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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저녁 청계광장 앞에서 진행된 촛불 문화제의 풍경
 16일 저녁 청계광장 앞에서 진행된 촛불 문화제의 풍경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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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가 헛발질을 계속 해서 전체 팀원들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 팬들과 감독이 계속 해서 선수교체를 요구하는데 나오지도 않고 버티고 있다가 자살골이나 넣고 있는 상황 아닌가. 더 두고 볼 수 없어서 이제는 레드카드를 꺼내야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16일 저녁, 청계광장 앞에서 촛불을 든 광운대 총학생회장 강민욱씨는 이 같은 표현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했다. 이어 강씨는 "요즘 대학생들이 많이 안 보인다는 핀잔 섞인 얘기가 많았는데, 오늘 드디어 출발점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날 청계광장 앞은 대부분이 대학생들로 채워졌다. '젊은 촛불' 500여개가 청계광장 앞을 환하게 비췄다.

전국의 23개 단체와 48개 총학생회로 구성된 '광우병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와 검역주권회복을 위한 전국대학생대책위' 소속 대학생 200여명은 이날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오후 6시부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와 검역주권 회복을 위한 대학생 행동의 날' 행사를 연 뒤 곧바로 청계광장의 시민들에 합류했다. 때문에 이날 집회는 20대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중고생에게만 가는 관심 부러워서, 우리도 이렇게 왔다"

16일 저녁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모습
 16일 저녁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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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3명과 어울려 있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이아무개(22)씨는 "촛불 집회에 3번 참여했는데 인터뷰 요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면서 "중고등학생들은 취재진들의 관심으로 무척 바빠 보이는데 그게 부러워서 우리 대학생들도 이렇게 나온 것 같다"며 농을 쳤다.   

경원대 한의학과에 재학 중인 이민우(24)씨는 30여명의 학과 친구들과 함께였다. 이씨는 "요즘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일이 바빠서 많이들 신경쓰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며 "우리가 못하는 점을 중고생들이 한다는 것이 매우 놀랍고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고등학생이면 학벌사회인 우리나라에서 매우 움직이기 어려운 위치인데 여러 상황을 무릅쓰고 나오는 것을 보니 참 대견하다"며 "앞으로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대학생 행동의 날'에 참가하기 위해 전라북도에서 왔다는 우석대 한의학과 박태준(24)씨도 "중고등학생까지 이렇게 거리로 뛰쳐나와야 하는 사회가 된 것이 정말 안타깝다"며 "그 동안 우리 대학생들에게 구심점이 없었는데 이제 생겼으니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잘하는 것"

정부를 향한 대학생들의 날카로운 비판도 이어졌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성지현씨는 "처음에는 '어륀지'를 외치며 영어를 강조하던 정부가 이제는 영어해석을 못해서 협상을 그르친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이명박 정부는 이제 거짓말로 우기는 행위를 그만 둬야한다"고 일갈했다.

성씨는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괴담'이라며 무시하고 있지만 조중동을 이용하여 정보를 차단한 채 미국산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으라고 하는 정부의 얘기야 말로 진짜 괴담"이라며 "장관고시를 잠시 연기했지만 아직 대책과 재협상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고 있는 걸로 봐서는 잠깐 '한숨 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광운대 강민욱 총학생회장은 "정부는 쇠고기뿐만 아니라 대학 등록금, 한반도 대운하, 남북관계 등 모든 사안에 있어서 고립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말 정부는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잘 하는 것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고 밝혔다.

"우리는 지금 신뢰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사법처리 방침을 받은 고등학생 '안단테'군을 보며 피켓을 들고 혼자 나왔다는 최아무개씨.
 사법처리 방침을 받은 고등학생 '안단테'군을 보며 피켓을 들고 혼자 나왔다는 최아무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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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집회 현장에는 '이명박 탄핵 서명'을 시작한 고등학생 '안단테' 군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비난하는 피켓을 목에 걸고 서 있는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내가 안티카페 운영자고 내가 촛불시위 주모자다"

대형급식업체에서 일한다는 최아무개(25)씨는 "너무도 답답해서 혼자 피켓을 목에 걸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 개인의 의사 표출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막을 수 있냐"며 "70~80년대 5공 시대도 아니고 자유로운 의사표현 행위를 가지고 빨갱이, 불순분자로 매도하는 현실이 참으로 애석하다"고 밝혔다.

최씨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언론마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말 우리는 지금 신뢰할 수 없는 시대,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집회는 2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토요일인 17일에는 "이제 청소년과 엄마 아빠가 함께 합니다"라는 모토로 서울 청계광장에서 오후 6시부터 '미친 소, 미친 교육' 촛불 문화제를 개최한다. 가수 윤도현, 김장훈, 그리고 배우 문소리 등 많은 연예인들도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 예정이다.
 


태그:#촛불 문화제, #광우병 쇠고기,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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