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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임금 4개월치 450만원을 받으려다 현장 소장의 폭력으로 사망했다.
▲ 고 이철복씨 밀린 임금 4개월치 450만원을 받으려다 현장 소장의 폭력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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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복 조합원 살인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임금체불 건설회사 사장 구속 수사하라!"
"건설회사는 유족에 대한 정중한 사과와 충분한 보상을 하라"

14일 오전 9시 30분, 강릉시 포남동 노동부 강릉지청 앞. 10여명의 건설 노동자들이 방송국과 지역신문 기자들 앞에 서서 구호를 외친다. 지난달 24일 밀린 임금을 받으러 갔던 노동자 이철복씨가 현장 소장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치료 도중 숨졌다.

그동안 동료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항의 시위와 촛불 문화제도 열었다. 또 강릉시청 앞에서는 전국 건설노조 조합원 800여명이 모여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공사 현장의 크레인에 올라가 시위를 하기도 했으며 현재까지 노동부 강릉지청 앞에 천막을 치고 20일째 농성을 진행 중이다.

임금체불 사업주를 구속 수사하고, 건설 현장의 관행화된 불법 도급과 임금체불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건설노동자들이 밀린 임금해결, 사업주 구속수사, 유족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노동부 강릉지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노동자들의 시위 건설노동자들이 밀린 임금해결, 사업주 구속수사, 유족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노동부 강릉지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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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기자회견을 마친 노동자 대표와 민주노총 강원본부 강릉시협의회 관계자들이 담당 검사를 만나러 간 사이 농성장 천막안에서 고 이철복씨의 동료 노동자들을 만났다.

천막 안에는 고인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고 향이 타고 있었다. 고인이 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그 앞에는 농성하는 이들의 옷가지와 양말 속옷들이 걸려 있고, 석유 난로, 식수와 간편한 조리조구가 놓여 있다. 손님이라고 내어 놓은 것은 물 한 컵. 다들 굳은 표정으로 담배만 피워 물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이 노동부 강릉지청 앞이서 천막을 치고 20여일째 농성을 진행중이다.
▲ 농성장 건설노동자들이 노동부 강릉지청 앞이서 천막을 치고 20여일째 농성을 진행중이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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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서는 나오셨나 보네요?"
"6개월 동안 돈을 못 벌었는데 어쩝니까. 창피한 얘기로 가정이 파탄 날 지경입니다. 돈도 한 푼 못 보냈지. 설에도 못 가고…."

고 이철복씨는 밀린 임금 넉 달치 450만원을 달라고 하다 변을 당했다. 천막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이씨와 마찬가지로 4달치 임금을 받지 못했고, 20여 일째 농성중이다.

이 일이 해결된다고 해도 앞으로가 걱정이다. 일용 노동자들은 눈비 오고, 자재 제때 조달 안돼 1년에 6개월 일하는데. 몸 추스리고 정신차리는 데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분신하는 사람들 심정을 이제는 알겠다고 일용노동자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건설회사 사장이 방송에다 대고 7일날 오후에 해결한다고 했지. 그런데 오늘이 며칠이야. 그저 회사 형편 어렵다고만 하고, 또 그런 업체에 건축 허가 내주는 시청은 뭐 하는 거야. 임금 안 주고 자재 외상하고 그래서 돈버는 게 건설회사들인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한 노동자는 황급히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또 한 노동자는 천막 밖을 맴돈다. 전국의 건설 현장을 떠돌며 돈을 벌어야 하는 무슨 사연이 있는가 보다, 이런 짐작을 할 뿐이다. 자신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나가서는 안 된단다.

천막 농성 20일째
▲ 농성중인 건설 노동자들 천막 농성 20일째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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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강릉지청 담당자는 '밀린 임금'과 '폭행에 의한 노동자 사망'이 뒤엉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자신들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체불임금이 생기면 14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조정하고 이를 어길시 형사처벌을 한다고 압박해 문제를 해결한다. 현재는 처벌 절차가 진행중인 중간과정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노동자들은 체불 임금확인을 통해 법률 구조 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유족들의 문제는 회사와의 협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강릉지청 외벽에는 '체불임금해결, 노동부가 도와 드립니다. 신고사건 처리, 체당금지급, 무료법률구조지원 등'이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하지만 그 청사의 입구에는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이들이 밀린 임금을 달라고 하다 숨진 동료의 영정사진과 함께 농성을 진행 중이다.


태그:#건설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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