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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학교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을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1. 0교시 수업 및 심야 보충수업 금지 폐지

2. 중고교 전면적 우열반 편성 금지 폐지

3.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 국영수 수업 금지 폐지

4. 영리단체의 방과 후 학교 참여 금지 폐지

5. 학원 등 사설기관의 모의고사 금지 폐지

6.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포괄적 장학지도권 폐지

7. 교장, 교육장, 국장급 장학관 등의 임명권 대통령에서 교육감으로 이양  등

 

지금도 6시부터 12시까지 학습하는 아이들

 

가장 먼저, 0교시 수업과 심야 보충수업 폐지는 학생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 뻔하다. 이 정책이 발표되기 전에도 몇몇 학교에서는 편법적으로 0교시와 심야 보충수업을 진행해왔다. 학생들은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침을 거르고 학교에 간다. 그리고 하루 10교시의 수업을 듣고, 밤 12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그나마 학원이나 과외를 가지 않는 학생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과학기술부는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비과학적인 학습을 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건대, 학생들의 건강 악화는 물론 생명까지 위협할 만하다.

 

이런 지옥같은 환경을 만들어 놓을 첫 번째 조항 외에 나머지 조항들을 보면 '이명박정부가 학생들의 생명을 담보로 교육사업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마저 들게 만든다. 초등학교의 방과 후 국·영·수 수업 금지 폐지를 만들어 놓고서는, 바로 그 뒤에 영리단체 방과 후 학교 참여 금지 폐지를 넣었다. 결국 교육사업자들에게, 전국의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이라는 엄청난 시장을 열어준 것이다.

 

게다가 '전국연합학력평가' 등으로 판을 깔아놓은 이명박정부는 학원 등 사설기관의 모의고사 금지 폐지라는 조커 패까지 교육사업자들에게 넘겨주었다. 게다가 우열반까지 편성할 수 있게 만들어서, 가뜩이나 '전국연합학력평가'로 심리적인 압박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을 더욱 큰 절망과 좌절로 빠져들게 만든다.

 

물론 이런 심리적 압박과 서열화는 사교육시장에 대한 더욱 큰 의존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이번 학교 자율화 정책으로 웃는 것은 교육사업 종사자와 교육관련 종목에 투자한 주식투자자들뿐일 것이다.

 

이런 자율화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철학을 잘 드러내 준다. 기업규제를 푸는 것과 똑같이 교육과 관련된 규제를 풀어서, 교육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팝니다, 아주 자율적으로

 

'교육=상품'이라는 철학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이런 조치를 단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국의 학생들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일 뿐이고, 그 상품제공자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규제를 푸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최소한의 포괄적인 감시/규제 수단인 장관의 장학지도권조차 없어졌을 뿐더러, 장학관의 임명조차 이양함으로써 교육에 대한 사회적·국가적 책임까지 회피하려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라는 규제 장치가 엄연히 존재한다. 시장주의자들의 상식에서조차도 벗어난 것이다. 교육이 상품이 아니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할 수준이다. 상품과 시장을 인정하더라도 감시는 하지 않느냐는 말이 급진적으로 들릴 정도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운명은 교육사업자들에게로 넘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업자들의 도덕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다 같이 기도하자. 이명박 대통령께서 이야기하던 하느님의 나라에, 제발 우리 아이들이 '(입시)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를 말이다.


태그:#학교자율화계획, #0교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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