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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문불법경품 '딱 걸렸어'"

"<동아><중앙> 이어 조선일보도 '불법 경품'"

"조중동 불법경품 '구독료 인상' 후 기승"

 

마치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린 듯 하다. <경남도민일보>가 '신문의 날'을 전후로 포문을 거세게 열었다. 과점 보수신문들의 약탈적 불공정 판매행위를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는 의도가 짙게 배어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비장한 각오로 총대를 멘 기세다. <경남도민일보>의 불공정 신문거래행위에 대한 고발 릴레이 기사는 '신문의 날'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주목할 만하다. 성역처럼 여기며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다른 지역 일간지들과는 대조를 보인 대목이다. 박수받을 만 하다.  

 

<경남도민일보>의 끈질긴 불법경품사례고발 주목할 만

 

4월 3일 <경남도민일보> 우귀화 기자가 쓴 '동아일보 신문불법경품 '딱 걸렸어''란 제목이 가장 눈에 띈다. 이 기사는 "최근 경남지역 동아일보 지국에 현금이 불법경품으로 등장했다"며 신문지국에서 '신문을 보면, 돈을 주겠다'는 제보내용과 불법경품을 제공 받은 한 시민이 신문사 신고센터에 신고한 신문불법 경품 증거물을 사진으로 내보냈다.

 

이어 4일에도 '서울지역 일간지 불법 경품 '또''란 제목의 기사에서 <동아일보>에 이어 <중앙일보>도 연간 구독료의 20%를 넘는 경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지국이 돈으로 신문 구독자를 매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앙일보 지국이 불법 경품을 제공하다 걸렸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지난 2일 <중앙일보> 지국이 상품권과 <중앙일보> 일정기간 무료 제공 등을 조건으로 구독을 요청한 내용이 <경남도민일보> 불법경품신고센터에 신고됐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 "지국 관계자가 집으로 찾아와 1년 구독을 조건으로, 롯데상품권 3만 원과 <중앙일보> 8개월 치와 다른 지역 일간지 1년 치를 무료로 주겠다고 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경남도민일보>는 신문사 자체로 불법경품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보기드문 지역 신문사다. 지난해 4월 7일 개소 후 이제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5건의 접수를 대행했으며, 최근 이 가운데 1건에 대해 신고포상금 69만 원이 지급됐다.

 

2005년 4월부터 시행한 공정거래법 및 신문판매고시에 의해 신문 1년 구독료(한달 12000원 경우 144000원)의 20%를 초과하는 경품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의 월 평균 구독료 1만5000원을 감안하면, 3만 6000원을 넘으면 불법인 셈이다. 당연히 이를 제공한 신문 지국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게 <경남도민일보>의 일관된 논리다.

 

<경남도민일보>는 자체 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하면서 과감히 고발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남지역에선 <경남신문>과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불법경품신고센터를 운영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대행해 주고 있다.

 

다른 지역은 조중동 불법경품이 없는 걸까, 눈감아주는 걸까?

 

신문의 날을 맞아 <경남도민일보>는 사설 '다시 생각하는 언론의 사명'에서 과점 보수신문들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개탄했다. "독버섯처럼 근절되지 않는 신문 불법 경품으로 가장 공정해야 할 신문시장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제한 이 사설은 "말로는 사회의 공기이며 목탁임을 표방하면서도 불법을 서슴지 않는 서울지역 신문들의 이중성은 우리나라 언론의 부끄러운 역사이자 실태"라고 꼬집었다.

 

"독재 권력과 결탁해 거대 자본으로 성장한 역사는 접어두고, 신문시장의 공정성 측면에서만 봐도 이들 신문들의 작태는 한심하다"고 까지 표현했다. '자전거일보', '휴대폰신문', '비데신문'이란 소리가 전혀 근거 없이 흘러나온 게 아니라는 것. 이를 뒷받침하려는 듯 <경남도민일보>는 4월 17일 '조중동 불법경품 '구독료 인상' 후 기승'에서 다시 포문을 열었다.

 

"새 아파트 단지 중심 판촉행위가 빈번해 신문사 내에 설치된 신고센터에 이달만 3건이 신고 됐다"고 전했다. 이에 앞선 14일에도 이 신문은 '동아·중앙 이어 조선일보도 '불법 경품''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2만원 상품권과 6개월 무료조건을 내건 <조선일보> 판매형태를 고발했다.

 

8개인 경남지역 일간지들 중 <경남도민일보>의 이러한 용기 있는 보도와 내부 감시기능에 큰 박수를 보낸다. 그런가 하면 60여 만 명인 인구에 10개 이상의 지역일간지가 난립해 치열한 제 살 깎기식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북·전주에선 왜 이러한 기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까. 물론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조선> <중앙> <동아>의 불법경품 남발은 비단 경남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신문의 불법판촉행위를 강제하고 있는 신문판매고시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정부방침이 이들 소수 과점 보수신문들에게는 얼마나 반갑고 신나는 소식이었을까? 가히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수적으로 훨씬 우세한 지역 일간지들이 왜 이러한 기막힌 현상에 대해 침묵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80년 대 후반 언론자율화로 인해 신문사들이 앞 다퉈 창·복간되고 지역매체시장 자체의 몸집이 커지면서 보통 웬만한 지역은 일간지 수가 10여 개에 이른다.

 

"지역신문이여, '조중동'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맞서라"

 

그러나 국내 신문시장의 과점 트로이카를 철옹성처럼 구축하려는 조·중·동에게 만큼은 관대하다. 조그만 지역 사건사고나 일상사엔 깊숙이 관여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밥그릇을 호시탐탐 노리는 외적들에겐 관대하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죽하면 시민단체가 나서서 지역언론의 적극적 대응을 호소했다.

