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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봉 위로 밝은 햇빛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줄지어 가파른 봉우리를 열심히 오르고 있다. 산길을 오가는 사람들, 우리나라보다 유난히 시끄럽다. 너무 시끄러워 도대체 저들이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여 물어 보았다. '산에 빨리 올라가면 미인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의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짜증스러울 정도로 중국 사람들은 말이 많다.

 

천도봉을 오르는 길은 모두가 계단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너무 급경사라 매우 조심스럽다. 우뚝 솟은 천도봉에 오르는 길은 경사도 가파르지만 절벽 위로 나있는 좁다란 능선을 건널때면 등골이 오싹하도록 아찔하다. 더욱이 산바람이 휙하고 불어 올 때면 혼쭐이 난다.

 

천도봉에 올라서자 주변에 자물쇠가 엄청나게 매달려 있다. 이곳에 올라와 자물쇠를 채워놓으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헤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걸어 놓았다고 한다.

 

천도봉을 내려와 물 한 모금으로 잠시 숨을 고른 후 최고봉인 연화봉을 돌아 일선천에 도착하였다. 아쉽게도 연화봉은 휴식년제로 개방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일선천에 도착을 하니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다시 산등성이로 올라서자면 일천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매우 협소하여 한 사람정도 밖에 지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천문을 지나 오어봉에 오르자 천도봉에 다시 오른 것처럼 마음이 즐겁고 시원하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큰 바위에 오를 수 있어 단체사진도 찍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놓고 쉬었다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먼 산 아래까지 시원히 내려다보인다. 아마 황산의 중심에 서 있는 듯 주변의 이름난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산 풍경은 오른쪽에 연화봉과 천도봉이 있고 앞쪽으로 광명정이 보인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서해대협곡이 있다. 지금 서 있는 오어봉과 광명정 사이에는 분지형태로 작은 저수지와 호텔과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1700고지의 혜심정이라는 곳에 호텔과 식당이 있다. 이곳까지 물건을 운반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기다란 막대기나 대나무에 수박 20통 정도 무게의 짐을 산 아래에서부터 어깨에 메고 나르는 사람들이 있다. 또 가마꾼들도 있는데, 사람을 태워 나르는 광경을 볼 수가 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사람을 태우고 곡예를 하듯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 매우 놀라우면서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혜심정에서 기다리던 점심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인지라 모든 음식이 꿀맛이다. 중국음식이었는데 산위 식당임에도 시내의 음식처럼 푸짐하였다. 언제나 식사에는 맥주가 준비되었는데 알코올이 거의 없는 듯 매우 싱겁다. 이곳에는 사이다나 콜라가 맥주보다 더 비싼 것 같다. 사이다 한 병을 맥주 두병과 교환을 해준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이제 절반 정도 걸었는데 앞으로 걸을 절반이 난코스로 힘이 많이 들 거라며 겁을 준다.

서해대협곡이라는 황산의 비경이 이제 시작되는데 4시간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고 한다.

과연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하는지 빨리 보고 싶었다. 중국에는 오악이 있다. 태산, 형산, 항산, 화산, 숭산. 모두 아름다운 명산이다.

 

황산을 보고나면 이 오악을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황산의 서해대협곡은 경치가 빼어나다고 한다. 항상 구름이 끼어 있어 운산이라고 예전에는 불렸는데, 황제가 이곳에서 머문 이후로는 황산이라 불리는 명산이다.

 

혜심정을 떠나 서해협곡으로 가는데 걱정이 앞선다. 벌써 무릎에서 통증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계단이 여간 부대끼지 않는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조심스레 걷는데도 무릎에 통증이 강하게 느껴진다. 배낭에서 약을 꺼내어 바르고 소염 스프레이를 뿌렸다. 그리고 압박붕대로 감고 걸어 보았다. 처음에는 전과 같았으나 얼마 후 통증이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어느새 서해대협곡으로 들어서 신비롭고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카메라 앵글을 열심히 맞추고 셔터를 여러 번 눌렀는데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이 아름다운 협곡을 그냥 보여주기엔 아까운지 운무가 서해협곡을 휘감는다.

 

구름에 휩싸인 서해협곡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봉우리 사이로 안개가 피어오른 듯 신비스러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흰 뭉게구름이 서해협곡을 가득 메우고, 그 위를 걷는 것처럼 그림 같은 풍경은 아니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신비한 세계를 찾아 가는 꿈을 꾸는 느낌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허리에 아슬아슬하게 만들어 놓은 돌계단을 걷고 있노라면 천상으로 가는 통로 같다. 아래를 보면 수십 길의 낭떠러지요, 위를 보아도 곧 넘어질 듯한 절벽이다. 게다가 운무가 사방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장막을 치고 있다.

 

오로지 희미하게 보이는 신비스러운 산봉우리와 운무뿐이다. 너무 적막하다. 새라도 날아와 이 적막함을 깨주면 좋겠다. 오랜 시간을 협곡에 있다 보니 이제는 이곳을 벗어나고 싶을 만큼 갑갑해진다.

 

비가 올 것 같기도 하고 해가 떨어져 금세 어두워 질 것 같기도 한 두려움 때문이다. 다시 절벽으로 나 있는 돌계단을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 걸어 올라갈 곳을 쳐다보니 까마득하다. 다시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숨고를 때마다 앉아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림 같다. 그림을 그릴 줄 알면 화선지를 펼쳐놓고 눈앞 풍경을 똑같이 그려보고 싶다. 이제 먹을  물도 다 떨어지고 아껴서 가져온 오이 하나만 남았다.

 

멀리 산봉우리에 구름이 짙게 걸쳐 있다. 내려다 보니 올라온 길이 천길 낭떠러지다. 이 협곡을 지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트래킹 코스로 오지 않는 사람은 주변까지 왔다가 서해 협곡을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고 그냥 돌아 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구름 속에 갇히는 경우에는 그나마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이곳 황산은 늘 구름에 싸여있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한다.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진다. 협곡의 신비한 풍경이 빗방울에 점점 희미해져 간다. 언제 다시 또 볼 수 있으랴. 굵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산장호텔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산장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풀어 놓으니 비가 마음 놓고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황산은 어둠에 숨어 버렸고 어스레한 건물의 불빛 빗줄기를 비출 뿐이다.

 

산장호텔에서의 저녁은 한식이다. 김치가 있고 된장국이 있는 전통적인 한식이었다. 어찌나 맛이 있는지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던 밥상처럼 즐거운 식사였다. 아마 한국인들이 이곳을 많이 찾다보니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황산의 밤, 힘든 일정을 끝내서인지 너무 편안하다. 산행에 함께 한 친구와 술 한 잔을 간단히 나누고, 발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하였다. 생각보다 좀 비싼 편이다(이만오천원). 20%정도 할인하여 받아보니 마사지 서비스는 형편이 없다. 내일 아침에 이 비가 그치고 맑고 푸른 하늘에 떠오르는 멋진 일출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


태그:#황산, #서해대협곡, #천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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