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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부산 동래점과 부산지하철 명륜동역 승강장을 연결하는 새 육교가 건설되고 있어 특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에서 앞은 기존 육교이며 지붕 공사를 하고 있는 육교가 새 육교다.
 롯데백화점 부산 동래점과 부산지하철 명륜동역 승강장을 연결하는 새 육교가 건설되고 있어 특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에서 앞은 기존 육교이며 지붕 공사를 하고 있는 육교가 새 육교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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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육교는 부산지하철 명륜동역 2층 승강장을 바로 연결하도록 되어 있다.
 새 육교는 부산지하철 명륜동역 2층 승강장을 바로 연결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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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가 대형 백화점과 지하철 승강장이 바로 연결되도록 기존 육교보다 최고 3.5m 더 높은 육교를 짓도록 허가를 내주어 특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동에 짓고 있는 새 육교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기존 육교는 5m 높이인데 새 육교는 보도만 최고 8.55m(도면)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육교를 줄이는 가운데 오히려 더 높게 짓고, 보행자들은 계단을 더 올라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되었다.

현재 부산지하철1호선 명륜동역 승강장(2층)과 롯데백화점 동래점을 연결하는 새 육교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명륜동역과 백화점 쪽 인도에 각각 1개씩, 중간에 1개씩 총 3개의 계단이 들어선다.

새 육교에는 지붕을 씌우는데, 그것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높다. 기존 육교에는 지붕이 없다. 앞으로 새 육교 양쪽에는 엘리베이트를 설치해 노약자나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개월 전 시작된 새 육교 공사는 롯데백화점이 74억원을 들여 이달 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새 육교를 건설하자는 계획은 롯데백화점이 먼저 동래구청에 제안했다.

롯데백화점은 새 매장과 영화관 신축공사를 하고 있다. 6월 영화관 개관에 맞추어 지하철역과 연결되는 새 육교를 건설하고 있는 것. 백화점·영화관이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될 경우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 육교가 들어선 건 20여년 전. 현재 롯데백화점 동래점이 있던 자리에는 당시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다. 기존 육교는 부산시에서 건립했는데, 현재까지 낡았거나 위험하지도 않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기존 육교는 롯데백화점과 바로 연결통로가 있지만, 지하철 승강장과는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지하철역 입구 인도로 연결된 육교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새 육교를 오르는 계단은 지그재그식이다. 백화점과 명륜동역 방향에는 계단이 1개씩만 건설된다. 명륜동역 방향에는 지하철 승강장으로 바로 통하는 통로가 있고, 별도로 지하철 입구 인도로 접근할 수 있는 계단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하철역 입구 반대 방향에는 계단이 없어 이 쪽에서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한다.

같은 부산시 동래구 지하철 온천장역과 홈플러스를 연결하는 육교가 지난 해 만들어졌다. 롯데백화점이 새 육교 건설 계획을 세운 것은 이 육교 건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온천장역과 홈플러스를 연결하는 육교의 높이는 4.5m다.

롯데백화점 동래점 앞에 새 육교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롯데백화점 동래점 앞에 새 육교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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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보행자는 더 불편... 백화점 위한 특혜다"

기존 육교보다 더 높은 새 육교를 짓자 백화점을 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보행자들은 더 높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15일 오후 육교에서 만난 시민들은 새 육교 공사 현장을 바라보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한 시민은 "지금도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든데, 더 높이 육교를 지으면 더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지금은 육교를 없애는 추세인데 더 높이 짓는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육교가 있는 부산시 동래구 온천1동에 산다고 한 김아무개(23)씨는 "새 육교가 생기면 백화점을 이용하는 지하철 승객들은 더 편해질 것 같다. 하지만 백화점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은 상당히 불편하게 되었다. 누가 봐도 새 육교는 백화점을 위해서 짓는다고 본다"고 지적.

육교 인근 주민들도 반발하고 있다. 건물 조망권을 가리게 되어 경제적인 손해까지 보게 되었다며 동래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인근 주민들은 구청에서 새 육교 공사 허가를 내어주면서 여론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육교 바로 옆에 건물을 갖고 있는 조창규씨는 "2개월 전 공사를 시작하면서 새 육교를 짓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멀쩡한 기존 육교가 있는데도, 통행하는 시민들이 더 불편하게 더 높이 짓는다는 것은 백화점을 위한 특혜다"고 말했다.

조씨는 "육교를 통행하는 사람들은 백화점 이용객보다 이 일대 주민들이 훨씬 많다. 새 육교는 건물로 치면 4층 높이 정도다, 동래구청은 처음부터 일반 시민들은 생각하지 않고 백화점 이용객의 편의만 고려해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지적.

지역의 또 다른 주민은 "구청에서는 육교 공사 허가를 내주면서 지역 주민들의 여론수렴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면서 "구청에서는 왜 새 육교를 지어야 하는지, 왜 더 높이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단 한번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창규씨는 "기존 육교도 불편한 점이 많았다, 10여년 전 구청을 찾아가 육교 문제를 지적했더니 도시계획상 지하차도를 설치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와서 그런 계획은 어디에도 없다. 육교를 없애고 지하차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

지역 주민들은 "롯데백화점이 거액을 들여 새 육교를 짓는 것은 영업에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구청에서는 보행자의 편의성과 도시미관을 고려하지 않고 허가를 내준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주민들은 "롯데백화점이 새 육교 건설 계획을 세운 것은 인근에 있는 홈플러스와 온천장역 승강장을 연결하는 육교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면서 "지하철역과 백화점이 바로 연결된다는 내용으로 홍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

주민들은 "롯데백화점 주변에는 재래시장인 동래시장과 온천장 시장이 있다, 재래시장을 살리자고 하는데 백화점을 위해 새 육교를 짓도록 구청에서 허가해 준 것은 그런 사회 분위기에 역행하는 처사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동래점과 연결하는 새 육교는 명륜동역 승강장과 바로 연결하도록 되어 있다.
 롯데백화점 동래점과 연결하는 새 육교는 명륜동역 승강장과 바로 연결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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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구청 "주민 100% 만족은 못 시키더라도..."

동래구청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측에서 먼저 제안해 새 육교 공사를 추진하게 되었다"면서 "새 육교가 들어서면 주민들을 100%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일부 더 불편한 부분은 있을 수 있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도 괜찮다고 보았다"고 덧붙였다.

주민 여론수렴에 대해, 그는 "육교를 짓는 데 있어 주민여론수렴과정을 법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존 육교에 대해, 그는 "수시로 안전 점검을 하고 있는데 아직 위험하지는 않다, 새 육교가 만들어지면 기존 육교를 허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새 육교 건설에 대해 부산광역시와 경찰 등과 협의를 거쳤다"면서 "새 육교에 조명도 설치하고 구청을 상징하는 시설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롯데 측은 "기존 육교도 백화점과 연결되어 있지만 다수 이익을 위해 새 육교를 건설하게 되었다"면서 "기존 육교에는 없던 엘리베이터도 설치해 노약자와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동래구의 상징물로 조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지하철 측은 "새 육교가 생기면 보행자들이 조금 더 걸어가야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것"이며 "입구 쪽에 승강장이 생겨 승객들로 인해 기관사의 시야를 가릴 수 있어 안전장치 차원으로 가림막을 일부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 온천1동에 육교가 들어선 건 20여년 전이다. 사진 왼쪽은 명륜동역 입구 방향이며, 오른쪽은 롯데백화점이다.
 부산 동래구 온천1동에 육교가 들어선 건 20여년 전이다. 사진 왼쪽은 명륜동역 입구 방향이며, 오른쪽은 롯데백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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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롯데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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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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