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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정사’ 앞에서 마주한 환한 기쁨
▲ 오봉정사의 벚꽃 ‘오봉정사’ 앞에서 마주한 환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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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소. 어느 곳보다 더 좋아.”
▲ 직금마을에서 본 풍경 "진짜 좋소. 어느 곳보다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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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날에 섬진강으로 떠나보자. 순백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벚꽃이 화르르 피었다. 광양에서 861번 도로로 진입하여 섬진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벚꽃길이다. 전남 광양에서 구례로 이어지는 섬진강변 벚꽃 길은 산자락과 강변을 온통 하얗게 수놓았다. 구례까지 가는 내내 벚꽃을 만날 수 있다.

하동 가는 길 입구에서 잠시 망설이다 구례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섬진강 건너의 벚꽃 길은 꽃구름으로 넘쳐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아도 꽃물결이 가슴까지 밀려든다. 지리산을 품고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 물결 따라 달리다보면 매화나무 지천인 광양 다압면의 섬진마을을 만나게 된다. 엊그제까지 꽃물결로 넘실대던 매화마을 꽃 진자리에서 아쉬움을 채 느끼기도 전에 벚꽃의 꽃물결이 또다시 이어진다.

옛날 수군진이 설치되었던 섬진나루에는 당시 수군 장교였던 별장의 기념비 좌대로 사용했던 돌두꺼비 4기가 아직도 남아있다.
▲ 섬진나루의 돌두꺼비 옛날 수군진이 설치되었던 섬진나루에는 당시 수군 장교였던 별장의 기념비 좌대로 사용했던 돌두꺼비 4기가 아직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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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마을의 섬진강 유래비다. 어디 그 유래비를 잠시 살펴보자. 본디 이 강의 이름은 모래내, 다사강, 두치강 이었던 것이 고려 초부터 섬진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고려우왕 11년(1385년)에 왜구가 강 하구에 침입했을 때 광양 땅 섬거에 살던 수십 만 마리의 두꺼비가 이곳으로 떼 지어 몰려와 울부짖자 이에 놀란 왜구들이 피해갔다는 전설이 있다. 옛날 수군진이 설치되었던 섬진나루에는 당시 수군 장교였던 별장의 기념비 좌대로 사용했던 돌두꺼비 4기가 아직도 남아있다.

광양출신으로 조선 선조 때 나주목사를 지낸 정설이 만년을 소일할 목적으로 1573년에 세웠다는 수월정의 벚꽃도 정말 아름답다. 송강 정철이 이곳의 멋진 풍경을 보고 지었다는 <수월정기>란 가사를 보면 그 아름다움이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달빛이 비추니 금빛이 출렁이며 그림자는 잠겨서 둥근 옥과 같으니 물은 달을 얻어 더욱 맑고 달은 물을 얻어 더욱 희니 곧 후(정설)의 가슴이 맑고 투명한 것 같다. - 송강 정철의 수월정기 중

수월정 정각에 앉아 섬진강을 바라보면 그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설렌다. 때마침 불어오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꽃잎, 시원스레 펼쳐진 강줄기 사이의 모래톱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다. 강가에서 봄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는 나룻배는 봄날의 꽃 멀미로 버둥댄다. 느티나무의 연둣빛과 강물에 흐드러진 벚나무의 화사함이 눈부시다.

약간의 낯설음이, 한가함이 있어서 좋아

수월정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 섬진강 수월정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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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월정의 벚꽃도 정말 아름답다.
▲ 섬진나루의 벚꽃 수월정의 벚꽃도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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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벚꽃 노란개나리와 어우러진 남도대교의 풍경
▲ 남도대교 하얀 벚꽃 노란개나리와 어우러진 남도대교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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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개나리 꽃물결이 이어진다. 하얀 벚꽃도 강물 따라 펼쳐진다. 하얀 벚꽃물결이 출렁인다. 섬진강 어귀에는 수양버드나무의 푸른 잎이 갓 돋아나 연둣빛으로 흔들린다. 꽃길 빈자리에 서면 건너편 하동의 꽃물결이 스며들곤 한다. 이 길은 새롭다. 약간의 낯설음이, 한가함이 있어서 좋다. 하동 벚꽃 길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여유 있게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직금마을의 빛바랜 슬레이트지붕과 가득 쌓인 땔감이 한 폭의 그림 되어 눈길을 붙잡는다.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이 마을에 사는 고영환씨는 마을로 올라가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가란다.

