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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을 달려갔습니다. 여수 시내를 벗어나 아름다운 섬 돌산도로 향했습니다. 돌산대교를 건너자 돌산도의 산과 거리를 희부연 안개가 살포시 뒤덮고 있습니다. 새벽이슬을 털며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의 차가운 마음을 감싸 안기라도 하려는 듯 부드럽게 밀려옵니다.

 

04시50분 무슬목에 도착했습니다. 해가 떠오르려면 아직 이른 시간, 잠시 차에서 머물렀습니다. 새벽 어둠을 뚫고 어떤 사내한명이 힘차게 뛰어갑니다. 무슬목의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무슬목에 가면 무슬목 지킴이 한창호 선생이 있습니다

 

무슬목의 바다. 바다는 고요합니다. 어선이 해수면위로 미끄러져갑니다. 오늘따라 형제섬이 유난히 가깝게 느껴집니다. 하늘에는 거대한 새가 날개를 활짝 편 듯 새털구름이 떠있습니다. 무슬목을 찾을 때마다 만나는 무슬목 지킴이 한창호 선생. 오늘도 여전히 그가 있습니다. 반가운 맘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해를 담지만 한 선생은 해뜨기 전 1시간 동안 무슬목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고 합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는 말과 함께.

 

“안개가 알맞게 끼어 좋은데 구름이 짙어 오늘은 해를 보려면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구름이 멋지게 일더니 흩어졌어요. 구름 있는 풍경이 갈수록 보기가 힘들어 안타까워요. 환경하고 관련이 있는듯해요.”

 

05시 39분, 예정시간보다 14분여가 지난 뒤에야 게으름을 피우던 해가 삐쭉 얼굴을 내밉니다. 수줍은 듯, 쑥스러운 듯.

 

“지금부터 8월까지는 촬영이 어렵습니다. 금방금방 밝아지니까. 그래도 풍경만 보고 있어도 좋은 거 아닙니까? 바다에 배가 있고, 해가 뜨고, 구름이 있고….”

 

비단 천으로 감싼 듯 어여쁜 무슬목의 태양

 

비단 천으로 감싼 듯 어여쁜 태양이 솟아오릅니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눈으로 보는 느낌에 비해 카메라에 담은 사진이 영 아닙니다.

 

무슬목의 몽돌 밭에는 갯완두콩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몽돌 사이에서 갯메꽃도 살포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일 년을 하루같이 빠짐없이 무슬목에 다니시니 말입니다.”

“백날 찍어도 좋은 사진이 안 나옵니다.”

“홈페이지에 가서 보니까 선생님이 찍어 놓은 사진들 정말 까무러치게 멋지던데요.”

“뭐든지 한곳에 집중하다보면 좋은 사진이 보이죠.”

 

 

무슬목의 4계, 무슬목의 365일을 카메라에 담는 무슬목 지킴이 한창호 선생. 그는 앞으로 여수의 산야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아 전시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야생화는 식물도감처럼 그냥 찍으면 안돼요. 생각을 담고 개성이 있어야죠.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생각 하면서 찍어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끝없는 연구와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그에게서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배운다고 합니다. 그래야 사진의 생명력이 살아난다고 말합니다.

 

물새 한 무리가 해수면을 날아오릅니다. 이른 새벽 바다에 나간 어부가 어선을 정박해놓고 조그마한 바지선을 타고 뭍으로 나옵니다. 구름에 가려 좀처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해가 어느새 중천에 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순천IC(17번 국도) - 여수- 돌산대교 - 돌산도 - 무슬목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슬목, #한창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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