 

'지역신문이여, '조중동'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맞서라'는 제목부터 풍기는 메시지가 심상치 않다. 김환표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은 지난 4월 4일 인터넷신문 <선샤인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현직 지역신문 기자가 경품에 눈이 멀어 지역 신문을 죽이는 주범 가운데 하나인 메이저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니, 그 이야기를 듣고 할 말을 잃었다"며 충격적인 내용을 밝혔다.

 

"충격을 받았다기보다는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어이를 상실했다"라고까지 그는 표현했다. "내 목에 칼까지는 아니더라도 위험한 무기를 들이대고 있는 '적'이 내미는 경품에 눈이 멀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지역신문 기자가 이럴진대, 일반 독자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참 씁쓸할 따름"이라고 한 그의 지적에 십수년 이상을 지역언론계에 몸담아온 나는 한 없이 부끄러웠다.

 

김 국장은 "신문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는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신기한 것은 조중동의 그런 만행에 대해 지역신문사가 문제를 제기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며, 과문한 탓이겠지만 전북지역에서 지역 신문사가 조중동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혹 있다면 좀 알려주시길)"고까지 했다.

 

그의 호소와 주장을 뒷받침해 줄만한 자료는 곧바로 <기자협회>가 제공했다. <기자협회보> 민왕기 기자가 23일 쓴 '여전히 판치는 상품권·현금·무료구독' 기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최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의 '신문고시 재검토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신문의 불법 판촉 현장이 언론에도 속속 보도되고 있다"며 '상품권 7만원어치와 7개월 공짜 구독'을 외치며 공공연하게 판촉 활동을 하는 현장을 잡아냈다는 <한겨레>의 최근 보도와 <경남도민일보> 사례를 부각시켰다.

 

지국 간 생계를 위한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는 등 과당 경품제공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개치고 있다는 보도다. 더욱 시선을 끄는 것은 <기자협회보>의 '조중동, 신문고시 과징금 4년간 총 20억원' 제목의 기사이다.

 

 

조·중·동 4년간 신문고시 위반사례 '너무 심했다' 

 

공정위 심의결정·법위반 사례를 표와 함께 정리해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조·중·동과 판매지국이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신문고시 위반으로 20억1030만원의 과징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조·중·동은 총 537건 중 445건의 신문고시 위반으로 85%의 비율을 보였다. 신문사별 과징금은 <조선일보> 6억2490만원, <중앙일보> 5억5530만원, <동아일보> 4억8400만원 순이었다. <한겨레>는 1720만원, <경향신문>은 12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과징금 사유로 적발된 무가지(3개월 이상)는 <중앙>지국이 7만2020부, <동아>지국이 6만3693부, <조선>지국이 4만3872부로 조사됐다. 2007년에는 <조선><중앙><동아>가 지국에 무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각각 2억400만원과 1억7400만원의 과징금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결과만 보더라도 조·중·동으로선 신문고시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해 평균 1억원이 넘는 돈을 과징금으로 지급해야 하는가 하면 관행처럼 해오던 경품, 무가지, 끼워팔기 등을 통한 신문 확장도 부자유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이었을까. <기자협회보>는 신문고시 무력화를 우려했다. 기사에서 "신문고시 과징금은 2004년 2억여 원에서 2005년 6억여 원으로 최고치에 달했다"며 "그러나 2006년 2억5천만여원으로 하향세를 탔고 2007년에는 3000만원에 머물러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기능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2005년 신문고시 위반 신고포상금제와 공정위의 직권조사로 적잖은 효과를 거뒀던 신문고시가 다시 주춤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신문고시를 '비판신문 옥죄기'로 보는 시각이 '최소한의 규제'로 보는 시각을 지배하려드니 기막힐 노릇이다.

 

"불법판촉보다 언론의 책무, 사명감에 더욱 충실하길..."

 

조·중·동이 그간 신문고시의 위법성을 앞장서서 지적해 왔지만 공정위의 적극적인 활동이 미진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불공정한 게임을 그들이 시장에서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어코 신문고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23일 서동원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법령선진화추진단을 구성, 발족하고 소관 12개 법률(하위 법령 포함)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오는 9월 말까지 팀별로 실무안을 마련한 뒤 자문과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11월중 개선방안을 확정하고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법 개정 또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벌써부터 과점 보수신문들은 "신문-방송 벽 허물고 자율과 경쟁 원칙으로 가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동아>가 그 중 가장 신났다. 24일 '신문 방송 겸영 OECD국 중 한국만 불허… 청 "지상파도 대상"', '신문법 재개정 독소조항 많아… 공정위 "신문고시 개정 방침"', '언론단체 정리 신문발전위-유통원 등 예산낭비 기구 통폐합' 등의 기사에서 묻어난다. 한나라당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내세우며 모든 게 뜻대로 잘 돼간다는 듯 술술 풀어나갔다. 

 

과연 그럴까. 만약 신문고시가 폐지된다면, 불특정 다수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양산하는 속에서 그 수혜자만큼은 명백해진다. '자전거일보', '상품권일보' 들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역신문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그들을 비호한다면 '보수신문에 대한 보은'이라는 전면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고시의 재검토 운운만  할 것이 아니라, 그간의 시행착오를 점검한 뒤 더욱 내실 있는 수정·보완안을 연구해야할 것이다. 그것이 '공정거래'의 존재 이유다.

 

이 보다 언론은 영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사회전반을 감시하고 구석구석을 보살펴야 할 책무와 사명감이 그것이다. 변방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역신문 종사자들은 조·중·동이 불법판촉보다는 언론의 책무와 사명감에 더욱 충실하길 바라고 있다.


태그:#신문판매고시,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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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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