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용철 변호사가 7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의 미진한 수사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7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의 미진한 수사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 이경태

관련사진보기


7일 오전 특검 사무실을 방문한 김용철 변호사의 표정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격정적이었다.

그는 기자실 마이크 앞에 서서 이날 비자금 조성경위·미술품 의혹 등에 대해 특검이 얼마나 무능력하게 수사해왔는지, 수사의지가 얼마나 박약한지를 낱낱이 폭로했다. 그는 또 특검의 부실수사와 경기 회복 운운하며 삼성을 비호했던 언론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마지막으로 "특검 수사가 끝나더라도 범죄적 권력체계가 궤멸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정상적 방법이 안 된다면 '레지스탕스' 활동이라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용철 변호사의 이날 발언을 분야별로 정리한 것이다. 

▲ "오합지졸 데리고 쇼하다 끝낸다? 그게 수사인가"

"특검에 제가 8~9번 나왔나? 특본 수사까지 합치면 20회쯤 될 것이다. 피의자 중에 20회쯤 조사 받은 사람 있나?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특본에서는 매일 불러 수사하고…. 도대체 제가 알기로는, 저도 옛날에 수사 조금 해봤는데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 부패 사건인데 어떻게 연극하는 것처럼 잠깐 불러서 수사하고 이럴 수 있나?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수사가 안 된 것을 어떻게 종결하나?

제가 처음에 이야기했다. 훌륭한 검사 20~30명 데리고 2~3년 해야 할 사건이다. 그런데 그 사건을 솔직히 오합지졸들 데리고 몇 달 간 쇼하다 끝내겠다니 이게 수사인가? 매일같이 차명계좌 명의인 그 분들 불렀다. 그 분들 나와서 수사된 것 뭐 있나. 부인하는 것 추궁도 않고 일찌감치 끌려다니는데 이게 수사인가?"

▲ "특검법 상 수사할 수 없는 것까지 여기서 끝낸다"

"특검법 상 수사대상 아닌 것 너무 많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법원 서류도 꺼내서 매수했다. 애초 내가 밝혔던 분식회계도 비자금 만들기 위한 분식 아니다. 자본잠식 해결을 위한 역분식이다. 그런데 법률상 특검에서 수사할 수 없는 것까지 꺼내서 여기서 끝낸다. 아주 이상한 이야기다."

▲ "비자금 관련자들이 설명해주지 않으면 수사 못해?"

"비자금 조성 경위에 대해서는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비자금 관련자들이 들고 나와서 설명해주지 않는 한. 유괴범 수사할 때 제보 없이 수사 못한다는 이야기랑 비슷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삼성SDI 구매담당자가 작성한 메모랜덤 있지 않나. 그 부분은 해외와 관련돼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해외 수사 공조될 수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일찌감치 포기해버렸다.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의 경우 황백 당시 경영지원실장한테 내가 어떻게 비자금 만드는지 물어봤다. 당시 황 전무는 백화점 여성의류 영수증 집어넣고 꺼낸다고 하더라. 세무조사 때 세금 조금 더 낸다고 하더라. 내가 그렇게 말했으면 항공부품 만드는 회사에서 여성의류 구입 영수증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 아닌가. 아마 내가 지금 이렇게 말하면 그 전표 다 없앨 것이다. 이미 보증기간 넘었는지도 모르겠다."

▲ "삼성생명 차명주식 배당금으로 상품권 사? 그러면 이건희 재산 아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오후 한남동 삼성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일 오후 한남동 삼성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삼성생명 차명주식 같은 경우 이건희 회장의 차명지분이라고 했다. 그런데 차명주식 배당금을 추적해보니까 미술품도 사고 채권도 샀다. 수표로 바꿔서 백화점 상품권을 사기도 했다. 이것은 제가 알기로는 이건희 회장 것이 아니다.

이건희나 이재용은 단돈 10만원도 이런 데 안 쓴다. 단돈 10만원이라도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데 쓰지. 자기 재산이라면 정치자금이든 뇌물이든 이렇게 안 쓴다. 이것은 회사 돈을 차명으로 둔 것이다. 삼성에서 회사 돈이란 개념은 없다. 다 회장님 것이다. 회사에서 돈 꺼내는 것도 회장님 것이다. 이것은 확신이다. 죄의식이 없다고 탓할 것 없다. 확신범이니까."

▲ '가장 큰 업적, 로비 의혹 수사"

"특검의 가장 큰 업적이 로비 의혹 수사 아닌가. 공직에 봉사하는 분들이 깨끗하게 규명이 되고 새 정부에서도 공직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꼴이 됐다. 향후 구설수에 오르면 특검에서 깨끗이 해명됐다는 것이 근거가 되겠죠.

그렇다면 나하고 사제단 신부들을 구속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도 안 할 것 같다. 수사결론 때 '허황된 것은 아닌 듯한데 수사상 확인이 안된다' 정도로 거론될 것 같다. 명예훼손으로 기왕에 고소됐으니까 검찰에서 수사할 것이다. 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님께 죄송하지만 나랑 신부님은 구속돼야 한다. 삼성 X파일 이야기하면 구속돼죠?"

▲ "정씨 집안 상당히 서운하겠다"

"특검팀에서 책임 있는 분이 '(이건희 회장) 신병에 대해 욕심 부리지 말라'고 했다. 나는 검찰에서 여자 젖가슴 만진 피의자 구속했다. 운전 과실사고 구속했다. 그 때 그들이 죽을 죄를 졌다고 했다. 5년 정도 구형 밖에 안되는데 죽을 죄 졌다고 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은 사형은 없지만 대개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중죄다…(중략)…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1천억도 안 되는 횡령에다 2천억 정도 배임한 혐의로 신속히 구속됐는데 사안이 다르단다. 여기는 삼성이고 저기는 현대다. 정씨 집안에서 상당히 서운해 하겠다."

▲ "수사대상자들이 이제 구명운동 하더라"

"수사대상자들이 처음에는 패닉에 빠져 있다가 요새는 여유를 찾고 구명운동 하더라. 누가 처벌하면 경영이 마비된다나? 범죄자가 끌고 가야만 경영이 되는 기업이란다. 지금은 피의자이긴 하지만…."

▲ "조직 때문에 괴로워 말고 사표 쓰고 나랑 같이 싸워보자"

"어차피 방송에는 이미지만 나갈텐데 그 뒤에 삼성 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붙이려면 차라리 보도하지 말아달라. 범죄 수사를 하는데 경영이 어렵고 기업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왜 나오나. 최대의 기업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데 우리나라 말고 이런 논리가 나오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여러분 사건 사회 담당 아닌가. 언론사마다 입장 다른 것 아는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 때문에 괴로워서 밤에 소주 마시고 취해서 전화하지 말고 오늘 사직서 내십시오. 기자 아니더라도 밥 먹고 산다. 저랑 같이 좋은 세상 만드는 데 함께 해봅시다. 신부님과 저는 범죄적 권력체계가 궤멸될 때까지 할 것입니다. 저 죽일 때까지 할 것입니다. 구속하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오늘 저녁에 사표 내고 전화하십시오."


태그:#삼성특검, #김용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