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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홀 골프장 예정부지(충북 미원면 가양리 일대) 1만여평 산림 수 천그루가 불법 벌목된 것으로 나타났다.
 9홀 골프장 예정부지(충북 미원면 가양리 일대) 1만여평 산림 수 천그루가 불법 벌목된 것으로 나타났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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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군 공무원들이 이븐데일 골프장(18홀, 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공사와 관련해 집단 돈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당 골프장 건설업체가 대규모 불법산림훼손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의혹이 일고 있다.

이븐데일 골프장 조성 공사장 인근에 사는 주민 박아무개(51)씨는 지난달 11일 해당 골프장 건설업체인 ㈜경원실업을 불법산림훼손 혐의로 청원군청 산림과에 고발했다.

㈜경원실업은 18홀 규모의 이븐데일 골프장 조성 공사를 벌이고 있는 업체다. 산림이 불법훼손된 지역은 이 업체에서 9홀 규모의 골프장을 추가 건설할 예정지역이다.

청원군, 만여평 산림 불법훼손 수년 동안 몰랐다?  

박씨가 당시 고발장을 통해 제기한 산림 불법 훼손 면적은 3만9000㎡(약 1만2000평, 미원면 가양리 산 41번지 일대)에 달하며 훼손기간도 지난 2003년 5월부터 2006년 3월까지로 수년간에 걸쳐 있다.

하지만 관할 기관인 청원군은 박씨의 고발이 접수되기 전까지 산림훼손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다 고발을 접수하고도 한 달이 넘게 해당 건설사 관계자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보다 못한 박씨는 최근 사비를 들여 인부 3명을 고용, 이틀 동안 무단 벌목된 그루 수를 일일이 세는 작업을 벌였다. 이어 지난 11일 그 결과를 청원군에 제출했다.

박씨가 해당 지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개 구역에서 직경 10㎝ 이상 참나무와 소나무 등 모두 1809그루가 잘려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참나무 1265그루, 소나무 132그루, 기타 412그루 등이다. 베어진 나무 중 직경이 25㎝인 나무도 420여그루에 이른다.

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일대 건설중인 18홀 골프장. 이 골프장은 인허가 과정에 집단 돈로비 의혹이 일고 있다.
 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일대 건설중인 18홀 골프장. 이 골프장은 인허가 과정에 집단 돈로비 의혹이 일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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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나머지 4개 구역의 경우 무단 벌목 후 포크레인으로 뿌리를 제거하는 등으로 조사가 불가능,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이를 포함할 경우 무단벌목 그루 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원군 관계자는 16일 "고발 접수 면적이 워낙 넓어 그동안 산림훼손 여부만을 조사했다"며 "조만간 관련회사 대표를 불러 산림훼손 이유 등을 조사해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사법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민의 고발이 있기 전에는 불법산림 훼손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관할 군청이 수년 동안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갈 때까지 이를 인지조차 하지 못한 이유는 물론 해당 업체가 버젓이 대규모 산림훼손을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담당 공무원-고위공무원-지방공무원.. 집단로비 의혹

이와 관련 최근 청원군이 해당 건설업체로부터 무차별 금품로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원군이 해당 업체의 불법행위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 입수 자료와 <충청리뷰> 보도에 따르면 골프장 건설 공사 인허가 과정에서 관계 공무원들이 전방위 로비를 받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변 관계자들의 녹취증언 자료에는 청원군 간부 공무원, 청원군 담당 공무원, 지방의원, 산림청 공무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금품전달 정황이 적시돼 있다. 증언자들은 당시 경원실
업 중역의 농장관리인 및 회장 운전기사로 일했던 Y씨와 당시 경원실업 본부장을 맡아 허가 업무를 추진했던 K씨 등이다.

당시 경원실업 본부장이었던 K씨는 자신이 겪었던 두 가지 돈봉투 전달 미수건을 밝히고 있다. 한 건은 산림청 담당직원에 대한 건이고, 다른 하나는 청원군청 담당 공무원에 관한 건이다.  

집단 돈 로비 의혹이 일고 있는 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이븐데일 골프장 공사현장 입구
 집단 돈 로비 의혹이 일고 있는 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이븐데일 골프장 공사현장 입구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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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K씨는 "지난해 구정 무렵 대전에 있는 산림청을 방문할 때 H회장과 동행했는데 담당 공무원에게 서류를 전달하면서 엔화 20만엔(한화 약 200만원)이 담긴 봉투를 끼워 내밀
었다"며 "담당 공무원이 돈봉투를 발견하고는 '그냥 가져가라'고 다그쳐 할 수 없이 다시 돈봉투만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시 산림청 공무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를 통해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해 산지 전용허가와 관련 한 민원인이 협의 서류속에 봉투를 끼워 내밀어 '가져가라'고 한 바 있다"고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하루 평균 10명 정도의 민원인이 찾아와 어느 회사 관계자인지는 모르나 서류와 무관한 봉투를 내밀어 당시 상황은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청원군의 골프장 관련 업무를 담담하는 공무원 A씨에게는 200만원을 전달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원실업 전 K본부장은 회사 H회장의 지시로 지난해 구정 이틀 전에 와인 포장지 속에 200만원을 넣어 A씨 집에 전달했다는 것. K본부장은 공무원 A씨가 금품 수수를 완강히 거부해 돈을 되가져 갔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충청리뷰>는 A공무원이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청원군청 고위공무원-지방의원, 금품수수 의혹 부인

골프장 공사현장 내 벌목된 나무
 골프장 공사현장 내 벌목된 나무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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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본부장은 청원군 간부급 공무원 C씨의 금품수수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설을 앞두고 H회장이 간부 공무원 C씨의 집으로 인사를 하러 갈 때 종이가방을 들고 갔다는 것.

K본부장은 "당시 H회장의 차를 운전했다"며 "C씨의 집에 두고 나온 종이가방이 돈 가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간부공무원 C씨는 "H회장을 직접 본 적이 없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모 지방의원에 대해서도 금품로비 의혹이 제기하고 있다. 경원실업 중역의 농장관리인 및 회장 운전기사로 일했던 Y씨는 "2007년 초경, H회장이 상당공원 부근 일식집에서 B의원을
만날 때 운전기사로 함께 갔다"며 "H회장이 일식집으로 들고 들어갔던 종이가방(돈 가방)을 나올 때는 B의원이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지방의원은 "해당 일식집에서 H의원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경원실업이 벌이고 있는 해당 18홀 골프장은 사업부지 면적 99만 4000㎡(약 30만평)로 지난해 5월경 사업허가를 받아 내년 8월경 준공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인근 미원면 가양리 일대 3만9000㎡(약 1만2000평, 미원면 가양리 산 41번지 일대)에 9홀 규모의 골프장을 추가 건립할 예정에 있다.


태그:#청원군 ,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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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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