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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당신은 우리의 귀빈입니다."

공명되는 소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에 울리고 있는 간절한 바람을 저버릴 수 없었다. 봄의 향연에 초대하는 봄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절실하게 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봄의 귀빈이 되고 싶은 욕심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연록
▲ 수양버들 연록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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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았으니, 당당할 수 있었다. 귀빈이니, 의당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찾은 곳은 송광사다.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에 위치하고 있는 산사다. 종남산에 위치하고 있는 절은 귀빈을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었다. 대한 불교 조계종 제 17교구에 속하고 있는 절은 청년 불자를 위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싱그러운 꽃
 싱그러운 꽃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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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연의 귀빈을 가장 먼저 반겨주고 있는 것은 냉이였다. 하얗게 피어난 냉이꽃은 순박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심술을 부리고 있는 바람으로 움츠려들고 있던 마음에 환한 빛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송이송이 피어 있는 꽃들이 정겹게 맞이해 주고 있어 싱그러움이 고스란히 들어온다.

향
▲ 제비꽃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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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 제비꽃이다."

언제 그렇게 피어났을까? 보랏빛으로 활짝 피어난 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모습은 그것대로 빛나고 있어 찾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노란 세상으로 옮겨졌다. 장관이었다. 수선화가 밀식되어 완전히 노란 세상을 펼쳐내고 있었다.

공명
▲ 범종루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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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빈을 초대한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이심전심으로 공명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종남산 송광사는 귀빈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손님을 초대한 것이다. 노랗게 피어난 수선화는 화엄세상이었다. 욕심으로 얼룩져 있는 고뇌를 한꺼번에 씻어낼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꽃의 세상이었다. 그 안에 귀빈으로 초대되었으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덩 -- 덩 --."

금방이라도 울려 퍼질 것 같은 종루가 마음 안으로 들어온다. 보물 제 1244 호로 지정되어 있는 송광사 종루에는 동종과 운판 그리고 법고와 목어가 설치되어 있다. 지상과 물속 그리고 지하세계와 영혼의 세계를 밝게 해주는 것들이다. 이들이 울려 퍼져 나가게 되면 시방 삼세가 정화되어지는 것이다.

세상
▲ 수선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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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루를 마주보고 있는 대웅전이 장엄하게 서있다. 그 앞에 서니, 나 또한 경건한 마음이 된다. 대웅전 안에는 보물 제 1274호로 지정되어 있는 송광사 소조 삼불상 및 복장 유물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물론 송광사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햇살에 반짝이고 있는 건물의 모습에서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화사한 봄꽃
 화사한 봄꽃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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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 있는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산사의 정기를 받아들인다. 귀빈으로 초대를 받았으니, 봄의 기운을 마음껏 들이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웅전을 돌아서니, 나한전 앞에 소나무 한 구루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물질세계의 부자보다는 정신세계의 부자가 훨씬 더 우뚝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상
▲ 소나무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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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는 향연으로 봄꽃이 만발해 있었다. 그 꽃들 사이에서 연록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수양버들이다.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는 약수터 옆에 서 있는 수양버들은 인생을 말하고 있었다. 넉넉한 마음으로 욕심을 버리게 되면 언제나 싱그러운 빛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봄 향연의 귀빈으로 성대한 환대가 고마웠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사에서(08.4.2)



태그:#봄, #향연, #초대, #귀빈, #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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