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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총선 이전에 통합민주당은 '정동영 그룹', '손학규 그룹', '구민주당 그룹', '김근태 등 민주화 운동 그룹', '친노그룹'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중 구민주당 그룹은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때 결합한 '통합파'와 '사수파'로 구분된다.

 

물론 이들은 모두 과거 '동교동계', '상도동계' 같은 일사분란한 계보차원의 조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수준이었다.

 

총선을 거치면서 이들은 상당한 부침을 겪었고, 이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에 이어 통합민주당에서도 대선 후보를 거머쥐었던 정동영 그룹은 그들 스스로 '궤멸 상태'라고 표현할 정도로 무너졌다. 정 후보 자신이 낙선했고, 이강래·박영선·최규식·문학진·강창일 의원 등 10명 미만 의원이 당선됐을 뿐이다. 이 그룹의 한 핵심인사는 "정동영 그룹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한때 정동영 그룹과 열린우리당의 양대세력으로 꼽혔던 김근태 그룹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김근태 의원은 물론 핵심인 이인영·우원식 의원도 떨어졌고, 김재균·노영민·최규성 당선자 정도가 남았다. 이미 쇠퇴상황인 친노그룹에서는 한명숙 의원이 낙선했고, 이광재·백원우·서갑원 의원은 생환했다.

 

이들 세 그룹은 이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경쟁의 주체로 나서기는 어렵다.

 

정동영·김근태 그룹 몰락상황... 구민주계도 '호남당' 이미지 당권장악에 한계

 

구민주당 그룹은 괜찮은 편이다. '사수파' 중에서 박상천 대표를 비롯해 최인기·박주선·김성순 후보자가 지역구에서 김충조·신낙균·안규백·김유정 후보가 당선됐다. '통합파'에서는 김효석·이낙연·김영진·김희철 후보자 등이 등원에 성공했다.

 

이들 중에서는 박상천 대표와 박주선 당선자가 당권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 박 대표는 11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번 총선에서 서울을 잃은 것은 당의 정체성과 정책노선을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참패를 가져온 노선을 이번 총선에서도 그대로 가져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서울 여론주도층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당 체제를 정비할 때 나라당의 독주에 대한 비판·감시와 서민,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 대안 마련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대표의 '선진실용' 노선을 비판하는 한편 '서민과 중산층의 당'이라는 민주당 고유의 색깔을 재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자신이 역할을 맡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박 대표의 한 측근도 당권 도전에 대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당권을 맡을 경우 '호남당' 이미지가 강화된다는 점이 큰 장애물이다. 더불어, 통합파와 사수파 사이에 갈등이 깊고, 이들 전체를 묶을 리더십도 없는 상태다.

 

남는 것은 손학규 그룹으로 총선 성적표는 이들이 가장 좋다. 지난해 대선경선 과정에서 손 대표를 지지했던 인사들 중에서 김부겸·송영길·정장선·전병헌·조경태·조정식·김동철·백재현 후보 등 약 15명의 후보자가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비례대표 중에서도 서종표·정국교·최영희·전혜숙 당선자 등도 손 대표와 가깝다.

 

이번 총선을 통과한 강봉균·홍재형·김진표·조배숙·오제세·김종률 의원 등 관료전문가 집단들과도 이념지향에서 친화력이 높다.

 

또 손학규 대표는 '60석 수준'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이뤄내는 한편 당체제를 조속히 정비하고 81석을 얻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떨어지기는 했지만 한나라당의 강세지역인 종로에 출마하는 '결단'도 보여줬다. 이제 '한나라당 탈당경력'을 갖고 그를 공격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그는 민주당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손 대표가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는다 해도, 현재는 진공상태인 민주당의 리더십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손 대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손학규의 '선진' 노선이 민주당 노선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대선후보 경선 때 선대본부장으로 손 대표 캠프를 이끌었던 김부겸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여부다. 그는 지난 9일 총선 승리가 확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일이 될 지 내년이 될 지 모르지만"이라는 전제 아래 "원내대표의 역할이 오지 않겠나. 주위에서 저에게 타협과 조정하는 데 장기가 있다고 하는 말은 들었다"고 말했다.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도 "당장의 의지를 밝힌 것도 아니고, 또 낙선한 선후배들이 많은 상황에서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서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해 출마 여지를 남겨뒀다.

 

2010년 지방선거 때까지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원내에서의 활동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점에서 원내대표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가 원내대표를 맡게 될 경우 '손학규의 원내포스트'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노선이다. 그의 '선진'과 '실용'이 이명박 대통령과 어떤 차별성을 보여주고, 이것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만족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보수화와 우리 정치권이 사실상 선진 1, 2, 3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한편, 통합민주당의 대표 경선에 나설 인사들로는 박상천 공동대표와 박주선 전 의원 외에 4선에 성공한 정세균 의원·천정배 의원, 3선이 되는 추미애 전 의원, 송영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정 의원과 추 전 의원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정세균 의원은 손학규 대표 쪽의 한 핵심인사가 총선과정에서 "다음 당 대표는 정세균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정도로 두루 원만한 리더십과 경험을 인정받고 있다. 추 전 의원은 대구출신의 서울 지역구(광진 을) 3선으로 대중적 인기도 있는 편이다.

 

목포에서 당선된 박지원 전 장관도 아직 복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른 감은 있지만, 민주당 당권 도전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손학규#김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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