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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어린이날에는 대기자 줄이 끝도 없이 늘어선 놀이공원 대신 강원도 춘천으로 오세요.

평소 바빠서 아이들과 현장학습을 자주 떠나지 못해 아쉬웠던 부모님이라면 망설이지 마세요. 소양강과 북한강을 끼고 한창 물오른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춘천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박물관이 즐비합니다. 어린이날 무슨 박물관타령이냐구요? 애니메이션과 인형극장으로 대표되는 춘천에서라면, 박물관 나들이마저 아이들 입맛에 지겹지 않을테니 걱정마세요.

#1. 국내 유일의 애니메이션 박물관

전 세계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둘러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
 전 세계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둘러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
ⓒ en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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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하나 밖에 없는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전 세계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대표작들을 엄선한 상설전시와  20분 간격으로 상영하는 애니메이션도 볼 수 있어 박물관이라면 무조건 지겨워하는 아이들도 신나게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박물관 뒤편에는 의암호를 바라보는 햇살 좋은 쉼터도 있으니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 가셔도 좋습니다. (벤치가 놓인 잔디밭 끝 강가 둔덕은 요즘 쿠하와 함께 늦게 올라온 강원도 쑥을 캐러 마실 가는 쿠하네 쑥밭이기도 합니다. 십여 분 뜯으면 한 끼 된장쑥국 끓이기에 충분합니다.) 

애니메이션 박물관에서는 어린이날을 맞아 '아스팔트 위 가족 그림 그리기 잔치'를 합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지는 행사는 애니메이션 박물관 행사장 아스팔트 위에 색분필로 가족 모두가 함께 그림을 그리는 작업으로, 선착순 120 가족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오늘(5월 2일)까지 전화, 인터넷, 방문접수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하고 참가비 1만 5천원을 입금하면 접수번호를 통보해 줍니다. 참가 가족은 애니메이션 박물관 무료입장에 기념품을 증정하고 발도장찍기와 클레이, 셀 애니메이션 만들기, 애니메이션 상영, 댄스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www.animationmuseum.com/ 전화 033-243-3266)

#2. 강원도립 화목원과 삼림박물관

3주 전에 찾았을 때는 아직 덜 핀 꽃들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만, 지금은 온통 꽃천지 일 것 같습니다.
 3주 전에 찾았을 때는 아직 덜 핀 꽃들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만, 지금은 온통 꽃천지 일 것 같습니다.
ⓒ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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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연생태에 관심이 많은 학구파 스타일이라면, 애니메이션 박물관에서 차로 5-10분 거리에 있는 '강원도립 화목원'과 '삼림박물관'에도 들러보세요. 식물원이야 어느 도시에서든 볼 수 있지만, 산이 많은 강원도에서 숲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조금 다른 기분이 들테니까요.

자세히 보려면 한나절을 다 써도 모자라지만, 잘 꾸며진 조경을 둘러보면서 우리 땅에 사는 나무와 꽃을 가르쳐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어린이날 이런 진지한 박물관에 가려는 아이들은 많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www.koreaplants.go.kr/kangwondo/index01.htm)

#3. 직접 만들어 먹는 춘천 막국수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2층에는 직접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준비돼 있습니다.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2층에는 직접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준비돼 있습니다.
ⓒ 춘천막국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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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이 면이 되는 과정을 보면 어른도 아이도 신이 납니다.
 반죽이 면이 되는 과정을 보면 어른도 아이도 신이 납니다.
ⓒ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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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 이사 오기 전까지 저는 막국수를 즐겨 먹지 않았습니다. 매콤한 회냉면이나 시원한 해물 칼국수를 좋아하는 까닭에 입에 넣기도 전에 뚝뚝 끊어지는 점성이 약한 메밀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춘천'하면 닭갈비와 막국수가 유명합니다. '한 집 건너 닭갈비에, 두 집 건너 막국수'라고 하면 맞을 정도로 닭갈비와 막국수 가게가 많고, 실제로 춘천에서 알게 된 사람들을 만날 때 낮에는 막국수, 저녁에는 닭갈비를 먹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자주 먹다 보니 입도 적응해서 이제는 외지에서 손님이 오시면 낮에는 소양강 근처 막국수 집으로, 밤에는 춘천 시내의 닭갈비 집으로 안내하는 매니아가 다 됐습니다. 심지어 대성리 국도 변에서 출출한 허기를 달랠 때도 막국수를 먹고, 집으로 배달되는 닭갈비를 주문해 먹기도 할 정도로 말입니다.  

