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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처제가 이번에 대리로 승진해 승진턱으로 내게 DMB 내비게이션을 선물했다. 마침 내 생일이 5월 중순이라 겸사겸사 당겨서 선물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일(토) 물건을 받았는데 작동이 안 되는 등 여러 가지 하자가 발생했다. 그래서 6일(화)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하고 그 업체와 거래하는 택배회사를 통해 착불로 하자난 제품을 보내달라고 했다. 다른 회사 택배로 보내면 제품을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래서 6일(화) 오전 D 택배회사에 접수했다. 어버이날 때문에 배송물량이 많아 당일수거가 어렵다고 했다. 내일 물건을 가지러 온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비게이션을 빨리 장착하고 시험운행하고 싶었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7일(수), 저녁 때가 되도록 택배기사가 물건을 가지러 오지 않았다. 때가 때인지라 배송 물량이 엄청 많은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 8시 30분경 기사가 물건을 가지러 왔다.

 

 산업자원부 택배서비스 우수기업에 선정된 D회사 택배서비스. 그러나 서비스는 우수하지 못하다.
산업자원부 택배서비스 우수기업에 선정된 D회사 택배서비스. 그러나 서비스는 우수하지 못하다. ⓒ 윤태

물건 가지러 왔다가 '주소 쓰라'는 말 남기고 사라진 황당한 택배 기사

 

주소는 일부러 쓰지 않았다. 포장된 상자에 주소와 전화번호를 쓰면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어 택배 기사아저씨가 들고 오는 송장 같은 종이에 쓰거나 주소 정보를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택배기사는 상자에 주소를 쓰라고 했다.

 

"주소 쓰세요"라는 기사 아저씨의 멘트와 함께 현관문이 닫혔다. 나는 재빨리 받는이, 보내는이 주소를 상자 위에 적었다. 1분도 채 안 걸리는 시간이었다. 상자를 들고 문을 열며 "여기 있어요" 하는데 아무도 없었다. 어디 가셨을까?

 

배송 물량이 많다더니 옆집부터 들렀다 다시 오려는걸까? 생각했다. 1시간, 2시간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도대체 뭘까? 혹시 택배기사를 가장한 강도? 집안에 남자가 있어서 그냥 간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있나? 복장을 봐도 분명 D 회사 택배기사가 맞는데, 왜 갑자기 소리 없이 가버린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역시 택배기사가 맞다는 결론을 내리고 왜 그냥 가버렸는지 몹시 궁금하면서도 은근히 화가 났다.

 

8일(목), 오전 8시 30분 D 택배 콜센터 접수파트에 전화를 걸었다. 전날 저녁 8시 30분에 물건 가지러 왔다가 그냥 갔다고 불만을 이야기하자 확인해본다고 했다. 어제 저녁에 가져갔으면 오늘 배송될 텐데 어제 안 가져 가서 배송이 하루 지연되지 않았냐고 따지자, 어제저녁에 수거하나 오늘 수거하나 배송되는 시점은 같다고 했다. 화가 났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교육 시키겠다. 죄송하다. 빨리 처리해 주겠다... 말뿐인 택배회사

 

하지만 왜 택배기사가 그냥 가버렸는지 그 이유를 꼭 알고 싶었다. D 택배 콜센터 불만코너에 다시 전화를 했다. 접수파트 상담원과는 말이 달랐다. 어제 저녁에 수거한 물건은 오늘 배송되고 오늘 수거한 물건은 내일 배송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상담원과 다시 이야기해봤지만 역시 그게 맞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또 화가 났다. 결국 어젯밤에 안 가져가서 배송이 하루 늦어지기 때문이다.

 

접수파트 상담원은 그 사실을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어 내게 그렇게 얘기한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고객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그런 걸까?

 

택배 기사가 말 없이 그냥 간 일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자, 불만코너 상담원은 거듭 죄송하다며 교육팀 통해서 철저히 교육시키겠으며 배송지연된 물건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통화를 한 게 8일 오전 8시 30분경.

 

그러나 오후가 다 가도록 D 택배회사 기사는 물건을 가지로 오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준다던 콜센터 상담원은 립싱크였는가? 전날 밤 택배기사의 알 수 없는 행동으로 배송이 하루 지연됐으면 잘못된 점을 시정하고 약속한 대로 서둘러 일을 처리해주는 게 순서 아닐까?

 

어제 왜 그냥갔냐고 묻자 "주소 쓰는데 오래 걸릴 것 같아..."

 

결국 8일 오후 6시경, 아내만 혼자 있는 사이에 어제 그 택배기사가 왔다고 한다. 아내가 "어제는 왜 그냥 가셨냐"고 물었더니, "주소 쓰는데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냥 갔다"고 대답했단다.

 

이건 도대체 무슨 변명이고 이유인가? 주소 쓰는데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냥 갔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주소 쓰는데 1분도 안 걸렸다. 1분을 못 기다려 배송기간을 하루나 지연시켜야 했나? 이 얼마나 불성실하고 성의 없는 황당하기까지 한 택배기사의 행동이며 언사인가?

 

8일 저녁 8시경 다시 D택배 콜센터 불만코너에 이 같은 이야기를 했더니 상담원이 거듭 죄송하다, 대신 사과드린다, 마음이 많이 상하셨겠다, 교육 확실히 시키겠다 등의 똑같은 멘트만 되풀이했다. 오전에도 그러더니만 아무것도 개선된 게 없었다.

 

7일에 정상적으로 물건을 수거했으면 토요일인 10일에 새 물건을 받을 수 있었지만, D 택배회사의 하루 지연으로 토, 일, 월 이렇게 3일 연휴가 끼어 5월 14일에나 새 제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자난 제품을 확인하고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를 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하루가 걸리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암만 생각해도 황당하다.

 

"박스에 주소 쓰는데 오래 걸릴까 봐 그냥 갔습니다"라는 택배기사의 멘트. 얼마나 걸릴지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가 버리고서는 말이다.

 

택배서비스의 문제점, 불만사항이 여기저기 나오고 있지만, 직접 겪어보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물건 보내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있습니다.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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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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