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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뒤집어질까? 농민 대표가 여당 실세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선거 막판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경남 사천에 쏠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실세인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결투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당초 사천 선거는 싱거울 것으로 점쳐졌다. 이방호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한나라당 공천 파동의 책임자로 이 후보가 지목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기도 했다.

 

시민들도 분위기는 양분되어 있다. 사천에서 지난 총선 때 출마했던 한 인사는 며칠 전 한 마을 노인정의 분위기를 대신 전했다. 그는 한 마디로 "이방호 후보 분위기 안좋다"는 말이었다.

 

"노인들이 이방호 후보를 좋게 생각 안하는 거 같애. 강기갑 후보 이름은 잘 모르면서 '그 털보 안 있나, 이번에는 털보 찍을 거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더라고. 이전에 선거에 한번 뛰어 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무조건 한나라당이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 한나라당 공천 보면서 실망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애."

 

최아무개(45)씨는 생각이 달랐다. 그래도 이방호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그는 "강기갑 후보는 기분이 좀 좋다가 마는 정도로 되겠지"라고 내다봤다.

 

"처음에는 이방호 후보가 쉽게 될 것으로 보았는데, 혼줄이 나는 거지. 이 후보가 혼이 나겠지만 되는 데는 이상 없는 거 아니겠어. 사천 사람들이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여권 실세라고 보잖아. 이번 기회에 사천사람들도 한몫 잡았다고 생각하잖아.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거지."

 

옛 삼천포에서 만난 한승민(37)씨는 "한나라당이 총선 결과에 따라 이방호 사무총장의 운명도 달라질 것 같다. 한나라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하면 이 사무총장은 공신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정반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후보가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여권 실세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옛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지역 대결 양상도 보이고 있다. 수협중앙회 회장을 지낸 이방호 후보는 수협 활동으로 인해 삼천포와 인연이 깊고, 강기갑 후보는 사천에서 축산업을 해왔다.

 

김은주(42)씨는 "지역대결 분위기도 있는 것 같네요. 옛 사천지역은 강 후보,  옛 삼천포지역은 이 후보 분위기가 좋네요"라며 "어느 쪽에서 투표율이 높느냐도 하나의 요인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선거기간 각종 여론조사, 5.2~18.7% 격차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는 어땠나. 이방호 후보와 강기갑 후보의 격차가 좁혀진 여론조사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당초에는 이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 2월 24일 창원KBS, 이방호 47.8%, 강기갑 14.7%(33.3% 격차).

- 3월 20일 사회동향연구소, 이방호 47.8%, 강기갑 30.5%(17.3% 격차).

- 3월 24일 사회동향연구소, 이방호 42.8%, 강기갑 36.3%(6.5% 격차).

- 3월 29일 진주MBC 등, 이방호 39.2%, 강기갑 20.5%(18.7% 격차).

- 3월 30일 조선일보 등, 이방호 35.7%, 강기갑 30.5%(5.2% 격차).

- 4월 1일 경남도민일보, 이방호 35.3%, 강기갑 21.0%(14.3% 격차).

- 4월 3일 경남일보, 이방호 44.0%, 강기갑 32.4%(11.6% 격차).

 

이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이방호 후보는 계속 지지율이 떨어진 반면 강기갑 후보는 올라가고 있다. 두 후보 간 격차도 처음에는 33%였다가 5~6%까지 좁혀진 여론조사도 있다.

 

'박사모', '이방호 후보 낙선운동 선언' 효과는?

 

사천이 국민들의 관심지역이 된 데는 '박사모'도 한 몫 했다. 박사모가 이방호 후보 낙선운동을 선언했기 때문.

