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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4월, 유난히도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휴지를 모우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 그들의 일당이 얼마인지 상관없이 가만 앉아서 세금탈루나 부정한 방법으로 떼부자가 된 이들의 삶보다 성스러운 삶이기에 감사했다.
 
밑바닥 인생이라고 깔보지 마라.
너희들 언제 단 한 번이라도
칼바람 부는 겨울 날,
뜨거운 햇살 내리쬐는 여름 날,
이들처럼 발품 팔아 먹고 살아본 적 있느냐?
 
경쟁의 대열에서 밀려나 절망하고 싶은 심정이 왜 없었을까? 그러나 그들은 손수레를 끌고 발품을 팔아가며 떼부자들의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거리를 배회하며 그들에게로 엄습해오는 절망과 맞서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손수레도 없거나 손수레를 끌 힘도 없어 자그마한 포터를 끌고 다니며 폐휴지를 모았고, 그들보다 조금 여유 있는 이들은 오토바이에 손수레를 묶어 기동성을 발휘하기도 했고, 트럭으로 골목을 누비며 폐휴지를 모으기도 했다.
 
나에게도 하루 3~4천원을 벌기 위해 손수레를 끌고 골목길을 누비며 쓰레기를 뒤적거릴 용기가 있을까? 그것만큼은 절대로 못하겠다고, 차라리 굶어죽는 편이 낫겠다며 절망해버리지는 않을까?
 
 
어느 야산 무덤위에 피어난 제비꽃을 담으려고 다가갔다가 뒤로 물러섰다. 그 곁에 고양이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긋이 똥을 바라보고 피어있는 제비꽃과 고양이똥을 외면한 피어날 꽃망울이 대조적이다.
 
문득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똥>이 생각났다. 둘의 관계가 그렇게 동화적으로 전개될 것만 같은 생각을 하니 그다지 나쁜 풍광이 아니다. 예쁜 것의 대명사 꽃과 못 생긴 혹은 더러운 것의 대명사인 똥이 그렇게 만날 수 있는 것, 그것이 자연이다.
 
똥,
더럽다 하지마라.
밥이 곧 똥이요, 똥이 곧 밥인 것을
밥이 똥이 되어 너희가 사는 것을
똥이 또 밥이 돼야하는 것을…
 
똥은 이렇게 흙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흙을 만나는 순간 그에게는 다양한 또 누군가가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담보하게 되는 것이다. 더러운 것에 대한 혐오증을 가진 인간은 흙으로 돌아가야 할 똥을 물로 보내버렸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결국, 인간은 더러운 물을 마실 수밖에 없게 되었다.
 
 
힘에 겨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문득 '나에게도 행운이 찾아왔으면'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남들이 다 누리는 것 같은 행운이 좀처럼 자신에게는 오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더 절망한다.
 
정말 다른 사람들은 행운이 따라주는 것일까? 그리고 내게는 행운 따위는 없는 것일까?
아니다. 힘겹게 하는 문제에 함몰되어 그것만 보다가 힘겹게 하는 문제 주변에 널려있는 행복을 보지 못한 결과이다.
 
행운만 찾다 행복을 놓치지마라.
행복은 지천에 널려있다.
세잎클로버처럼,
행운은 행복의 편린 속에 숨어있다.
행복을 보는 이들만이
네잎클로버 행운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잎클로버만 찾다가 세잎크로버도 제대로 보질 못한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듯, 행복을 뒤로하고 행운만 추구하는 우리 삶의 단편일 것이다.
 
 
누가 누구를 붙잡고 있는 것일까? '놓아버림', 내가 소망하는 것까지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종종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놓지 못함으로 인해, 그것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불평하며 삶을 낭비할 때가 있다.
 
내가 너를 붙잡은 것이 아니다.
네가 나를 붙잡은 것도 아니다.
함께 있어도 좋다면 함께 있고,
서로가 불편하면 제 길로 가자.
 
내가 붙잡은 것이라면 놓아버리고, 그가 붙잡은 것이라면 단호하게 끊어버리는 지혜가 비로소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물론 놓아버려야 할 것과 말아야할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코 놓아서는 안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4월, 긴 겨울을 밀어내고 수많은 꽃들이 피어났다. 그리고 한 때의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봄바람에 떨어졌다. 모든 인생이 꽃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듯, 그러나 결코 의미없는 것이 아님을 떨어진 꽃, 그 자리에 새록새록 자라나는 열매들이 보여주고 있다.
 
떨어진 꽃,
네가 있어 남은 꽃들 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니
떨어진 꽃, 슬퍼하지 말아라.
 
개인적으로 '잔인한 달 4월'이라 해도 마땅한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내 삶의 과정으로, 내 삶의 여정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그동안 살아온 방식들이 지금 내가 경험하는 모든 일들의 전초이므로 회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4월을 넘어 5월로 가는 계절, 뜨거운 5월의 햇살이 초록생명들을 더욱 더 풍성하게 하듯 우리네 삶도 풍성해지면 좋겠다. 그리하여 떨어진 꽃들과 작고 못생긴 것들과 경쟁의 대열에서 소외당한 밑바닥 인생들이라 여겨지는 모든 이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5월이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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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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