺼이 퇴비가 될 것이다

자운영 꽃밭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사 속 수많은 녹비에 대하여

그 녹비들이 어떻게 제 한 목숨 버려서

다음 세대를 위해 온전히 거름이 됐는지를

28년 전 전라도 광주에서도

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사람들이 있다  

암흑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면서

이 땅에 빛을 남긴 자운영 같은 사람들 있다

 

산다는 건 그렇게 누군가에게

녹비가 되는 것

그러나 내 삶은 어느새 녹비가 되는 일로부터

얼마나 아득하게 멀어져 버렸는가

꽃이여 자운영이여

지지 않는 꽃 오월의 영령들이시여


태그:#5.18 , #녹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