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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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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옥

봄은 단지 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다. 새 생명이 움트는 화창한 봄날이면 소녀 같은 감성으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순수함을 만나게 된다. 또 새로운 것에 대한 변화를 꿈꾸며 뭐랄까 희망 같은 설렘을 갖게 하고, 미래에 대한 부푼 기대감이 생긴다. 그래서 봄은 늘 기다려지고 함께 하고픈 계절인지도 모른다.

어디 그뿐이랴, 마음에 주는 선물뿐만 아니라 눈, 코, 입, 귀에 전해주는 선물은 또 얼마나 향긋하고 맛스러운가. 흔히들 웰빙 웰빙하는데 봄이야말로 진정한 웰빙이 아닐까? 달래, 냉이, 씀바귀는 까칠한 입맛을 살아나게 하고, 뽀얀 얼굴로 피어난 꽃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 진한 향이 일품인 쑥은 국에서부터 쑥 범벅, 쑥 튀김, 쑥 개떡 등 다양한 모습으로 행복을 한아름 전해준다.

양지바른 곳에서 핀 진달래꽃
▲ 진달래꽃 양지바른 곳에서 핀 진달래꽃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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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살고 있는 나는 집 밖을 나서면 쉽게 쑥과 마주친다. 심지어는 우리 집 화단에까지 쑥이 자라고 있다. 누가 심어서가 아니라 쑥을 좋아하는 나에게 봄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그래서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화단에서 가만히 앉아 쑥을 뜯을 수가 있다. 쑥국을 먹을 때면 무척 행복하다는 남편은 오늘도 쑥이 듬뿍 들어간 된장국을 훌훌 마시며 봄을 음미한다. “아, 행복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또한 행복 속으로 풍덩 빠지고 만다.

고독한 나무에 연둣빛 새싹이 돋을 때의 모습은 또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다운가. 막 깨어난 병아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뒤뚱뒤뚱 걷는 모습처럼 귀엽고 신기하다. 잠을 자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하는 갓 태어난 아가의 얼굴처럼 눈물나도록 신비스럽다. 실개천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봄에 들으면 마치 노래 소리처럼 들린다. 봄이 흐르는 실개천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제비꽃의 귀여운 모습
▲ 제비꽃 제비꽃의 귀여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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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바른 산길에는 귀엽고 깜찍한 제비꽃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봄을 노래한다. 70년대 초등학교 학창 시절 농촌에서 자란 나는 보랏빛 제비꽃을 꺾어서 꽃반지를 만들어 끼곤 하였다. 더러는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는데, 길게 나온 꽃대를 꺾어 제비꽃에 동그랗게 말아 끼우면 예쁜 꽃반지가 된다. 지금은 초등학교 앞 문방구나 대형 매장에서 다양한 모양의 반지가 판매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액세서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오로지 자연에서 선물 받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이들에게는 그때의 그 모습이 훨 나은 것 같다.

산 밭에 모둠으로 피어있는 냉이꽃과 풀꽃
▲ 풀꽃 산 밭에 모둠으로 피어있는 냉이꽃과 풀꽃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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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카메라를 메고 동네 뒷동산을 오르는데 산밭에 냉이 꽃이 활짝 피었다. 모르긴 해도 냉이를 뜯는 사람들은 많아도 냉이 꽃을 자세히 살펴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냉이 꽃이 아주 작고 그다지 예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진으로 보는 냉이 꽃은 고 작은 것이 앙증맞고 신비스럽다. 냉이 꽃 옆에는 그와 비슷하게 생긴 노란 꽃이 친구처럼 앉아있다. 그 틈새에 분홍빛 풀꽃도 아름답기는 매한가지다. 농촌의 산과 들에는 이름모를 풀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서양화처럼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작으면서도 질리지 않는 그 은은한 멋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금방 터질듯한 꽃봉오리의 매력
▲ 꽃봉오리 금방 터질듯한 꽃봉오리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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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준 선물, 그냥 지나칠 순 없잖아?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눈 마주치고 보듬어 안으면 행복이 쏙쏙 찾아드는데…. 사람이 사는 이치도 마찬가지 아닐까, 비록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곳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두 배의 기쁨과 행복이 찾아온 다는 사실, 봄이 내게 가르쳐 준 선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봄, #냉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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