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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처럼 흩날리는 오패산 길의 벚꽃 일찍 피어난 벚꽃들이 거센 봄바람에 눈처럼 흩날리는 서울 강북구 미아4동 오패산 길은 길위에 떨어져 쌓인 꽃잎들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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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바로 제18대 4·9 총선거 날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투표장으로 향했다. 봄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어제까지 포근하고 따스했던 날씨가 확 바뀌었다.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에게 정신 바짝 차리라는 경고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오후부터는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다.

 

인근 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는 한가한 모습이었다. 지난 17대 총선거 때는 같은 시간에 붐볐었는데. 어린 학생들 두 명이 투표소 안내를 하고 있다. 그런데 투표소 안에도,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노인들뿐이다.

 

일기도 별로 좋지 않은데 젊은 유권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모처럼 늦잠이라도 자고 있는 것이겠지, 늦잠 자고 모두 투표장으로 나오겠지. 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라지만 선거가, 정치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데, 아니 나이 많은 세대들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치이고 선거가 아니던가.

 

투표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투표한 후보와 정당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바람을 담아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으니 이제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거리로 나서자 봄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불어온다.

 

투표장으로 갈 때와 다른 길을 택하여 집으로 향했다. 서울 강북구 미아4동 오패산길로 들어서자 길바닥이 온통 꽃잎으로 뒤덮여서 아름다운 모습이다. 길은 왕복 2차선의 이면도로인데 길 양편에 서 있는 벚나무들이 벌써 꽃이 지고 있었다.

 

양지바른 곳이어서 일찍 피어난 꽃들이 세차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마치 눈처럼 나부끼는 풍경이 정말 볼만하다. 트럭이나 버스 등 대형차가 지나갈 때면 꽃잎은 더욱 많이 떨어져 내리며 흩날리고 있었다.

 

길바닥에 떨어진 꽃잎들이 도로와 인도 경계석 밑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길 위에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떨어진 꽃잎들이 조금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꽃도 나뭇가지에 피어있을 때의 모습과 떨어져 길 위에 쌓여 있는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나뭇가지를 화려하게 장식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듬뿍 받던 꽃들이 떨어져 길 위에 나 뒹굴고 발길에 짓밟히는 모습은 너무나 다른 모습인 것이다.

 

아직 나무에 피어 있는 꽃과 낙화를 바라보며 문득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생각을 해본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모두 화려한 나뭇가지의 꽃들이었다. 그러나 오늘이 지나면 아직 가지에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과, 떨어진 꽃잎처럼 전혀 다른 위치와 모습으로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아직 나뭇가지에 피어 있는 꽃과 당선자는 분명히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이다. 그러나 떨어진 낙선자와 꽃잎이 초라해 보이기는 하지만 결코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선거가 끝났다고, 꽃잎이 졌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당선자가 당리당략이나 사리사욕에 빠져 국민들을 외면한다면 그는 피어있지만 벌레가 들끓는 추한 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비록 낙선하여 떨어진 꽃잎처럼 초라하지만 그의 가슴에 진정 국민을 사랑하는 열정이 가득하고 정의로운 낙선자라면 그는 분명히 다음에는 더욱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떨어진 낙화가 나뭇가지의 꽃보다 더욱 아름다울 수도 있다. 낙선자가 당선자보다 더욱 당당하고 미래를 꿈꾸고 설계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 유권자들이 모두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더구나 미래가 창창한 젊은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젊은 유권자들이여. 기권하지 말고 모두 투표장으로 가라."

 

그대들의 아름다운 꽃길을 그대들의 손으로 아름답게 가꾸어가기 위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봄바람, #낙화, #흩날리는, #오패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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