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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편지를 쓰는 듯...
▲ 신어산 가는 길... 맑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편지를 쓰는 듯...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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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가락국 초기에 세워진 고찰이라는 은하사에서부터 출발해 천진암을 거쳐 출렁다리를 지나 신어산 정상까지 올라갈 생각이었다. 은하사 입구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많은 차량들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거리에는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월 초파일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대형 버스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한 차씩 실어 나르고 있었다.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았다. 살다보면 내가 계획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일이 되어가기도 한다. 김해대학 주차장을 기점으로 해서 차를 타고 계속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잘 닦아놓은 임도이다. 감사하게도 날씨는 맑고 푸르다. 며칠 내내 제법 서늘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가을인가 싶을 정도다. 오늘은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둥실 수를 놓고 있기까지 하다. 하늘에 손가락을 갖다대면 뽀드득 하고 소리가 날 것 같다.

올라 온 길을 내려다 보며...
▲ 신어산 가는 길... 올라 온 길을 내려다 보며...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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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어산 가는 길...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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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신어산(630미터) 올라가는 길은 여러 갈래로 나 있고, 임도도 아주 잘 만들어져 있는데다가 임도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되는 등산로 흙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밟았는지 흙길은 단단하고 색깔이 밝고 곱다.

단단해진 흙길을 걸으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해대학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 중턱엔 약수터가 두 개 있는 데다 운동기구와 정자와 나무의자 등이 놓여 있어 애들 손잡고 가족이 함께 와도 좋을 듯하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가볍게 등산하고 산책하며 오를 수 있는 친근한 산이었다.

맑고 푸른 하늘...
여기~무슨 그림을 그릴까...무어라 편지를 쓸까~
▲ 신어산 가는 길~ 맑고 푸른 하늘... 여기~무슨 그림을 그릴까...무어라 편지를 쓸까~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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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짙어가는 녹음, 그 위에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 맑고 상쾌한 바람, 흙길 위에도 풀잎에도 쏟아지는 은빛 햇살은 마음 속에 있는 아주 작은 그늘이나 어둠조차 용납하지 않으려는 듯 쨍하고 밝았다. 신어산 등산로는 전망이 탁 트여 있는데다 맑고 화창한 날씨까지 주어져서 좋았다. 사람의 인적이 없고 빽빽하게 숲 그늘로 들어차서 음산한 느낌이 드는 산을 경계하는 내게는 아주 반가운 산이었다.

산을 오르다 보면 그 산의 특별한 느낌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산은 산 들머리서부터 마음이 오그라든다.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음산하고 깊은 골짜기가 있고 그래서 어두침침해서 그 산에 발을 들여놓기가 싫을 때가 있다. 또 어떤 산은 숲으로 울울창창해도 밝고 환한 산이 있다. 어쨌든 산도 느낌이란 것이 있다.

철쭉 군락지를 지나며...
▲ 신어산 가는 길... 철쭉 군락지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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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어산은 편안하고 넉넉하고 호젓하면서도 친절하다. 나무들은 키가 그다지 크지 않고 고만고만하다. 임도 고갯길을 지나 느낌이 좋은 단단한 흙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간다. 중간 중간에 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쉼터가 있어 그늘에 앉은 사람들을 스쳐 지나간다. 얼마쯤 올라가다보니 철쭉 군락지가 보인다. 철쭉도 끝물인가보다. 환한 꽃불이었을 철쭉은 타나 남은 불꽃처럼 보인다. 신어산 정상 바로 아래 넓게 펼쳐진 철쭉 군락지를 지나며 김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본다.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들이 두둥실 하늘 호수에서 노닐고 있다.

아, 참으로 맑고 푸르른 날이다. 시인 서정주씨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했던가. 그리고 가수 송창식은 그 시를 그토록 애절하게 노래로 불렀었지. 이렇게 좋은 날, 푸르른 하늘을 편지지 삼고 흰 구름 펜 삼아 그 누구에게라도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편지를 읽기도 전에 고운 하늘빛 편지지에 그 마음 또한 물이 들지 않을까 몰라.

발밑엔 색깔조차 고운 단단하게 다져진 흙길, 내 머리 위엔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하늘 호수, 상쾌하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모든 어둠과 그늘도 말려 버릴 것 같은 햇살, 하늘 호수에 시를 쓰는 두둥실 흰 구름…. 발걸음이 절로 경쾌해진다. 철쭉 군락지 주변은 사방이 확 트여있다. 드디어 신어산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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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어산 정상에서~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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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표시석 바로 아래엔 주변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정자가 있다. 힘들지 않게 올라온 신어산에서 바라보는 김해평야와 김해 시내는 햇살에 눈이 부셨다. 저만치 김해공항에서 비행기 날아오르는 것도 보인다. 이렇게 맑고 푸르른 날엔 저 멀리 혹은 좀 가까이 있는 무척산과 토곡산, 매봉, 오봉산, 금정산의 고당봉과 파리봉 등이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신어산 정상 주변이나 능선, 어디든지 이 산을 올라온 사람들이 숲 그늘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과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신어산은 친근하다. 신어산에 오르는 길 또한 친절해서 아이들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 혹은 연인, 혹은 모임들에서 온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신어산 정상 아래 정자 앞에서~
▲ 신어산 가는 길~ 신어산 정상 아래 정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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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어산 가는 길에 만난 봉우리에서~
▲ 신어산 가는 길~ 신어산 가는 길에 만난 봉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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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조망하고 주변을 둘러본 후에 다시 길을 내려간다. 산 중턱에서 쑥을 캐거나 둥글레 뿌리를 캐는 사람들도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제 여릿여릿한 연두빛 어린 잎새를 내밀었을 망개 잎에 망개 열매가 조롱조롱 열렸다.

신어산 가는 길~봉우리 끝 바위에 앉아~
▲ 신어산 가는 길~ 신어산 가는 길~봉우리 끝 바위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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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피었을까...
▲ 신어산 가는 길~ 왜 지금 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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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얼마쯤 가다보니 구월 같은 날에 제 철인 줄 알았을까. 들국화가 길가에 피어 있는 것도 보인다. 햇살 가득한 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다시 임도를 만났다. 체육시설이 되어 있는 정자에 잠시 쉬며 물통에 약수를 담았다. 바람이 차다.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중년으로 보이는 두 여자가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멀찌감치 떨어져 소곤거리다가 길을 지나간다. 그 중에 한 사람이 뜬금없이 하늘 말, '환경미화 좀 해야겠다'고 진지하게 말하더니 나무에 걸린 대빗자루를 잡고 흙바닥을 쓰는 시늉을 한다. 옆에 있던 여자도 나도 같이 웃는다. 다시 빗자루를 나무에 걸어놓고 두 여자 둘이서 동시에 웃으며 다시 길을 간다. 푸훗! 재미있는 사람이다.

우린 다시 임도 한쪽에 세워둔 차로 향했다. 신어산 정상까지 갔다 온 시간은 등산을 했다기보다는 즐거운 산보를 갔다 온 듯 하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만난 신어산은 짙어 가는 녹음 속에서 더욱 눈이 부셨다.


산행수첩:
일시: 2008. 5. 12(월)
산행기점: 김해대학 주차장
산행시간: 3시간 05분
진행: 김해대학 주차장(1:00)-체육시설(공터. 정자. 약수터 1:20)-임도고개(1:35)-철쭉 군락지(2:00)-신어산정상(2:10)-하산(2:40)-봉우리(3:05)-임도고개(3:20)-체육시설(공터.정자 3:40)-김해대학-주차장(4:05)


태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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