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3일 청계광장에서 있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의 참가자
 지난 3일 청계광장에서 있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의 참가자
ⓒ 최재혁

관련사진보기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을 두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온 국민의 분노가 뜨겁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8일 밤 11시에 MBC <100분 토론>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방영했다.

찬성 측 패널로는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참여했고, 반대 측 패널로는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와 우석균 보건의료조합 정책실장, 진중권 중앙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특집으로 편성된 이날 방송은 찬반양론의 설전이 격렬히 오가며 3시간 넘게 진행됐다. 토론이 3시간이나 지난 줄 모를 정도로 집중해서 보는 와중에 정인교 교수의 쇠고기 안정성 주장은 내게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정인교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안정성 주장을 위해 확률론을 들고 나왔다.

광우병보다 떡이 위험하다?

"광우병에 걸려 죽을 위험보다 떡을 먹고 (기도가 막혀) 죽을 확률이 4만 배나 높고 담배를 피워 죽을 확률이 44만 배 더 위험하다."

정 교수의 확률에 의거한 첫 번째 주장이다. 이어서 그는 과거의 인간 광우병 발생에 비해 현재 그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확률론은 계속됐다.

“이종으로 바뀔 때 확률이 굉장히 떨어지고 여기에다 사람이 먹어서 걸릴 확률은 더욱 떨어진다.”
“확률을 봐야 한다.”

소의 부산물과 닭과 돼지의 부산물을 서로의 사료로 써서 발생할 수 있는 광우병 교차 오염의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확률로 일축해 버렸다. 현저히 낮은 확률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민논객 김미영 논술강사와의 토론에서 그의 확률론은 절정을 이루었다. “광우병에 걸린 소가 도축 될 가능성이 0%”가 아니라는 시민논객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그는 확률로 대응했다.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로또에 당첨 되어서 바꾸러 가다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이다.”

황당무계한 예에 난 크게 웃어 버렸다. 부모님의 깊은 잠을 깨울 정도였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광우병에 걸린 소를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냐”는 시민논객의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여태 주장한 확률론을 정작 본인은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광우병 위험의 본질은 확률이 아니란 것을 정교수도 은연 중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지난 8일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MBC 100분 토론]이 방영되었다.
 지난 8일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MBC 100분 토론]이 방영되었다.
ⓒ MBC

관련사진보기


지난 7일 청문회에서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광우병을 일으킬 확률은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할 확률”보다 낮다는 발언과 정부가 되풀이하는 “발병 확률이 너무 낮아 절대 안전하다”는 말은 정 교수의 이날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이승길 농림부 축산정책단장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국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광우병 발생 확률이 낮다”. “공정한 협정이었다” 등의 의견들을 되풀이 했다.

확률 논리는 광우병 위험의 본질이 아니다

진중권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식품문제가 위험한 것은 발병확률이 아니다. 담배는 선택이다. 하지만 식품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가능성이 있다면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예방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우석균 정책실장은 “인간 생명은 확률의 문제가 아니다. 확률이 있다면 거기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확률 논리로 거센 반대 여론에 맞서며 광우병 위험성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찬성하는 보수언론과 정치인들도 여기에 동조한다. 확률이 낮다는 사실은 모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8일 밤 MBC의 9시 <뉴스데스크> 보도처럼 “아무리 작은 확률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일이 되면” 확률의 실현은 무시하지 못할 만큼이 된다.

죽음은 돌이킬 수 없다.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사전 예방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함은 여기에 있다. 가능성이 낮으니 호들갑 떨지 말라고 꾸짖는 것보다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확인 된 인간 광우병 사망자 207명은 엄청난 확률을 뚫은 희세의 불운아에 불과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태그:#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MBC 100분 토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