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금산사

( 1 / 20 )

ⓒ 조정숙

모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국보 제62호인 금산사를 찾았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금산사는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이 중생을 교화한 것을 상징화한 법당이 있는 곳이다. 4월 말경이지만 기온이 많이 올라 아이스크림을 찾을 만큼 더운 날씨다. 금산사는 처음 가보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사찰에 비해 궁금한 게 사실이었다.

 

근교 학교에서 소풍 나온 학생들이 이동 아이스크림 가판대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찾아온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학생들이 나무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보인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자 사찰을 상징하는 깃발이나 괘불을 세울 때 지탱하기 위하여 세운 두 개의 받침대인 당간지주가 보인다. 우리나라 당간지주 중에서도 가장 완성된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높이 3.5m로 양쪽 지주가 남북으로 마주 보고 서 있다.

 

당간지주를 지나 계단을 오르자 탁 트인 넓은 경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편은 지금은 흙으로 되어 있는 넓은 마당이지만 오래전 초등학교 때 이곳으로 소풍 왔을 때는 잔디밭으로 만들어진 광장이었단다.

 

마당 오른편에는 8각 지붕의 미륵전이 3층으로 되어 있고 우장한 모습이 다른 사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참회와 발언의 장소인 미륵전의 미륵 삼존불은 복원 공사 중이었다. 금산사 경내를 조용히 걸어본다. 대웅전 뒤편으로 모악산의 산 벚꽃이 대웅전을 아름답게 감싸고 지나가는 뭉게구름이 잠시 머물며 쉬어간다.

 

꽃이 지고 녹색의 잎이 한들거리는 벚나무 아래에는 뭔가를 열심히 하는 어른과 학생이 보인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 선생님과 제자 사이다. 소풍 나온 학생들이 보물찾기할 수 있는 보물딱지를 접어 경내 이곳저곳에 숨길 모양이다.

 

보물딱지를 다 접은 선생님과 제자가 돌 틈 사이사이에 딱지를 감추고 있다. 예전에 보물찾기 했던 기억이 스친다. 나는 선생님께 "보물딱지 장소를 아이들에 가르쳐줘도 될까요? 내가 어렸을 적 한 번도 보물찾기를 못해서 서운했던 기억이 나는 걸요?" 했더니 "그러세요!"라며 간단한 대답을 하고 빙그레 웃는 모습으로 답한다.

 

어느 학교에서 오셨나요? 했더니 "전주서중에서 왔답니다" 한다. 매번 보물찾기에 실패를 했던 나는 돌 틈 사이에 빠끔히 보이는 보물딱지를 꺼내 나도 보물 찾았다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꿈틀거리지만 주책이라는 생각에 참고 돌아선다.

 

 
커다란 나무들이 사리탑을 감싸고 있는 형상을 한 사리탑 앞을 지나 대웅전 뒤편으로 내려가니 과거 시험의 문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주어 머리에 꽂았고, 진찬 때에 신하들이 사모에 꽂던 꽃으로 알려진 붉은색의 '어사화'가 반긴다. 축 늘어진 꽃의 모양이 "암행어사 출두요"라며 금방이라도 암행어사가 어사화가 꽂힌 사모를 쓰고 나타날 것만 같다.

 

몇 발짝 지나자 신기한 모양을 한 꽃이 보인다. 나무는 한그루인데 꽃의 색깔이 핑크색과 흰색으로 두 가지의 색을 띠고 피어 있다. 변형된 꽃인지 원래 그런 품종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름대로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아름답다.

 

부산에서 불자들이 금산사 사찰견학을 왔나 보다. 부산해운대마을이라는 티셔츠를 입고 스님을 따라 사찰의 건물과 국보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스님의 특유한 경상도 사투리가 구수하게 들린다.

 

"오늘 날씨가 무척 덥지예. 여러분들은 머리카락이 햇빛을 가려주지만  지는예 빡빡머리라서 더 뜨겁씸더 보살님들 더워도 쪼매만 참으시소."

 

스님이 이렇게 말하자, 불자들이 모두 한바탕 웃어 잔잔했던 경내를 지나 모악산을 돌아 메아리 되어 돌아온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세련된 스님의 말에 박장대소한다. 넓은 마당 한편에는 오래된 산사나무가 대웅전을 바라보고 있다.

 

금산사 경내의 이모조모를 살피다 보니 1시간 정도가 족히 걸린 것 같다. 입구를 향하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사찰을 구경하기 위해 금산사를 찾았나 보다. 멀리 입구 근처에 부서지는 햇살 사이로 한 무리가 보인다. 서로 도와가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다. 금산사의 풍경은 봄과 여름을 들락거리며 언제나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태그:#금산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