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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은 시끄러운 유세차량 방송과 공허한 후보 연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알게 모르게 들려오는 푸념 그대로, 18대 총선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날마다 웅얼거리는 수많은 외침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공천도, 출마도, 유세도 모든 게 어수선하고 또 복잡한 이번 18대 총선 선거 현장들 중 한 곳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곳은 바로 인천 남동을 선거구.

무슨 정책을 가진 당에서 나와 어떤 공약을 내세운 후보인지가 이토록 불분명한 선거가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누군가는 뽑아야 하지 않는가. 아니, 누군가는 뽑힐 것 아닌가. 그렇다면,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 누구나 후보들 대신 휘날리는 현수막 한 번쯤은 곱씹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천 남동구 선거구는 크게 두 곳으로 나뉘는데 남동갑 선거구와 남동을 선거구이다. 여기서 남동을 선거구는 다시 8개 구역으로 나뉜다(간석3동, 만수1동, 만수2동, 만수3동, 만수4동, 만수5동, 만수6동, 장수서창동).

만수동을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을 다니며 한 명이라도 더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바쁜 각 후보들은 모든 곳에 늘 있을 수가 없다. 설사 후보자들이 유세차량 위에 서서 연설하는 모습을 보는 행운을 누린다 해도, 유권자들이 후보 연설을 귀담아 듣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대부분 그럴 시간도 별로 없고 그럴 마음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유권자들이나 후보들이나 서로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선거는 진행되어야 하고 결국에 누군가는 뽑혀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좀 조용하게 그리고 생각을 좀 하면서 후보들 생각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있다, 거리 현수막!

아무리 허술하게 만든 현수막이라도 그 현수막에는 후보가 가장 절실하게 호소하거나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달리 말해, 표심을 움직일 '이슈' 한 가지 정도는 현수막에 담기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별 볼 일 없을 것 같은 거리 현수막을 한번쯤 보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선거 인쇄물을 받기 전이라면, 아무리 정보가 넘치는 인터넷 시대라고 해도, 유권자 대부분에게는 거리 현수막이 유일한 정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 한 지역이라도 더 자기 지역 후보들 면면을 제대로 알고 투표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그 한 예로 남동을 선거구(기자는 이곳 유권자이기도 하다)에 출마한 후보들을 대신해 외로이 호소하는 현수막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또 한 번쯤 따져본다. 바라기는, 다른 선거구 유권자들도 이제부터라도 거리 현수막을 좀 천천히 살펴보기 바란다. 의외로 선거가 재밌어질 수도 있다.

후보는 바쁘다, 대신 현수막이 입을 열었다!

기호 2번 한나라당 조전혁 후보 현수막과 기호 3번 자유선진당 김석우 후보 현수막
▲ 4.9총선, 인천남동을 지역구/사진1 기호 2번 한나라당 조전혁 후보 현수막과 기호 3번 자유선진당 김석우 후보 현수막
ⓒ 민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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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4번 민주노동당 배진교 후보 현수막
▲ 4.9총선, 인천남동을 지역구/사진2 기호 4번 민주노동당 배진교 후보 현수막
ⓒ 민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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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5번 창조한국당 조기종 후보 현수막과 기호 6번 평화통일가정당 안갑동 후보 현수막
▲ 4.9총선, 인천남동을 지역구/사진3 기호 5번 창조한국당 조기종 후보 현수막과 기호 6번 평화통일가정당 안갑동 후보 현수막
ⓒ 민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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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7번 무소속 이원복 후보 현수막과 기호 8번 무소속 이호웅 후보 현수막
▲ 4.9총선, 인천남동을 지역구/사진4 기호 7번 무소속 이원복 후보 현수막과 기호 8번 무소속 이호웅 후보 현수막
ⓒ 민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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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이 공천하지 않은 기호 1번은 사람이 없다. 그래서 참 조용하다.

