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하철 호포역 앞 호포화훼단지는 지금 봄꽃들이 만발하다.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 화훼단지를 찾는다. 이젠 완연한 봄이지 않은가. 매화꽃의 절정이 지나고 봄꽃들이 앞을 다투어 곳곳에서 피기시작하면서 온 세상은 봄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이때쯤이면 주부들은 겨우내 칙칙했던 집안에도 봄을 느끼고 치장하기 위해 작은 사치들을 한다.
 

호포화훼단지는 6-7개의 대형 화훼단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분재, 허브, 꽃 배달, 화환, 화분 등 다양한 꽃식물과 나무를 취급하고 있다. 우리가 화훼단지를 찾았던 오후 무렵,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화훼단지를 둘러보며 꽃을 사거나 화분을 고르고 있었다. 어린 아이의 손을 붙들고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도 있고 부부끼리 나온 사람, 친구와 함께 나온 이들도 보인다. 작은 꽃이나 나무 하나 고르는데도 신중한 모습들이다.

 

봄이다. 집안 분위기를 좀 바꿔보기 위해 얼마 전부터 시장에 갈 때마다 작은 화분을 하나씩 사기 시작했던 나는 오늘은 화훼단지를 둘러보고 알뜰한 가격에 작은 꽃 화분도 살 겸, 또 꽃씨를 사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집 가까이 큰 재래시장이 있어 제법 큰 화원도 있지만 단지로 된 곳은 근처에 없기 때문에 외출한 김에 호포 화훼단지로 나온 것이다.

 

꽃씨를 파는 집에 들어가서 꽃씨가 담긴 통에서 꽃씨를 골랐다. ‘무슨 꽃씨를 심지’하고 혼잣말처럼 하는 말에 남편의 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접시꽃’ 하는 것이었다. 일단 접시꽃씨를 하나 샀다. 접시꽃 하고 단번에 대답이 튀어나온 건 다 이유가 있다. 작년 여름 여수에서 배를 타고 10분정도 들어가는 금오도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이기풍 목사님의 최후 순교지였던 우학리교회에서 하룻밤을 묵었던 적이 있는데, 우학리교회에 들어섰을 때 우리에게 가장 먼저 눈인사를 걸어 온 것이 접시꽃이었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넓은 마당 한켠에 서 있던 키 큰 접시꽃들이 그렇게 이뻐보일 수가 없었다. 평소에 접시꽃을 별로 좋아하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때의 접시꽃은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꽃씨를 샀다. 접시꽃과 조롱박, 사루비아 꽃씨였다. 많은 종류의 꽃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선택의 폭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나중에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 꼭 과실수랑 여러 가지 꽃을 키우자고 우리는 자주 말하곤 한다. 넓진 않더라도 아담한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매화꽃나무, 석류, 모과, 포도, 감나무 등 유실수들을 심고, 목련꽃, 동백꽃, 봉숭아, 사루비아, 장미, 국화...등 온갖 기화요초들로 꾸미고 싶지만 당장은 요원한 일이다.

 

아쉽긴 하지만 건물 옥상에 몇 개의 화분에 담긴 나무들이 있으니 거기에라도 우선 심어 키워보자 한 것이다. 꽃씨를 사니 마음속에 소망 하나 품은 듯 가슴이 설렌다. 꽃씨 몇 개를 사고나서 앙증스런 작은 화분을 두개 더 샀다. 봄꽃은 보기 좋은데 대부분 빨리 시들어버리고 나면 보기가 안 좋았다. 잘 안 죽으면서 관리하기 조금은 편한 걸로 사기로 했다.

 

이름도 낯선 ‘율마’와 ‘가랑코에’였다. 더 사지 못해 아쉬웠지만 집에 돌아와 서재의 낮은 책상에 살짝 올려놓고 보니, 참 이상하다.

 

이 작은 것들이 우리를 아주 기쁘게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제법 몇 개 모아진 나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마음이 즐겁다. 하루하루 이 작은 것들이 조금씩 자라가는 것을 관찰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갑자기 부자가 된 듯하다.

 

 

 


태그:#화훼단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