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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은 식목일이다. 내게도 이날 작은 행사가 계획되어 있어서 4일 낮 서울에서 묘목과 각종 씨앗을 구하기가 좋은 종로 5가를 찾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광장시장 쪽 거리로 나서자 크고 작은 묘목들과 씨앗들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땅에 뿌리를 내리게 해줄 새 주인을 기다리는 묘목들도 다양하다. 감나무와 매화나무, 사과나무 등 유실수는 물론 벚나무와 동백나무 등의 꽃나무, 그리고 소나무와 주목, 편백나무 등 관상수까지 그야말로 없는 나무가 없었다.

 

식목일이어서인지 묘목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떤 40대 부부는 골라놓은 나무 종류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남편은 관상수를 사고 싶어 하는데 부인은 꽃나무를 심고 싶다는 것이었다.

 

취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들 부부는 결국 꽃나무 한 그루와 편백나무 한 그루를 사들고 일어섰다. 정원이 좁아서 나무 한 그루도 심을 곳이 없지만 식목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나왔단다. 그래서 작은 꽃나무와 편백나무를 화분에 심어 거실에서 키울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부부는 해마다 식목일이면 나무 한 그루라도 어디엔가 심어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50대의 아저씨는 제법 커다란 감나무 한 그루를 사들고 일어선다. 거금 5만원을 투자했노라고 한다. 그래도 역시 제일 많이 팔리는 것은 화단이 아니라 화분에 심을 난초들과 작은 꽃나무들이었다. 주거 환경이 대부분 아파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서민들이야 어디 나무 한 그루 심을 땅이 있기나 하겠는가. 그래서 아파트 베란다의 작은 화분에 심어 집안에서 기를 수 있는 난초나 작은 꽃나무들이 많이 팔리는 것이다.

 

지난 가을에 캐내 갈무리해 두었다가 봄에 심는 알뿌리 꽃나무들도 많이 나와 있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다알리아와 칸나, 베고니아, 칼라 같은 것들이었는데 둥근 뿌리에서 싱그러운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거리 묘목과 꽃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드디어 내일 무얼 심을까를 결정했다. 산동네로 올라가는 길 옆의 좁은 공간에 꽃씨를 심기로 한 것. 회원들 10여명이 참가하는 식목일 행사는 마을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 예쁜 꽃밭을 가꾸는 걸로 결정됐다.

 

산동네의 오르내리는 길은 자치단체나 어느 곳에서도 관심과 배려가 없는 곳이다. 그래서 해마다 잡초만 무성했던 그곳을 우리 회원들이 꽃밭으로 가꾸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씨앗은 과꽃과 메리골드(천수국), 그리고 사루비아와 비올라를 구입했다. 한 봉지에 3000원씩이었다. 이 씨앗들을 정성껏 심어 여름에 예쁜 꽃들이 피어나면 그 길을 오가는 사람들과 더불어 향기로움과 아름다움을 같이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식목일의 기원은 멀리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회 식목일 행사는 사직공원에서 있었다. 당시 정부는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룬 날인 문무왕 17년 2월 25일(음)과 조선의 성종임금이 선농단에서 직접 논을 경작한 날인 양력 4월 5일을 기원으로 해서 식목일을 정했다.

 

식목일은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성과 함께 농업과 임업사상이 깃든 매우 뜻 깊은 날이다. 일제 때는 4월 3일이 식목일이었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4월 5일이 나무 심기에 너무 늦다는 견해도 있다.

 

내일은 바로 4월 5일 식목일. 나무심기와 함께 우리강산을 푸르게 살찌우는 숲을 사랑하는 마음이 국민들 모두에게 가득해지면 좋겠다. 또 해마다 겨울과 봄이면 발생하는 산불로 삼림이 불타버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기를 기원한다.


태그:#이승철, #식목일, #알뿌리, #묘목, #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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