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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마지막 의식>
<첫사랑, 마지막 의식> ⓒ media 2.0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런데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언 매큐언의 초기 대표작 <첫사랑, 마지막 의식>(media 2.0. 2008)을 읽으며 매혹되었고 혼란스러웠다.

8편의 단편 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은 이언 매큐언의 초기 대표작이다.

증조부에게 물려받은 방부 처리된 페니스가 나오는 <입체기하학>, 어린 여동생을 강간하는 사춘기 소년의 심리를 다룬 <가정처방>, 익사체로 떠오른 소녀의 살해용의자로 지목된 주인공이 사건을 회상하는 <나비>, 나체쇼 리허설에서 사람들 앞에서 실제로 정사를 벌이는 <극장의 코커씨> 등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기괴하고 소름끼친다.

하지만 묘한 에로티시즘과 부조리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잔혹하면서도 흥미를 끈다. 외로움, 무료함, 두려움, 호기심 같은 원초적인 감정들과 사람들 내밀한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루는 작가의 글 솜씨는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한다.

난 자유롭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아기들이 부럽습니다. 이불에 싸인 채 엄마 품에 꼭 안겨 돌아다니는 모습이. 나도 그러고 싶어요. 난 왜 그럴 수 없죠? 왜 나는 왔다갔다 일하러 가고 식사 준비하고 살기 위해 수백 가지 일을 해야 합니까?
- <벽장 속 남자와의 대화>에서

이언 맥큐언은 서머싯 몸 상과 부커 상, 휘트부르드 상, 영미 작가협회 상 등 영미 문학의 주요 문학상을 석권한 유명작가다. 그의 대표작들은 20개국 이상에 번역되었고 그가 쓴 <속죄>는 <어톤먼트>라는 영화로도 최근 상영됐다.

비정상적인 성과 폭력, 살인을 다루며 혐오감과 슬픔을 같이 지녔고 나름대로 발랄하면서 음산한 분위기는 마치 박찬욱의 영화 같다. 박찬욱 영화에 대해 한국 관람객들의 기호가 갈리듯이 이언 매큐언의 소설들도 좋고 나쁨이 뚜렷하게 나뉠 것 같다.

작년 늦가을, <토요일>을 시작으로 올해 <암스테르담> <첫사랑, 마지막 의식> <체실 비치에서>가 잇달아 책으로 나왔다. 그의 소설들이 기욤 뮈소의 소설들처럼 한국에서도 사랑 받을지 관심을 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www.bookdail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첫 사랑 마지막 의식 - 이언 매큐언 데뷔 40주년 특별기념판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한겨레출판(2018)


#이언 매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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