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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18대 총선 당선자들의 '뉴타운 거짓 공약'이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선거기간 동안에 오세훈 시장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오 시장으로부터 마치 지역구에 뉴타운 유치 약속을 받아낸 것처럼 '허위 선전'을 하는 동안 오 시장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바람에 서울의 표심이 왜곡됐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14일 <한겨레신문>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선거 기간에 시장이 직접 나서서 답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대신 시의 책임자급 간부인 균형발전본부장이 1회, 뉴타운사업기획관이 1회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서울시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답했다.

 

14일 저녁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와의 대담에서는 "서울시 지역구의 반이 넘는 후보들,특히 여당후보들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서울시장으로서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내가 자꾸 설명하게 되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선거 기간 "10개 이하로 추가 지정하겠다"

 

그러나 선거기간에 보도된 오 시장의 인터뷰 발언들은 그의 설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오 시장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지난달 26일자 <아시아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임기 중에 뉴타운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오 시장은 다음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뉴타운을 지정·발표해 달라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요구가 많지만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추가 지정 대상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총선 이후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에 뉴타운을 10개 이하로 최소화해 추가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임기중에 뉴타운 발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라는 조건을 붙여 뉴타운 추가지정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여당 소속 서울시장의 이러한 발언을 한나라당 후보들이 이용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고, 일부 후보들은 오 시장을 팔아 지지표를 긁어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선이 끝나고 14일 오 시장은 "강북의 부동산 값이 조금씩 들썩이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시는 뉴타운 추가 지정을 절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종전의 입장'으로 되돌아갔다.

 

오 시장의 발언이 한나라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을 뒤집은 것으로 해석되자 서울시는 이날 오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시기에는 뉴타운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향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전제로 할 때 4차 뉴타운 추가지정의 시기와 대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시장 발언을 해명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쯤 되면 오 시장이나 서울시가 뉴타운 추가 지정을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헛갈릴 정도다.

 

 

애당초 충족 불가능한 '두 가지 조건'을 굳이 언급한 이유는?

 

<오마이뉴스> 기자는 15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찾아가 오 시장에게 왜 총선 기간 동안 신문들에 한 얘기와 지금 하는 얘기가 다르게 비치는 지를 물어봤다.

 

오 시장은 "어떤 언론은 '한다'고 보도하고 또 어떤 언론은 '안 한다'고 보도했지만, 나는 왔다갔다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논란이 된 <한국경제> 인터뷰에 대해서는 이렇게 해명했다.

 

"그 때 인터뷰할 때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1~3차 (뉴타운) 지정된 것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시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 다음에 (기자가) '만약 하게 된다면 몇 군데나 가능하냐'고 질문해서 '그렇게 되면 아마... 그래도 10군데를 넘지 않겠죠'라고 답변했다."

 

그 자신은 "두 가지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는 단서를 분명히 달았음에도 언론이 "뉴타운 추가 지정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문제가 확대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오 시장이 얘기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뉴타운 사업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게 부동산업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2년 시장 시절에 첫 삽을 뜬 이래 뉴타운 사업은 예외 없이 해당지역의 부동산 폭등으로 귀결되었고, 1~3차 뉴타운 35곳의 사업 진척도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입주가 시작된 곳은 길음뉴타운 한 곳에 불과하고, 3차 뉴타운 11곳 중 절반이 넘는 6곳에서 개발의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비 촉진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일단 접지만 선거 다가오면 언제 다시 또 꺼내들지...

 

시장선거에서 뉴타운 공약으로 '재미'를 봤다가 나중에 낭패를 본 오 시장이 자신의 시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한 한나라당 후보들을 적극 제지하지 않은 것도 눈총을 사고 있다.

 

오 시장은 2006년 시장 선거에서 "뉴타운을 임기(2010년 6월) 내에 50곳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는데, 지난달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는 문제의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고백했다.

 

"공약할 때는 몰랐다. 얼마나 폭발성 있는지.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뜨거운 맛을 봤다. 중앙정부 정책이 서툴렀던 점이 컸지만 부동산 가격을 잘못 건드리면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교육을 받았다. 기회다 싶었다. 추가로 15곳을 더 지정해 50곳 정도해도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무기한 유보하자고 결심했다."

 

그러나 뉴타운의 '무기한 유보'를 얘기했던 오 시장이 총선이 끝난 시점에서는 "현 시점에서는 절대 고려하지 않지만, 두 가지 전제조건만 해결되면 재추진"이라고 입장을 다시 정리했다.

 

오 시장의 본심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야당에서는 한나라당이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또 다시 '뉴타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지금은 선거도 끝났고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뉴타운 카드를 접지만, 선거가 다가올 즈음에는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이 시작한 뉴타운을 마무리한다"는 명분으로 표심을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에 대한 오 시장의 의중도 그 때쯤이면 명확히 가려지겠지만, 서울시장이 부동산 폭등을 몰고 온 총선 후보자들의 '지키지 못할 약속'을 적극 제지하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논란의 불씨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오세훈, #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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