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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도 유월이 한철’이라고 했던가요? 매화는 봄에 한철이 있고, 국화는 가을이 한철이지요. 그럼 요즘은 무엇이 한철일까요? 미국산 쇠고기나 한반도 대운하가 한철이라고요? 설마, 그럴까요? 정말 한철로 끝나는 이야기가 된다면야 더 바랄 나위 없겠네요.

 

한 때 잘 나가던 나무가 있었습니다. 헐벗은 금수강산을 우선 폭우에 무너져 내리지 않게 하려고 ‘사방사업’이라는 것을 국가적인 목표를 세우고 대대적으로 추진하던 때입니다. 아카시아나무라고 잘못 알려진 아까시나무가 바로 주인공이지요.

 

번식력이 강한데다 돌밭이나 비탈진 곳, 척박한 토질에서도 잘 자라고, 뿌리가 길고 깊게 뻗어 내리기 때문에 사방용으로도 좋고 헐벗은 산을 단기간에 녹화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나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들이 이 아까시나무로 인해 짧은 기간에 푸른 산으로 변한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1950~60년대에 이렇게 많이 심겨진 아까시나무들이 요즘은 아주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했던가요. 먼 훗날을 바라보지 못하고 우선 빨리 빨리 녹화나 하고 보자는 식으로 심은 나무들이 아까시나무였으니까요.

 

그런데 이 아까시나무들은 목재로서는 별로 쓸모가 없는 나무거든요. 볼품도 없고요. 그러다보니 요즘 어느 산에서나 수종개량사업으로 잘려 나가는 나무들이 바로 옛날 귀한 대접을 받았던 아까시나무들입니다.

 

아까시나무들을 베어낸 자리에는 소나무나 느티나무, 벚나무 등 다른 나무들이 심겨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그때 미리 이런 나무들을 심었더라면 요즘처럼 수종개량이다 뭐다 법석을 떨지 않아도 될 일인데 그 때 깊이 생각지 않고 너무 서둘렀기 때문이지요.

 

요즘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국민들로부터 심한 저항을 받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한반도 대운하, 교육제도 같은 것도 혹시 그때 벌였던 아까시나무 심기 같은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수종개량대상으로 잘려나가고 있는 아까시나무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들이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미국산 쇠고기가 그러네요. 미국의 축산농가와 일부 수입업자들 배만 불룩해질 수입쇠고기로 인해 우리 축산농가들이 입을 피해가 그렇고, 촛불시위를 벌이는 수많은 국민들, 특히 어린 중고교생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까시나무가 뿌리가 깊고 번식력이 강하여 근처의 다른 나무들이 성장하지 못하고 죽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 한반도대운하도 그렇지요. 이런저런 말들이 많긴 하지만 물류운송은 말도 안 되는 말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고, 환경파괴도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닙니까?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요? 그건 그럴 듯 합니다. “이렇게 어리석은 조상들이 있었노라‘고 후손들에게 보여줄 환경파괴의 현장학습용 관광으로 말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고 꼼꼼하게 생각하고 따져보면서 추진하면 돌이킬 수 없는 손해와 재앙을 막을 수도 있을 터인데 말이지요.

 

사방사업용으로 마구 심었던 아까시나무가 요즘 푸대접 받는 이유와 대비시켜보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일 것 같지 않나요? 정부 여당과 대통령에게 요즘 활짝 꽃을 피워 향기가 진동하는 아까시나무를 보면서 생각 좀 더 해 보시던가 바꿔보시기를 권하고 싶네요.

 

자, 그럼 향기로운 아까시꽃구경 한 번 해보실까요? 서울 강북구에 있는 오동공원의 아까시 꽃들입니다. 이 공원은 금년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내년 10월이면 세계적인 테마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공원입니다.

 

그런데 이 공원 어느 곳에서나 아까시 꽃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오현로 북쪽 산자락은 온통 아까시나무로 뒤덮여 있어서 꽃향기가 대단합니다. 그러나 내년부터 이쪽 지역에 공사가 시작되면 아까시나무들이 무사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어쩌면 수종개량을 위해 모두 베어버리고 다른 나무를 심을 것 같으니까요. 아니 이미 수종개량사업은 2년 전부터 시작되었고 상당수의 아까시나무들이 잘려 나갔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이 공원의 아까시나무들이 마지막 봄을 장식하기라도 하려는지 앞 다퉈 피워낸 꽃과 향기가 정말 대답합니다. 정말 ‘아까시 꽃도 한철’입니다.

 


태그:#이승철, #아카시꽃, #오동공원, #강북 테마공원, #수종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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