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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더 플래닛: 베트남(Racing The Planet: Vietnam)

베트남 대회는 오지 레이스 전문 기획사 레이싱 더 플래닛(Racing The Planet)이 만든 '+1 대회'다.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거나 오지 레이스 골수 마니아들을 위한 이벤트 형식의 대회로 올해 처음으로 베트남 북부 사파 지역에서 2월 18일부터 23일까지 열렸다. +1 대회는 매년 장소를 바꾸어 새로운 세계와의 소통을 목표로 한다. 내년에는 아프리카 남서부에 펼쳐진 아름다운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에서 열릴 예정이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허브, 베트남

베트남은 우리와 상당히 비슷할 뿐만 아니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관리들의 부정 부패가 심하고, 끊임없는 외세와의 싸움에서 나라를 지켜낸 점, 나라가 둘로 나눠어져 있다가 하나로 합친 과정 등. 물론 우리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지만 어쨌든 국가와 국민 전체적으로 서바이벌 능력이 아주 뛰어난 나라다.

얼마 전까지 우리에게는 '베트남'하면, 전쟁이라는 살육의 아픈 기억이 더욱 강하게 남아 있었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많은 아픔과 희생이 끊임없이 이어져오던 베트남은 1986년 12월 전당대회 때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는 '도이모이' 정책을 채택한 후 무서운 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상처 받은 기억을 털어냄과 동시에 새로운 러닝화로 바꿔신고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의 약 1.5배 이상 크기의 면적과 풍부한 천연자원, 1년에 2~3모작이 기본인 비옥한 토지의 자연환경, 지리적 여건, 부지런함과 강인함을 지진 베트남은 분명 중국을 대신하는 동남아시아의 신흥 강자로 올라설 여지가 충분히 있다. 현재 수많은 기업들의 투자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베트남은 분명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의 땅이 될수가 있다.

10번째 오지 레이스 완주 도전

 캠프 이동중 잠시 휴식
ⓒ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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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 나에게 있어 베트남과 베트남 대회는 어떤 의미인가?

사실, 이번에 베트남을 처음 가보기 전까지 현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나에게 베트남이란 오직 전쟁영화에서 본 정글과 삼각형의 대나무 모자를 쓴 사람들, 경제에 관련된 뉴스에서 보는 그곳 이야기 그리고 베트남 쌀 국수만을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아! 또 하나, 베트남 전통 의상인 옆단이 길게 파인 '아오자이'를 입은 날씬한 베트남 아가씨들의 자태가 묘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곤 했다. 그 동안 베트남은 여러 번 갈 기회가 있었지만 이상하게 번번히 일이 틀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 반대로 예정에 없던 베트남을 가게 됐고 10번째 오지 레이스 완주 도전을 베트남에서 하게 됐다.

베트남 대회는 처음부터 내가 간다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원래 3월 말에 열리는 칠레 아타카마사막 대회를 참가하려고 계획 중이었기에 추운 겨울은 '방콕'하며 겨울잠을 자고 싶었다. 그런데 주최측으로부터 끈질기게 참가 요청이 들어와서 갑작스레 참가 결정을 해버렸다.

대회 참가 결정 후 남은 기간은 2개월. 하지만 12월에 남극 대회를 마치고 음주와 가무로 이어지는 연말과 연초 분위기에 편승한 폭식은 나의 몸무게를 자꾸만 불려 순식간에 78kg에서 86kg로 만들어 버렸다. 원래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항상 음식 조절을 통해 관리를 해야 하지만 이미 물잔은 엎질러진 상태다. 부랴부랴 정신 차리고 동네 체육관에 등록하고 먼저 늘어난 체중을 줄이기로 했다.

다이어트는 배고픔과의 처절한 싸움

 고산족 아낙들과 함께
ⓒ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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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고 또 참가하는 대회들의 특징은 대회 기간 중에 기본 장비를 자신이 휴대하고 식사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급자족(서바이벌) 어드벤처 레이스들이다.

