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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9일 오전 봉하마을을 찾아온 학생들과 꽤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9일 오전 봉하마을을 찾아온 학생들과 꽤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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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9일 초등학생들과 꽤 오랜 시간 대화를 주고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온 부산·양산지역 초등학생 25명과 즉석 만남을 가졌다.

학생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은 "정당이 다른 사람이니까 의견을 달리 하는 것이 많다"면서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하고 당선된 사람이니까 우리가 다 함께 존중해야 되지 않겠어?"라고 대답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은 학생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 우선 "전교 어린이 회장 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진영 대창초등학교) 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교 어린이 회장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학생이 "저도 지금 전교 어린이 부회장 선거에 나가서 떨어졌다"고 말하자, 노 전 대통령은 "나는 시험도 합격한 것보다는 떨어진 게 더 많고, 선거도 당선된 것보다는 떨어진 선거가 더 많아요"라고 그 학생을 위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선거에 나서면 항상 떨어질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죠"라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욕을 많이 먹지만 나는 정치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데 왜냐하면 보통사람들은 떨어질까 봐 도전할 수 없는 일을 정치인들은 각오하고 하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선거에 아무도 안 나오면 어떻게 될 것 같애?"라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에 학생들은 "나라가 망해요"라고 답하자, 노 전 대통령은 "나라 정치가 성립될 수 없겠지? 선거에 많이 나온다고 흉을 보지만 아무도 선거에 안 나오면 아주 곤란하게 돼요"라고 이야기했다.

어린이 대상으로 '노무현과 함께하는 정치학교' 열다

특히 한 학생이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물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아래처럼 길게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9일 사저 앞 만남의광장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9일 사저 앞 만남의광장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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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되지. 정당이 다른 사람이니까 의견을 달리 하는 것이 많지. 많지만 선거에서 승리하고 당선된 사람이니까 우리가 다 함께 존중해야 되지 않겠어? 그 분은 대통령이야. 대통령으로서 우리가 존중하고, 대우할 것은 대우하고, 따를 것은 따르고. 또 대통령이 하는 일도 옳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옳지 않다고 비판할 때는 다른 대안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비판해야 하거든. 나라면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그런 방법을 깊이 생각하고 비판해야 하는 것이죠. 보통은 경쟁자니까 미우니까 그냥 욕하고, 욕하는 것도 국민들 재미야. 국민들 재미니까 욕도 더러 하지만. 그래도 비판하는 사람 중에 책임 있게 비판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책임 있게 비판해야 하고, 방송이나 신문에 보도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책임있게 비판해야 하고.

대안이 뭔가? 나라면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는가 생각하고 비판해야 하고. 1년 전에 비판했던 것과 1년 후에 비판하는 것이 일관되어야 하고. 여러분은 욕도 하지 말고 비판도 하지 말고 어른들이 어떻게 하나 이렇게 지켜보고 생각해보고 배우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 끊임없이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이렇게 생각해보면서, 그러면 여러분도 생각이 자라죠. 사람들의 생각이 깊어지고 크게 자라면 그때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죠."

이날 노 전 대통령은 어린 학생들과 '노무현과 함께하는 작은 정치학교'를 연 셈이다.

이어 한 학생이 "이소연씨가 우주로 갔는데 느낌은 어땠나요?"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은 "좋죠. 그것은 한국에서도 우주로 사람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좀 늦긴 하지만 기분이 좋죠"라며 "또 우주로 가는 것은 미지의 세계, 새로운 세계에 도전이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그래서 사회적으로 봐서도 도전이고, 개인으로 봐서도 도전 아니겠어요? 그런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개인도 성장하고 또 개인의 성장의 결과가 이 사회 성장에 도움이 되고 그렇지 않겠어요? 무슨 일이든 도전하세요"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학생이 “맨 처음에는 무섭게 그런 분인 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까 링컨 대통령처럼 옆집 아저씨 같고 대화 나누기가 참 편해요”라고 말하자, 노 전 대통령은 "야 하하~. 만만찮은데 오늘…"이라고 말했다.

퇴임 이후 첫 투표... "투표 많이 했으면 좋겠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씨와 함께 퇴임 이후 처음으로 9일 오전 8시경 김해 진영여자중학교에 마련된 진영읍 제4투표소에서 18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투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안하지만 별로 할 말이 없다"면서 "(국민이) 투표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짧게 말했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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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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