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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손만두... 가게 밖에서 본 풍경...
▲ 수라손만두... 가게 밖에서 본 풍경...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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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지하철을 타고 부산까지 서점나들이를 할 때가 있다. 전철을 타고 서면에서 내려서 영광도서나 교보문고에 출정(?)하는 것이다. 가끔은 기독교서점에도 간다.

이곳 양산에도 제법 큰 서점이 있지만 가끔 찾는 책이 없거나 전문서적을 구해야 할 땐 부산까지 가야 한다. 이렇게 가끔씩 부산 서면에 있는 서점에 갈 때면 들리는 곳이 있는데 바로, 서면시장 국밥 골목 안에 있는 '수라손만두'집이다.

이곳은 그동안 주인이 몇 번 바뀌었지만 10년이 훨씬 넘은 맛집이다. 오늘은 나도, 남편도 서점에 볼 일이 생겼다. 내가 먼저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고 있으면, 밖에 일을 보고 있던 남편은 서점으로 바로 오기로 둘이 약속을 했다. 우선 서점에서 책을 사고 난 후, 몇 번 간 적이 있는 서면 시장 내 수라손만두에서 만두를 먹기로 했다.

만두를 좋아하는 남편, 나 역시 좋아해서 둘이 쿵짝이 잘 맞아 가끔 나들이하는 서면 시장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가격도 서민적이니 우리 호주머니 사정에 딱 맞다. 그러니 크게 부담도 없고, 좋아하는 만두를 먹고 가는 것이다. 우리의 즐거운 나들이 겸 맛 집 순례이다.

손만두집 안에서... 바깥쪽으로 본 풍경...수증기 솔솔 피어오르고...
▲ 손만두집 안에서... 바깥쪽으로 본 풍경...수증기 솔솔 피어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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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광도서에 들러서 필요한 책을 찾고, 앉을 자리가 없어 불편한 서점 안에서 서 있다가 쭈그리고 앉았다가 하면서 몇 시간동안 책을 읽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 남편은 조용히 들어와 지금 왔다고 말했다. 그는 4층으로 올라가 필요한 책을 사서 내려왔다. 밖으로 나와 서면시장 국밥골목으로 들어갔다.

고기 만두... 보기보다 훨씬 크다...
▲ 고기 만두... 보기보다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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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칼국수... 면발도 국물맛도 좋다...
▲ 손칼국수... 면발도 국물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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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골목 중간쯤에 '수라손만두'가 있다. 연방 뿜어내는 수증기가 훈훈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맛집이다. 아침에 가볍게 밥을 먹고 나와 온종일 거의 빈속이었던 나는 배가 고팠다. 해서 이번엔 칼국수랑 만두랑 같이 먹기로 했다. 칼국수 하나, 고기만두 하나를 주문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었다. 만두 맛도 좋고, 칼국수 국물 맛도 괜찮았다.

서면 시장 안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라손만두 앞집에는 국밥을 찾는 손님들로 연방 북적대고 있고, 이곳 수라손만두집에는 커다란 찜솥에서 수증기가 연방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알전구 밑에서 열심히 손 만두를 빚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이곳엔 모두 네 사람이 일을 하는데 교대로 하고 있다.

열심히 만두를 빚고 있는 모습... ...
▲ 열심히 만두를 빚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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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하게 빚어놓은 손만두.. ...
▲ 두툼하게 빚어놓은 손만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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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지나다가 보면  알전구 아래서 넓은 소쿠리에 빚어 놓은 두툼한 손만두와 부옇게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보면 저절로 군침이 돌게 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가게 안은 총 5평 정도 될까. 안으로 들어가면 탁자와 의자가 3평 남짓 되는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작지만 그야말로 인기도, 맛도 쏠쏠한 손 만두집이다.

이 집의 손만두는 크기도 큼직하고 맛도 좋아서 그런지 괜시리 인정스럽게 느껴진다. 만두는 고기만두, 김치만두, 피자만두 등이 있다.

메뉴판 ...
▲ 메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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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칼국수와 손만두의 만남... ...
▲ 손칼국수와 손만두의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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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 손만두집에는 언제나 손님이 많다는 듯 만두를 찌는 커다란 솥은 계속해서 뿌연 수증기를 뽑아 올리고 있다. 연방 뿜어내는 넓고 큰 찜 솥의 수증기를 보노라면 어린 시절, 구정 설을 쇠기 위해 떡집에서 줄을 서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좁지도 않은 떡 방앗간이건만 그런 날이면 원근각처에서 걸음 한 사람들로 그야말로 미어터질 듯했다.

사람들은 의례 그렇다는 듯 늦게까지 떡을 해 가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떡을 찌느라 떡 방앗간 안에는 온통 수증기로 가득했다. 그것은 따뜻하고 좋은 냄새가 났다. 하얀 시루떡이 되어 나오고, 팥고물을 한 시루떡, 가래떡, 절편 등이 마술처럼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서 있었다. 가래떡이 기계 안에서 길게 나오면 가위로 잘라 통에 가득 담긴 물에 담가서 꺼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리가 아파오고 좀이 쑤시지만 참아야 했다. 이른 아침에 떡 방앗간에 당도해도 저녁 해가 질 무렵에야 겨우 떡을 해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던 그 시절, 문득 수라 손만두집의 따뜻하고 뿌연 수증기는 그때 그 시절, 구정을 앞둔 떡 방앗간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수라 만두집이 아주 친근하게 와 닿은 것 같다.

오랜 만에 서면 시장 안 손만두집에서 만두를 먹고 나온 우리는 시장을 벗어나 길을 걸었다. 남편은 길을 나서며 "이젠 그만 와야겠다"고 했다.

왜? 라고 묻지 않고 나는 물음표를 단 얼굴로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가 만들어 주는 손만두를 먹고 싶단다. 졸지에 손만두 만들게 생겼다. 안 그래도 내가 만드는 만두를 먹고 싶다고 얼마동안 노래를 불렀던 남편이다. 우리는 가끔 외식을 할 때면 그 음식의 재료가 무엇무엇이 들어갔는지 연구라도 하듯 눈여겨보고 맛을 보곤 하는 버릇이 있다. 특히 맛있는 집이면 말이다. 만두도 다르지 않다. 아무래도 내 손맛이 들어간 만두를 곧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따뜻한 수증기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연방 떡을 만들어 내듯, 만두를 빚어내느라 형광등과 알전구 아래서 바쁜 사람들이 있는 추억을 일깨우는 수라손만두 집을 찾아올 것 같다.

작지만 알차고 맛있는 서면 시장 안 손만두집, '수라손만두'는 서면 서면시장 국밥골목 중간쯤에 있다. 동보서적 맞은 편 골목이다.

덧붙이는 글 | '수라손만두' 부산 광역시 부산진구 부전2동 256-6번지 (051-816-5044)
* 밤 10시까지 영업함. 밤 9시 30분이면 마칠 준비를 함.

<우리 동네(학교) 맛집> 응모글'입니다.



태그:#손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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