 

'박사모' 정광용 중앙회장은 "이방호 후보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5만 박사모 회원 전원이 나서서 사천지역의 연고를 찾아 전화를 하고 인터넷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박사모 회원들이 사천지역을 집중 방문하는 등 이방호에 대한 진실 알리기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강기갑 후보 한 사람이 당선된다 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농민 출신으로 농어민의 이익을 적절히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방호 후보가 당선되면 한나라당이 결단 나고 나라가 결단 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천지역의 박사모 회원은 5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강기갑 후보 사무소측은 "박사모 회원들이 자주 전화를 걸어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묻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 후보 측은 실제 박사모가 지원에 나선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래도 강기갑 후보는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박사모 회원들이 직접 나서서 선거운동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선거 막판에 금권선거가 우려된다. 박사모는 한나라당 조직과 연계가 되어 있다. 그런 차원에서 감시 역할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사모'가 이 후보의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하자 보수진영에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을 통해 "적을 안방으로 불러들이고 있다"며 "박사모가 이방호 사무총장을 바짝 추격중인 민노당 후보를 사실상 도와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방호 "지지율 격차 좁혀진 것은 일시적 현상"

 

이방호 후보측은 당선에는 이상이 없다고 보고 있다.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는 말에, 이 후보측 관계자는 "여전히 두 자리수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다.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예비후보 등록 뒤 오래전부터 지역을 돌며 선거운동을 해왔고, 이 후보는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중앙당에 많이 머물면서 지역에서 자주 지내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것. 한나라당 공천 파동과 관계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도 언론들과 인터뷰를 통해 "총선을 앞두고 대부분의 후보들이 1년 전부터 지역구에 살고, 선거 3개월 전에는 아예 상주하는데 저는 후보경선과 대선을 총괄해 1년 동안 지역구에 얼굴을 보이지 못했다"면서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는 "부동표가 30%대에 달해 이 표가 정당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힘 있는 국회의원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사모'의 낙선운동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6일 사천읍과 삼천포지역을 돌며 '실세론'을 내세우며 민심을 파고 들었다. 이날 이 후보는 "지난 야당 생활 8년간 지역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려 했지만 힘들었는데 지금은 여당의 한 축으로 인정받아 우리 시가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밝혔다.

 

이날 개그맨 배일집씨와 영화배우 조재현씨가 각각 사천과 삼천포지역을 방문해 이 후보에 대한 지원활동을 벌였다.

 

이 후보는 사천네트워크에 낸 정책자료를 통해 "36개월 영아보육료와 5세 아동에 대한 보육료는 출산 장려정책 일환으로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무상지원토록 노력할 것"과 "현행 초등학교 교육은 무료 교육 등을 고려, 국공립 법인 보육교사에 비해 민간시설 보육교사의 인건비 부족액은 국고에서 지원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강기갑 "진정 누가 서민을 위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민주노동당은 사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영세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에만 세 차례나 사천을 찾았다. 천 대표는 '창원을'(권영길)과 '울산북구'(이영희)와 함께 사천을 '삼각진보벨트'라 하여 꼭 당선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강기갑 후보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지 모르겠지만 승기를 잡았다"면서 "선거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20%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지만 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 하루 1%씩 오르고 있다"고 분석.

 

그는 "권력에 눈치보기로 인해 유권자들이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방호 후보의 지지율은 내려오는 반면 저는 올라가고 있다"고 강조. 그는 "한나라당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지역을 대표할 깨끗한 후보가 누구라는 것은 지역민들이 알게 되었다"고 설명.

 

강 후보는 "이방호 후보와 17대 국회에서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한 적도 있었다. 농민과 서민을 위한 정책에 있어 이 후보는 발목을 많이 잡았다"면서 "이 후보는 힘있는 여당을 내세우지만, 절박한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온 몸을 던져 농어민을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지는 지역민들도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시장 바닥을 다니면서 "종북이니 친북이니 하는 말을 듣지 말고 오로지 서민을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판단해 달라"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충남 태안지역 주민들이 6일 사천을 찾아 강 후보 지원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털보'에다 '한복' 이미지가 강한 강 의원은 7일 경상대 정문 앞에서 한복 대신에 청바지를 입고 '청년실업'과 관련된 공약을 발표했다.

 

이순근, 김순자 후보도 표밭 누벼

 

자유선진당 이순근 후보와 평화통일가정당 김순자 후보도 표밭을 누비고 있다. 이 후보는 "여성인력의 사회진출을 돕고 체계적인 영유아보육을 위해 다양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라며 "청소년들의 전인교육을 위한 청소년 수련원 건립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각 기업체 여성인력 취업에 대한 의무규정과 세제 지원 등으로 여성 취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하고, 저출산을 해결해야 하는데 결혼적령기 미혼남녀에게 가정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태그:#격전지, #강기갑, #이방호, #경남사천, #18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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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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