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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도 항공사진
접도 항공사진 ⓒ 진도군

물이 빠지자 섬은 부끄러운 듯 속살을 드러냈다. 몸섬 진도에 딸린 작은 섬 접도.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물때에 맞춰 갯벌을 건너거나 나루질을 해야 읍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주말이면 등산객을 태운 대형 관광버스가 무시로 드나든다. 일반적으로 섬이 갖고 있는 특성이 사라진 해변산중이다.

그래도 섬은 섬이다. 벼 한 포기 꼽을 무논도 남아 있지 않고 오직 밭을 일구고, 바다와 갯벌에 온통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도장이라도 볼 요량으로 채비를 하고 나서면 친구들이 "갯것 왔냐"고 반긴다. 그렇게 듣기 싫던 '갯것'이라는 소리가 반갑게 들리는 것을 보면 섬도 나이가 드는 모양이다.

접도로 들어오기 전의 금갑마을은 수군만호가 주둔했던 요새 지역이다. 이런 인연으로 접도는 '금갑도'로 불리기도 했다. 이곳은 조선시대에 진도에 귀양 온 양반들을 격리하는 곳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바다 건너 해남 어란에도 수군만호가 있었고, 좁은 해협을 따라 북쪽으로 울돌목 우수영으로 이어진다. 이곳이 명량대첩의 격전지 만호바다다. 조선시대 중요한 뱃길이며 전략적 요충지였다.

접도는 조도면 상조도, 하조도, 가사도, 관매도에 이어 5번째로 큰 섬이다. 특히 몸섬인 진도와 가장 가까운 섬이라 '접도'라 했다고 전한다. 진도읍과 16km 떨어져 자동차로는 20분이면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가장 높은 남망산(164m)를 중심으로 산이 겹겹이 99곡을 이룬 겹섬이라 '접도'라 불렀다고도 한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접도에 들어선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접도에 들어선다. ⓒ 김준


 접도 고기잡이
접도 고기잡이 ⓒ 김준

접도는 섬 넓이가 430여ha로 작지만 황모, 수품, 초미 등 네 개 자연마을에 160여 호 400여 명이 거주하는 섬이다. 1980년대에는 700여 명이 살았지만, 가구 수는 20여 년 전과 비교해 크게 줄지 않았다.

접도는 물이 좋아 한때 3000만여 평의 논에 벼농사를 짓기도 했다. 해조류와 어종이 풍부해 일제강점기에 어업협동조합을 설치해 어업전진기지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금도 진도에 국가어항인 서망항이 있지만 접도는 진도에서 나는 갓고기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어항이다.

진도와 해남 사이 만호바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김양식이 이루어지는 바다다. 접도도 한때 김 양식이 붐을 이루었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미역 양식에 의존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까지 수품리에 연안안강망 40여 통, 낭장망 20여 통, 연안연승 10여 척 등 어업이 활발했다.

인근에서 멸치, 갈치, 갑오징어, 돔 등이 풍성해 목포, 여수 등 활어상들이 수집해 가기도 했다. 내륙에 접한 작은 포구치고 다양한 어종이 이렇게 많이 잡히는 곳이 거의 없다. 지금도 접도 인근 해역에서 낭장으로 잡은 멸치는 신선하고 맛이 좋아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값에 팔리고 있으며, 손맛을 보려는 태공들이 줄을 잇는다.

 접도 일출
접도 일출 ⓒ 진도군


 웰빙등산으로 전국에 알려진 접도
웰빙등산으로 전국에 알려진 접도 ⓒ 이돈삼

진도군에서는 1980년대 접도를 여수의 오동도처럼 개발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섬의 규모나 경관이 오동도에 견주어도 빠질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섬을 둘러 일주도로를 놓고, 바다에는 패류양식장을 설치하고, 섬에는 멧돼지, 노루, 사슴, 꿩 등 야생동물을 방목할 계획을 했다.

이 모든 계획은 1985년 완공된 진도대교 탓이었다. 다리가 연결되면 관광객이 몰려들고 접도에도 다리가 놓여 관광버스가 드나들 것으로 생각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 덕에 접도 노른자위 땅은 헐값에 외지인들에게 넘어갔다.

최근 접도는 '웰빙' 바람을 타고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접도웰빙등산로'가 제법 알려져 있다. 게다가 따뜻한 날씨에 산림마저 무성해 휴양단지로 적격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풍성한 바다가 철따라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경관까지 아름다우니 이보다 더 좋은 휴양지는 없을 듯하다.

아쉽다면 아직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멋진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접도를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계획이 성공했다면 아마도 섬주민들은 집도 밭도 모두 팔고 뭍으로 나가고, 섬은 개발업자와 외지인들에 의해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진도의 아름다운 해안은 지산면 셋방낙조에서 시작되어 팽목항과 서망을 지나 접도에서 마무리된다. 이곳 해안길은 백수해안도로를 능가하는 멋진 도로다. 갯것들이라 하대 받던 섬 속의 작은 섬, 접도, 육지 것들이 가고 싶고 머무르며 살고 싶은 섬으로 거듭나는 멋진 그림을 그리길 기대한다.

 접도
접도 ⓒ 김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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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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