"대한민국에 이런 데가 없소. 한번 가보씨요, 진짜 좋소. 어느 곳보다 더 좋아."

산자락 언덕배기의 아주 작은 마을 직금마을은 그의 말마따나 정말 아름답다. 마을 정각에서 바라보는 벚꽃 길은 환상이다. 정각과 벚나무의 어우러짐 또한 멋진 수묵화로 다가온다.

"진짜 멋있네요."
"암! 여기서 보면 남도다리도 보이고 멋있어."
"구경 잘 하고 갑니다."
"가입시더 잉~"

마을 어르신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직금마을에서 바라본 섬진강은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하고픈 풍경이다. 벚꽃이 한잎 두잎 흩날린다.

남도대교 양편 도로의 벚나무가 꽃동산을 이루고 있다. 벚꽃이 도로를 뒤덮고 있다. 노란개나리와 어우러진 남도대교의 풍경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남도대교를 넘어설까 하다 그 유혹을 끝내 뿌리치고 그대로 861번 도로를 달린다.

밤하늘에 폭죽을 보는듯한 환한 기쁨

밤하늘에 폭죽을 보는듯한 환한 기쁨
▲ 환한 기쁨 밤하늘에 폭죽을 보는듯한 환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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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부터는 개나리와 벚꽃이 한데 어우러져 전혀 새로운 느낌이다. 문척 방향 이정표를 보고 달리다보면 이따금씩 환상적인 벚꽃 터널을 만나게 된다. 벚꽃이 절정을 이룬다. 이곳의 벚꽃 길에서는 어두운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듯 눈부신 순간의 섬광을 대낮에 만나게 된다.

구례군 향토문화유산인 '오봉정사' 앞에서 또 한 번 환한 기쁨과 마주한다. 오봉정사는 경당 임현주(1858~1934)선생이 민족정신과 항일정신을 후학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도장이다. 이곳에 머무는 순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느라 정신이 없다. 기와지붕과 돌담장에 늘어진 벚꽃의 풍경은 벚꽃의 명소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구례 간전면 양동마을 앞에서
▲ 벚꽃 구례 간전면 양동마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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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 861번 지방도로는 벚꽃이 환상적이다. 차량은 꽃 터널을 달린다.
▲ 벚꽃 터널 섬진강변 861번 지방도로는 벚꽃이 환상적이다. 차량은 꽃 터널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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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산수유 꽃과 담장의 하얀 벚꽃송이들은 상춘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기와지붕위로 늘어진 벚꽃송이는 숨을 멎게 한다. 벚꽃 꽃비가 내리는 날 이곳에 오면 정말 좋겠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더더욱 바랄 것이 없겠다.

구례 간전면에서 문척면의 구례1교에 이르는 섬진강변 861번 지방도로는 벚꽃이 환상적이다. 이곳에서부터는 꽃 터널이 이어진다. 이 길은 하동읍과 쌍계사를 잇는 19번 국도의 벚꽃 길에 비해 덜 붐빈다. 861번 도로를 가는 내내 19번 국도인 벚꽃길이 섬진강 건너에서 함께  동행을 한다. 건너편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감상을 하다보면 꽃 멀미가 난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서울- 전주 - 남원 - 구례군청 - 사성암 방향 861번 도로 - 문척 - 오봉정사 - 남해대교 - 매화마을(섬진마을)

* 구례 섬진강변 벚꽃 길에서는 오는 4일(금)부터 6일(일)까지 사흘간 ‘제5회 구례섬진강변 벚꽃축제’가 열립니다. 이 기사는 3일(목) 오전 광양에서 매화마을을 경유 구례 방향 861번 도로를 따라가면서 기록한 여행기입니다.

* 축제 사이트 : http://gurye.go.kr/festival/index.html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섬진강, #구례 벚꽃, #꽃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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