화목원에서 소양강댐을 향해 5분-10분 정도 직진하다 보면 왼편에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이 나옵니다. 약 40분가량 소요되는 막국수 체험은 1팀당 2000원의 재료비를 내면 4-5명이 가볍게 시식할 수 있는 막국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메밀 가루로 반죽을 하고, 누름 기계로 눌러 면을 만든 뒤, 끓는 물에 삶고 헹궈내면 기본 재료가 모두 준비됩니다. 박물관 측에서 만들어둔 양념을 넣어 시식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직접 만든 면을 먹을 수 있어 좋아합니다.

일반적으로 1층 전시실부터 구경하고 2층 체험관으로 가지만, 그보다는 먼저 만들어 보고 흥미를 갖게 된 뒤에 메밀과 막국수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는 것이 반응이 좋습니다.
직접 막국수 체험을 하고 싶은 가족은 최소 2시간 전에 미리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됩니다. (www.makguksumuseum.com 전화 033-250-4132)

#4. 고슴도치 섬에서 만나는 어린이 세상

고슴도치 섬의 산책길
 고슴도치 섬의 산책길
ⓒ 고바다(고슴도치섬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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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캠핑이 가능한 가족이라면 애니메이션 박물관, 화목원, 막국수 체험박물관, 그리고 인형극장이 모두 5-10분 거리에 있는 고슴도치 섬에서 하룻밤을 묵어보시길 권합니다. 저와 쿠하야 고슴도치 섬에서 10분 거리에 집이 있으니 여기서 야영할 기회가 없어서 아직 못해봤는데요, 다른 도시로 이사 가기 전에 꼭 한 번 자보고 싶은 곳입니다.

작은 섬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시설이 상설 운영되고 있고, 그보다 강을 바라보며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평일에 한가한 시간에 쿠하랑 둘이 그림책 몇 권 들고 다니는 봄 가을 데이트 코스입니다.

5월 3일과 4일에는 모든 방갈로와 캠핑카 30대가 예약 완료된 상태라 개인용 텐트를 준비한 가족에 한해 텐트 대지료(8000원)을 내면 야영장 이용이 가능합니다.

고슴도치 섬은 시기적절한 이벤트로 춘천시민의 사랑을 받는 섬입니다. 겨울에는 아이스 댄싱 공연과 루미나리에로 별빛 축제를 열고, 봄이면 벚꽃 축제를 비롯해 춘천마임축제의 일부 행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번 어린이날에도 어김없이 아이들 세상이 됩니다. 4일과 5일에는 어린이 무료 입장을 시작으로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선착순 300팀)'와 가족 레크레이션, 반드시 어린이와 보호자 1명 이상이 동반해야 참가가 가능한 가족 노래자랑 '노래 댄스 컨테스트'가 열립니다. 마술공연과 페이스페인팅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무료 공연도 준비돼 있고, 대회 상품도 푸짐합니다. (www.iwido.com 전화 033-254-7650)

#5. 행사참여 인파로 북적북적한 인형극장

고슴도치 섬 맞은편에 위치한 춘천인형극장도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어린이 세상입니다. 상설 공연되는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5월 3일부터 5일까지는 특별 행사가 펼쳐집니다. 유료공연인 <말 안듣는 청개구리>와 <개미와 베짱이>는 11시, 2시, 4시에 실내에서 공연되고, 무료로 볼 수 있는 <진짜 이솝이야기>는 4일과 5일 이틀 간 야외무대 노을터에 오릅니다.

춘천인형극장 야외무대에 오르는 '진짜 이솝이야기'
 춘천인형극장 야외무대에 오르는 '진짜 이솝이야기'
ⓒ 춘천인형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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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춘천인형극장의 대표 캐릭터인 '코코바우' 탈 그리기와 개구리 인형 만들기, 팬 파이프 만들기, 우산 장식하기, 소원달기, 나무뱃지 만들기, 낙서벽 등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지난해 어린이날, 춘천인형극장에 가려다가 당시 16개월인 쿠하가 너무 어리기도 하고 관람객도 너무 많아서 극장 문 앞에서 지레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호기심도 왕성하고 잘 걷는 이번 어린이날에는 같이 가도 제법 즐길 수 있을텐데, 아쉽게도 쿠하네는 이렇게 잘 차려진 '어린이날 잔칫상'을 여럿 두고 전라도 광주의 할머니댁에 가기로 했습니다.

집 앞에 두고도 즐기지 못하는 아스팔트 가족 그림 그리기며, 종이비행기 날리기 대회와 야외 인형극 공연을 저희 대신 맛있게 맛있게 즐겨주세요.


태그:#어린이날, #강원도, #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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