기호 2번 조전혁 후보(한나라당)는 여당 후보임을 강조하듯 '실용정부'를 위한 '젊은 엔진'이 되겠단다. 조 후보와 한나라당이 말하는 '실용'이 무엇인지 재차 궁금해진다.

기호 3번 김석우 후보(자유선진당)는 '선진한국'을 이룩해 '서민의 힘'이 되겠단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서민과 나라(한국) 중 어디에 진짜 방점이 있을지, 내심 그게 궁금하다. 

기호 4번 배진교 후보(민주노동당)는 '한나라당에 맞설 유일한 후보'인 자신을 봐달라고 조금은 애교 섞인 호소를 한다. 서민을 위한 당임을 강조해 온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온 그가 정말 여당 후보에 맞서 싸울 '전사'가 될 수 있을까? 그건 당사자만이 알 뿐이다.

기호 5번 조기종 후보(창조한국당)는 이미 잘 알려진 당 구호를 그대로 반영하여 '대운하건설'에 반대하며 이를 서민경제와 대비시키고 있다. 현 정부의 영어정책에 관한 비판을 담은 구호도 눈에 띈다.

기호 6번 안갑동 후보(평화통일가정당)의 핵심 구호는 한 마디로 '가정'과 '행복'인데, 신생 당이면서도 전 지역에 후보를 낸 당 후보로 나온 점 외에는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없다.

나머지 두 후보는 좀 특이하고 또 특별하다. 기호 7번 이원복 후보(무소속)는 한나라당 심판론과 비슷하게 들리는 '낙하산' 심판론을, 기호 8번 이호웅 후보(무소속)는 민주당 복귀론을 내세운다. 그러나 후보 등록 이후 마주친 현실은 좀 다르다.

사실 이호웅, 이원복 두 후보 현수막은 상당히 아쉽고 씁쓸하다. 차라리 우는 사진이 더 어울릴 법한 감동멘트로 거리 현수막을 도배해버린 두 후보는 인지도에서는 아마도 가장 유리했을 게다. 이곳 유권자들은 물론 인천시민 상당수에게 꽤 많이 알려진 두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는 정책 제시보다는 생존가능성에 더 관심을 두는 듯해 좀 씁쓸하다.(두 후보 누리집을 통해 각각 이력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인천 남동을, 2파전이 될까 3파전이 될까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쪽이 한나라당임을 고려할 때, 결국 이곳 남동을 선거구도 기존 인지도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는 곳이다. 여타 후보들은 물론 두 이씨 후보들도 그야말로 발로 뛰는 선거를 해야 할 뿐이다.

물론 한나라당 조전혁 후보 역시 이번 선거를 앉아서 구경만 할 처지는 아니다. 이곳 남동을 선거구도 어느 곳 못지 않게 접전 예상 지역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원복 후보의 추격을 받는 조 후보가 최근까지 누려온 근소한 우위를 바탕으로 좀 더 승기를 잡아갈지 아니면, 두 이씨 후보를 비롯한 여타 후보들의 추격을 허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인지도 요소를 포함하여 현재 분위기를 보면, 대단한 변수가 없는 한, 남동을 선거구는 조전혁 후보와 이원복 후보가 격돌하는 2파전이 진행되는 사이 이호웅 후보가 3파전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양상으로 진행되리라 예상한다.

어찌보면, 남동을 지역구 판세는 두 이씨 후보가 얼마나 끝까지 긴장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경쟁 관계였던 두 후보가 현재 선두인 전 후보와 어떤 승부를 벌이느냐에 따라 이곳 선거는 더 흥미로워 질 수도 있고 일찌감치 그 관심이 반감될 수도 있다. 진정한 지역 일꾼이 뽑히기를 기다리는 18대 총선격전지 인천 남동을 선거구는 그래서 지금 소리없이 바쁘다.


태그:#총선, #18대 총선, #인천 남동을, #선거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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