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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유적인 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에는 도구로 고래를 잡는 사람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몇십 년 전 울산 장생포항은 우리나라 대표적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다. 이렇듯 옛부터 고래와 특별한 인연인 있는 울산에서 최근 고래잡이 허용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고래잡이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고래잡이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지난 4월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이 "고래잡이를 허용토록 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 촉발된 논쟁은 고래잡이 전진기지가 있던 남구 장생포 일원에서 5월 15일~18일 열리는 '제14회 울산고래축제'를 앞두고 정점에 달하고 있다. 

 

현재 남구청은 고래특구를 준비하는 등 고래잡이 옛 명승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동구도 지역 내에 고래체험장 등과 연계한 관광명소 개발을 서두르는 등 지역의 기초지자체들이 저마다 고래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고래잡이 허용 추진바람이 일자 이를 반대하는 대표적 단체인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일부터 울산 남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울산이 배출한 정일근 시인(고래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모임 대표)이 7일 자신이 지은 '고래의 손'이라는 시를 적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여 주목받기도 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의 강한 반발은 최근 불법고래유통 조직이 해경에 적발되면서 그 강도가 세졌다.

 

대규모 불법 고래 유통조직을 적발한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 지난 3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IWC(국제 포경 회의) 보호대상인 밍크고래 90여 마리 2100상자는 매년 5~6월에 열리는 (울산 남구)고래축제 때 높은 가격으로 팔기 위해 저장해 놓은 것"이라고 했기 때문.

 

울산환경운동연합은 1인 시위를 비롯해 캠페인 퍼포먼스 등을 통해 "먹을거리를 위한 고래축제가 아닌, 고래를 보호하는 축제로 바꿔야 한다"며 호소하고 있다.

 

지역 언론은 고래잡이 허용에 비교적 관대한 기사들을 게재하고 있다. 특히 한 지역신문은 고래축제를 앞두고 '고래잡이 허용'을 옹호하는 기획시리즈를 실어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신문은 9차례의 기획기사를 연재하면서 8일 그 아홉 번째 기사로 '전수돼야 할 식문화'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 신문은 "환경단체에서 고래음식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운동을 전개하지만 그린피스 운동가인 짐 위킨스가 '고래고기를 먹는 장생포의 전통음식문화를 이해한다'고 했다"며 고래잡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실었다.

 

울산 남구청의 고래축제 광고와 함께 실린 이 신문 8일자 1면 기사는 또 "우리도 예부터 전수되어 오는 고래고기 식문화에 대한 애착과 함께 계승 발전을 위한 움직임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라며 고래잡이 허용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이 기획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해당 기자가 울산의 유명한 고래고기전문점을 운영하는 고래업자로 드러나 기사의 형평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고래업자로 이해관계가 담긴 기자의 의견이 기획시리즈로 게재되는 것은 공평한 언론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평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고래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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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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