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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의석'은 꿈으로 끝났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안정 과반인 '168석'을 총선 목표치로 내세웠지만 개표결과 153석에 그쳤다. 간신히 과반 턱걸이를 한 것이다.

 

이재오·이방호·정종복 의원 등 공천 과정을 쥐락펴락 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대거 낙선하는 이변도 일어났다. 이명박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반면, 박근혜계는 웃었다. 당내 핵심 친박 의원들이 압승하고 탈당한 친박 후보들도 대거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같은 결과에 고개를 끄덕였을 법 하다. 공천과정에 대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자신의 성토에 국민들이 답을 보내줬기 때문이다.

 

'승리한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박근혜'라는 촌평도 나온다.

 

당외 '친박' 복당 여부, 쟁점으로 부상

 

한나라당은 다시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당장 박근혜계는 당 지도부와 이명박계를 향해 '총선 책임론'을 제기할 태세다. 이와 함께 탈당 친박파의 복당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과 친박연대는 한나라당에 복당 허용부터 요구할 뜻을 내비쳤다.

 

대구 서구에서 당선된 친박연대의 홍사덕 전 의원은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홍 전 의원은 10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총선이 끝났으니 이제 할 일을 해야 한다"며 복당 문제 해결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홍 전 의원은 그러면서 "복당 여부는 정치적인 문제"라며 "(한나라당 지도부와 친박 진영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당선자들이 행보를 함께 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친박연대·친박 무소속) 모두 한 바구니에 담아서 전부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며 "앞으로 모든 움직임을 다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도 당선 직후 "잘못된 공천에 따라 벌어진 일들이 이제는 원상회복돼야 한다, 아무 조건없는 복당을 신청하고 한나라당에 들어가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공천 탈락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또다른 친박 의원도 "11일쯤 복당 신청을 하겠다"며 "무조건 복당하는 게 목표"라고 못박았다.

 

당내 박근혜계도 당 지도부에 총선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탈당 친박파의 복당을 요구할 조짐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는 당연히 친박을 복당 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를 거스를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지도부에 대한 총선 책임론도 나와야 한다고 본다"며 "영남권, 특히 부산에서는 참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당내에서 지도부를 향해 총선결과에 책임지라고 하기 전에 당 지도부를 심판한 것 아니냐, 그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도부의 자진 사퇴론도 제기했다.

 

난감한 강재섭... 친이 "인위적 정계개편엔 부정적"

 

그러나 당 지도부와 친이 진영에서는 친박 탈당세력의 복당에 부정적인 태도다.

 

당 지도부로서는 이들을 다시 받을 경우, 총선 전 밝힌 복당 불허 방침을 스스로 뒤엎는 꼴이다.

 

친이쪽도 '친박의 귀환'을 반길 리 없다. 그렇잖아도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의 선전으로 입지가 커진 박근혜 전 대표의 힘을 더 키워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계의 한 소장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어쨌든 국민들이 만들어준 선거 결과가 아니냐"며 "우리가 통합민주당을 두고 찢어졌다 합쳐졌다 한다고 비난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한다면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 아닌가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재섭 대표도 이날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과반을 조금 넘었는데 인위적인 방법에 의해 몸집 불리기를 하는 게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것인지, (민주당이) 하나의 정계개편이라고 틀림없이 공격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이어 강 대표는 "그러면 원 구성부터 굉장히 (논란에) 휩쓸릴 것"이라며 "순조롭게 18대 국회가 출발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친박파의 복당문제는) 이런 점 저런 점을 고려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무조건 '복당 불허' 방침을 고집하기도 어렵다. 안정 과반의석을 위해서는 외부 수혈이 필요한 처지인 까닭이다. 한 당직자는 "안정 의석 확보와 '박근혜 달래기'를 위해 탈당 친박파들을 복당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당 일각에서는 친이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부터 영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권 전쟁' 본격 시작... 구심 없어진 '친이'

 

복당문제와 함께 7월로 예정된 정기 전당대회를 앞당기자는 '조기 전당대회론'까지 불거지면 그야말로 한나라당은 다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7월 전대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범초 2년을 함께할 새 대표를 뽑는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애초 정몽준 최고위원,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의 출마가 점쳐지는 상태였다. 그러나 사실상 안전 과반의석 확보 실패, 이재오 의원의 낙선 등이 변수가 됐다.

 

일단 이 의원이 낙선하고도 당 대표직에 도전할 가능성은 낮다. 당장 이명박계는 전대에 내세울 인물 찾기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계의 한 의원은 "당 주류(이명박계)의 구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없어진 것 아니냐. 구멍이 뻥 뚫린 상황이다. 일단 이것을 메워야한다"며 당혹스런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전대에 어떤 분이 출마할지에 대해서도) 이명박계가 그룹별로 모여서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며 "수도권 재선·삼선 의원들 중에서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조기전대 주장도 나온다. 현재의 지도부가 총선 성적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사퇴론이 힘을 받을 경우다. "18대 국회의 원 구성 전이든 후이든 빠른 시간 내에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가 당을 추슬러야 한다"(한 영남권 의원)는 것이다.

 

박근혜, 당권 재도전 하나

 

박근혜 전 대표는 아직 분명한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달 23일 당 공천과정을 공개 비판한 기자회견에서 "당을 다시 꼭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측근들은 "박 전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당 대표 경선에 나설 뜻이 있는 것 같다"고 풀이한다. '당 민주화' 깃발을 들고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총선 결과에 비춰봐도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을 경우, 홍사덕·김무성 등 박근혜계의 좌장격 인사들이 '대리 출마'할 수도 있다.

 

한 박근혜계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박 전 대표가 서둘러 당권에 도전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며 "복당이 해결되면 박 전 대표 이외에도 출마할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계는 당분간 절치부심할 듯 하다. 계파의 핵심이자 머리가 줄줄이 떨어진 탓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내부 쇄신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부의장을 중심으로 한 원로파와 정두언 의원을 필두로 한 소장파 간 알력 다툼도 점쳐진다.


태그:#의회권력 교체, #한나라당, #18대총선, #당권,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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