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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또 1등에 당첨된 김씨, 꼭 쓸데가 있다고 했다.
로또 1등에 당첨된 김씨, 꼭 쓸데가 있다고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토요일 277차 로또 추첨 결과 1명이 6개의 번호를 모두 맞춰 127억원의 당첨금을 받게 됐다. 행운의 주인공은 강원도 춘천에 사는 김점쟁씨(37세, 상업)이다. 김씨는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두 딸을 둔 가장으로 상업에 종사하고 있다. 큰 딸이 학교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서 김씨의 당첨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 이례적으로 방송3사 9시 뉴스는 김씨의 당첨 소식을 첫기사로 전했다. 4월 2일 김씨를 전격 인터뷰했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정신이 멍한게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꿈이라도 꿨나.

사실 내가 꿈을 꾼건 아니다. 사촌형의 꿈을 10만원에 샀다.  충남 태안에 사는 사촌형님이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후 조업을 못하고 있었는데 꿈에서 오랜만에 조업을 나갔다고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 많던 대하가 한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축구공만한 타르덩어리 12개가 공중에 떠오르더니 맴돌다가 사라졌다고 했다. 곧이어 25개, 33개, 37개, 41개, 44개의 타르 덩어리가 솟아올랐다. 사촌형님의 꿈속에 나타난 타르덩어리 개수를 순서대로 조합해서 1등에 당첨됐다.

 

-전화가 불이 날 정도라고 하는데…

9시 뉴스 나가고 나서 이틀동안 3천통이 넘는 전화가 왔다. 끊임없이 전화가 와서 과열로 배터리 2개가 불에 타면서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금은 업소용 대형 냉장고안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좀 춥긴 하지만 견딜만하다.

 

-어떤 사람들이 전화를 하나.

20년째 연락이 없던 친구들도 연락을 해왔다. 제 1금융권과 2금융권에서도 많이왔다. 보험회사에서만 300통이 넘게 왔다.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준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고 전화가 오는지 모르겠다. 정보유출이 된 것 같다.

 

-주로 어떤 내용으로 전화를 하나.

짐작하시는대로 돈 빌려달라는 내용이다. 사업에 투자하자는 내용도 많다. 웃긴 것은 한 방송국 피디라는 사람이 3억을 주면 탤런트 시켜준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위협하는 사람도 많었다. 돈을 보내지 않으면 아이가 즐겨 먹는 새우깡에 쥐머리를 넣겠다는 둥, 빵에 지렁이를 집어넣겠다는 둥, 참치 먹을 때 입 베이지 않게 조심하라는 둥 말도 안 되는 협박도 해왔다.

 

-협박당했는데 두렵지 않은가.

워낙 협박전화가 많다보니 그러려니 하고 있다. 당첨 1등이 알려졌으니 그럴만하다. 그런데 협박전화 1건은 협박범의 요구를 들어줬다. 자기네 집이 재개발 되는 과정에서 시공사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화가나서 보물 1호인 동대문을 불질러 버리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1억원을 보내줬다. 내가 20대 후반에 대학 졸업하고 나서 백수생활 하는 동안 잠깐 노숙을 한적이 있는데 그때 보물 1호 동대문에서 동료들과 고기도 궈 먹고 담배 피우던 기억 등 추억이 서려 있어 불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친척들의 반응은 어떤가.

외국으로 이민가라고 충고하는 경우가 많다. 1등 당첨되고 대한민국에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신변에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가장 섬뜩했던 건 돈을 주지 않으면 두 딸을 납치하겠다는 협박전화였다. 대낮에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조심하라고 했다. 경찰을 집근처에 배치하겠다고 했더니 잡혀도 자신은 단순 폭행범으로 금세 풀려 날수 있다고 했다. 아이를 적당히 혼내는 척, 때리는 척 혹은 술 마시고 납치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아버지나 술취한 사람이 단순히 폭행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경찰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납치 방법까지 내게 알려줬다. 그래서 요즘은 방과 후 학원도 모두 끊고 보디가드 까지 붙여 집으로 데려오고 있다.

 

-언론 통해 유명인사가 됐는데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나.

생각해 봤는데 이번 4. 9 총선에 나갈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 내일부터 재래시장도 돌고 허름한 국밥집에서 국밥 먹는 장면도 광고로 만들 생각이다.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서민을 위해 머슴처럼 살며 봉사하겠다. 그리고 확실히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춘천 시민들에게 결혼하면 5백만원, 자녀 낳으면 1천만원을 무상 지원하겠다.

 

-당첨금을 어떻게 쓸 계획인가.

우리 가족을 위해 5억원 정도와 꼭 쓸데가 있어 20억 정도 남기고 나머지 100억원은 모두 사회에 헌납할 생각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당첨금 기부 헌납 위원회’를 구성해도 좋다. 나는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추후라도 거짓이 있다면 특검이라도 받겠다. 아무리 100억 부자라해도 받을 건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꼭 쓸데가 있다고 했는데 어딘가.

내 친구 몇 명이 홍성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데 요즘 선박 기름값이 너무 올라 조업을 못하고 있다. 잡는 고기보다 기름값이 더 들어간다. 그 친구들에게 유류비를 지원할 생각이다. 그리고 천안에 사는 한 친구가 유등천을 개발해 배를 띄우고 물건을 실어나르는 희한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게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옆에 고속도로와 철도가 있는데 왜 그 희안한 사업을 벌이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래서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투자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런데 그 친구 고집이 대단해 배를 띄우긴 할 모양인데 나는 썩 내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왕 언론도 대박으로 탔고 국회위원 출마도 하기로 했으니 언론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한말씀 드리고 싶다. 사촌형님도 태안에 살고 있지만 국민으로써 태안만 보면 마음이 아파진다. 제발 ‘태안기름유출사고’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안이 무슨 유전개발하는 곳인가? 기름은 태안에서 유출된게 아니라 ‘허베이 스피리트호 ’에서 새어 나온 것이다. 이점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다.

 

요즘 현안문제들을 가상의 로또 당첨자의 ‘가상인터뷰’를 통해 패러디 한 것입니다. 지금의 세태를 패러디를 통해 풍자하고자 하는게 이번 기사의 목적입니다.

 

태안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 안양어린이 납치 살해사건,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사건, 대운하, 생쥐머리 생우깡 비롯한 식품사고, 유가 인상, 숭례문 방화, 청년 실업, 정보유출, 휴대폰 밧데리 폭발, 대통령 재산 헌납, 4.9 총선, 삼성특검, 허경영 전 대선 후보 공약 등입니다.

 

모두 찾으셨지요? 실제 인터뷰 기사로 오인해서는 안됩니다. 즐거움과 재미보다는 어둡고 무거운 면을 패러디하다 보니 마음이 좀그렇습니다. 그래도 재밌게 봐주세요.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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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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