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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3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많은 10대, 특히 여중고생들이 촛불문화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10대들의 유쾌한 반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10대들의 집회 참여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에서는 그들을 '단속 대상'으로만 묶어두려 합니다. 10대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의 주도권을 쥔 것만큼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서울의 한 여고 2학년에 다니는 이유선(가명) 학생이 보내온 글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저는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2학년 학생입니다. 5월 1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에 참석해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어 이렇게 네티즌 여러분께 한 편의 글을 띄웁니다.

 

저는 지금까지 6번의 촛불문화제에 참석했습니다. 학생 신분으로 '배후 조종 세력이 있다' '경찰이 처벌을 한다'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촛불을 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친 후 시청 쪽으로 향하던 저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전까지는 늘 친구들과 함께 참석했지만, 15일은 저 혼자였습니다. 며칠 뒤에 있는 학교 내 영어 시험 때문에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그 영어시험보다 지금 이 문제가 더 중요했기에 15일에도 촛불을 들었습니다.

 

몇 번의 촛불문화제 경험은 제 생활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려면 어쩔 수 없이 야간자율학습을 빠져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학교 규정상 1학기 야간자율학습에서 '아웃' 됐습니다. 이제 저는 1학기 기간 동안에는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15일 야간자율학습에서 '아웃'되고 혼자 시청으로 향하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개인이 모여서 큰 빛을 이루는 것이니까, 나라도 그 일원이 돼야지.'

 

시청에 도착 한 후, 다시 사람들의 하나 된 함성소리에 젖어들고 싶어 광장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시청 앞 잔디엔 다른 행사 무대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시멘트 바닥 위에 앉아 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장소가 어디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마음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우리의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니까요.

 

이전 집회에 비해 많이 줄어든 참가자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수는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 있었습니다. 사실 조금 당황 했습니다. 평일이니 학생들이나 어른들 모두 많이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며 시민들의 발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용기를 내서 발언대에 올라섰습니다. 처음 서보는 발언대라 많이 떨렸습니다. 단상에 서 보니 예전에 비해 어른들 참석자가 많이 보였습니다. 그 어른들에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털어놓고 내려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확연히 줄어든 촛불문화제 참석자 규모가 눈에 들어오니 갑자기 두려워졌습니다. 혹시나 '이렇게 금방 촛불이 꺼지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과 '우리들마저 손을 놔버린다면 희망이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발언 중 "6번 째 오는 것인데, 오늘 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발언하면서도 꾹꾹 눌러보려고 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약해지기 싫었는데, 너무 두려웠습니다. '난 이렇게 변함없이 이 자리에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벌써 지쳐버리신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하얗게 물들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생각만 해도 화가 나 눈물이 납니다. 또 열심히 살아가며 나라 걱정까지 하는 사람들의 타들어가는 가슴을 생각하니 제 가슴도 많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제가 발언대에서 눈물을 흘릴 때 앞에 있던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의 격려 목소리는, 10만의 함성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 때문에 다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사회자께서 "정부가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는 연기했지만 협상이 무효화되고 고시가 철폐되기 전까지 국민들의 촛불은 다시 전국을 뒤흔들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 또한 마음속으로 '시민들은 다시 광장으로 나올 것이고 이대로 물러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생각하면 분노가... 다시 광장에서 만납시다

 

한 직장인께서는 "학생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의 자랑이고 역사에 남을 일을 한 것이다"며 "저 뒤에 앉아 있는 양복 입은 사람들과 나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형이고 오빠다! 우리가 지지하고 응원할테니 용기 잃지 말고 계속 같이 촛불을 들자!"고 외쳤습니다.

 

어쩌면 우린 이런 격려와 용기, 그리고 다짐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집회에서도 희망이 끈을 놓지 말아주십시오. 촛불을 밝혀 주십시오. 이번 주 토요일(17일) 다시 광장에서 촛불의 물결과 거대한 함성을 듣고 싶습니다.

 

자발적 참여로 여기까지 왔듯이 우리는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다시 눈시울이 또 붉어지려 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엔 따뜻한 촛불이 차오릅니다.


태그:#촛불문화제, #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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