이번 베트남 대회도 예외 없이 자급자족 대회로 열린다. 총 대회 기간은 6일이며 달릴 거리는 250km(하지만 폭우로 인한 코스 유실로 227km로 줄어 듬), 원시림과 산길을 헤치며 달려야 하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더욱이 코스가 생소하고 전혀 정보가 없는 지역의 대회라 남극 대회보다 더욱 부담감이 생긴다. 원래 평상시에 운동을 거의 안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에는 몸무게도 문제고 코스도 험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벼락치기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먼저 대회 전까지 목표 체중을 77kg로 잡았다. 그리고 실질적 준비 기간을 따져보니 이것 저것 빼고 나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달이 나왔다. 한달 안에 몸무게를 9kg 빼고 오지 레이스 용으로 몸을 개조해야 하는 숙제가 생긴 것이다.

체중 증가의 절대적 원인은 음식물 과다 섭취와 음주를 꼽을 수 있다. 담배는 냄새 자체를 아주 싫어하고, 술은 즐겨 찾아 마시는 타입이 아니라 음주도 문제가 아니다. 역시 나에게 가장 커다란 문제는 식사량이다. 먹는 걸 너무 사랑하기에(아쉽다, 땅을 사랑해야 하는데…) 어떻게 음식량을 조절하여 급격한 다이어트 후유증 없이 짧은 시간 안에 대회용 몸으로 만들지가 관건이다.

나의 경우 일정한 양의 음식물이 공급이 안될 경우 동공이 열리며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낀다. 생으로 배를 굶는 고독한 싸움은 일정 시간이 지나서 적응이 되기 전까지 사람을 약간의 '패닉' 상태로 몰고간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짜증이 많이 생겨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다.

그 적응 기간이 대략 2~3주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이 지나면 위의 크기가 줄어든 느낌이 생긴다. 식사량도 평소의 60% 정도만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고 평상시에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일단 고정 무게로 5kg 정도 살을 빼면 그후부터 10kg 이상 살빼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세상에는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과 비법들이 나와있고, 살 빼기 위한 비용의 지출들이 엄청나다. 후유증 없이 단기속성으로 살을 빼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하기를 바란다. 이전에 최고 몸무게 100kg 정도에서 30kg 이상의 몸무게를 단 2달 만에 뺀적이있는 나름대로의 살빼기 전문가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오지 레이스에서 요구하는 근력을 만들며 살을 빼야 하는 일은 부담감 '백배'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준비하는 시점이 연말과 새해의 분위기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1월이다. 그리고 2월은 또 다른 지뢰밭인 설날이 남아 있다. 나 같이 먹는 걸 사랑하는 사람들은 연말연시, 명절 때에 안 먹고 사는 건 고문보다 더 심한 상 고문이다. 마치 누구들이 땅을 한 평이라도 안 사 놓으면 미치듯이, 특히나 그곳이 미래의 개발지역이라면 더 더욱….

첫날 105km 지옥의 레이스

 하노이-라오카이 야간열차
ⓒ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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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Ma Cai - Pha Long - Muong Khuong - Coc Ly

대회전 주최측으로부터 긴급공지사항으로 급하게 추가된 용품이 하나 있다. 방수가 되는 비비백이다.

비비백은 쉽게 말하면 아주 작은 1인용 텐트 개념인데 등반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문 용품이다. 이전에 없던 비비백이 추가된 이유인즉, 현지에 많은 비가 올지 모르기에 각자의 편의와 위급상황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비라! 가수 '비'도 아니고 화투의 '비'도 아닌 내가 달릴 때 가장 싫어하는 비. 그 비를 맞고 진흙탕 속의 정글과 산속을 헤매는 모습이 벌써부터 환각 같이 눈 앞에 펼쳐진다. 또 항상 모든 것이 비에 젖어서 축축하고 물침대도 아닌 진흙탕 속의 구정물에서 자는 듯한 잠자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축축해지는 게 소름이 끼친다.

대회 장소까지 가는 여정도 결코 쉽지는 않았다. 그 과정을 설명하면, 16일 밤 하노이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9시간 후인 17일 베트남 북부 지역인 사파에 도착을 했다. 대회는 다음날인 18일 시작. 원래 예정 코스는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지역부터 시작하는 걸로 알았다. 그런데 출발 지점을 보니 완전 반대 지역으로 최근까지 외국인들이 많이 안 가는 지역이라 한다.

기차역이 있는 라오카이에서 미니버스로 5시간 정도 떨어져있는 출발 장소까지 구비구비 산을 넘어가는데 비가 와서 진흙탕속인 주변을 보니 앞으로의 남아 있는 날들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캠프에서
ⓒ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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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마라톤, #어드벤처레이스, #베트남, #사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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