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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9일 새벽 1시]

 

"강한 야당만이 한나라당과 이명박정부의 역주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 손학규를 지지해주신다면 강하고 건강한 야당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오후 2시 30분 종로구 숭인동에서의 유세를 마친 후 종로 일대를 발로 뛰며 밑바닥 표심 훑기에 나섰던 손학규 대표.

 

'종로의 달동네'로 불리는 낙산공원과 동망산공원 인근 동네에서 유권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지지를 부탁한 손 대표는 저녁엔 평창동과 구기동으로 자리를 옮겨 지역 주민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손학규 대표를 수행하고 있는 송두영 부대변인은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유세차량을 서행하며 여당 견제의 필요성을 알리고,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며 "공식 선거운동 마감되는 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손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 역시 지쳐 있었지만, 목소리에선 '박빙의 승부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가 읽혔다.

 

당대표이자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거기에 같은 당 후보들의 지원유세 연사까지 1인3역을 힘겹게 수행한 손학규 대표의 공식 선거운동은 밤 11시 30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유권자에 대한 마무리 인사'로 끝이 났다. 지난했던 그의 18대 총선 행로가 성공적일지 실패에 그칠지 그 결과가 드러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1신 : 8일 밤 9시 25분]

 

"고맙습니다. 반드시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숭인동 주민 여러분을 만나러 다시 오겠습니다."

 

4월 8일 오후 2시 30분 종로구 숭인동 은진사우나 앞 거리. 18대 총선 서울 종로 지역구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지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연일 이어진 유세로 목은 쉬어있었고, 선거 참모가 건네는 물 한 잔을 마시는 것마저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자신을 지지하는 젊은이들과 함께 로고송에 맞춰 율동을 선보인 뒤 유세차량에 오른 그는 남은 힘을 모두 끌어모은 듯 열변을 토해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한반도 대운하를 힘으로 밀어붙일 것이고, 부자와 가난한 자를 양분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종로구민의 힘으로 이 위기에 대처할 강한 야당을 만들어줘야 한다."

 

'1인3역' 손 대표, 체력도 바닥... 그래도 마지막까지 뛴다 

 

현재 손학규 대표는 여러 모로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일 이전에 발표된 지지율 조사에서 박진 한나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의석(100석)을 민주당에게 달라"는 애타는 대국민 호소도 쉬이 먹혀들지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당 대표로서의 업무와 지역구 출마자로서의 선거운동, 같은 당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까지 한시도 쉴 틈 없이 뛰어다녀야 할 처지라 바닥을 드러낸 체력도 무시 못할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선거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일정에 쫓기는 손 대표는 최근 며칠 간 하루 2~3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고.

 

물론 자신이 종로에서 당선되고 민주당은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의석을 얻는다면, 손 대표의 이런 고생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와 관련된 최근의 여러 분석을 종합해보면 이런 '최상의 시나리오'를 실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그는 낙선해도, 당은 실제목표치인 85석을 얻는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확보의석수가 70개 밑으로 떨어질 경우, 손 대표는 공천 실패와 총선 패배의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민주당은 대혼돈으로 돌입한다. 당 일각에서는 벌써 "그렇게 되면 바로 비상대책위로 가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당 대표 맡으면서 "독배인줄 알고 마신다"

 

지난 1월 10일 당 대표를 맡으면서 그는 "독배인 줄 알지만 마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총선용 당대표'가 독배인지 축배인지 판가름 나는 순간에 서있다.

 

손학규 대표가 8일 오후 6시와 밤 9시에 예정돼 있던 유세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한 사람의 주민이라도 더 만나 눈을 맞추며, 손을 맞잡고 지지를 당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바닥표 한 장이라도 더 끌어모으려는 의지의 표현인 것.

 

이날 오후 숭인동 거리에서의 유세는 이처럼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손 대표가 종로 주민들에게 내보인 마지막 출사표에 다름 아니었다.

 

연두색 점퍼를 입고 '국민생각, 민생우선 종로 손학규'라는 글귀가 적힌 유세차량에 오른 그는 "9일 선거에서 여러분이 행사할 한 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며 "여차하면 한나라당 일당독재로 가게 될 상황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한반도 대운하 밀실 추진과 대통령직인수위가 여론에 밀려 계획을 접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안'을 거론한 손 대표는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얻게 되면 대운하는 힘으로 밀어붙이고, 가난한 사람은 병원진료에서도 차별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의 연설은 '강한 야당을 만들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이른바 '견제론'으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의 총선 승리는 영구집권 획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한 그는 "장관이 인천가고, 안산 가고, 대통령은 은평구로 가고…, 나라가 큰일 났다"는 말로 관권선거 의혹을 비판하기도 했다.

 

20여분간 이어진 유세가 끝나갈 무렵 "여러분이 야당을 살려주면 손학규가 건강한 야당을 만들겠다"는 말로 다시 한번 '견제론'에 방점을 찍은 손 대표는 "어렵게 생활하는 분이 많은 숭인동과 창신동의 생활환경과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지역발전 공약을 내놓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종로를 정치1번지만이 아닌, "경제1번지·복지1번지·문화1번지로 만들 자신이 있다"며 거듭 지지를 호소한 손학규 대표. 그는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공교육과 연계된 영어마을을 종로에 만들겠다"는 약속도 덧붙여 전했다.

 

 
저개발·낙후지역 돌며 바닥표심 훑기 강행군 

 

한편, 연설이 진행되는 내내 "손학규, 손학규" 연호하며, 박수를 보내는 지지자들과 달리 손 대표의 유세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담담했다.

 

한 60대 남성은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누가 돼도 마찬가지 아니겠어"라는 맥빠진 대답을 내놓았고, 같은 질문을 받은 40대 여성은 "몰라요, 나한테 그런 것 묻지 마세요"라며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숭인동 은진사우나 앞에서의 유세를 마친 손 대표는 모여든 지지자들과의 짧은 인사를 나눈 후 "반드시 당선돼 숭인동 주민들을 만나러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또다른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후 종로구 동망산공원과 낙산공원 등을 돌며 주민들을 만난 손학규 대표는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저개발지역임을 감안한듯 "이 곳 사람들의 숙원사업을 차근차근 해결해나가겠다"는 공약으로 바닥 표심을 끌어오는데 진력했다.

 

손학규 대표의 '발로 뛰며 종로를 훑는' 강행군은 공식 선거운동 종료시간인 8일 밤 자정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태그:#손학규, #종로, #박진,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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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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