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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는 10-20만원대 생활자전거 타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고가 자전거 시승기는 많지만 생활자전거 시승기는 없습니다. 자전거 정보를 알고자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도 무게나 가격 등 간단한 정보밖에 없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10-20만원대 생활자전거 시승기를 꾸준히 게재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2008년 생활자전거 시승기를 게재합니다. 이번에는 재활용자전거입니다. [편집자말]
(사)자전거나눔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일대 아파트에 방치돼 있는 자전거는 약 20만대. 버려진 자전거는 도시의 흉물이 되고 있다. 사진은 (사)자전거나눔 자전거 야적장.
 (사)자전거나눔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일대 아파트에 방치돼 있는 자전거는 약 20만대. 버려진 자전거는 도시의 흉물이 되고 있다. 사진은 (사)자전거나눔 자전거 야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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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차량관리단에선 노숙인 8명이 자전거 재활용 작업을 하고 있다.
 고양차량관리단에선 노숙인 8명이 자전거 재활용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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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4월 '㈔신명나는한반도자전거에사랑을싣고(이하 자전거나눔)'가 서울과 경기 지역 아파트 68군데를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수 대비 7%에 방치자전거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100가구당 방치자전거 7대가 있다는 뜻이다.

이 결과를 서울 경기 인천 지역 280만 아파트 가구에 적용해보면 방치자전거가 20만대 가량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전거가 오히려 도시의 미관을 좀먹는 흉물이 됐다는 뜻이다.

자전거나눔이 시작한 방치자전거 수거·수리사업은 방치자전거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다. 버려진 자전거에서 필요한 부품을 꺼낸 뒤 다시 쓸 만한 자전거로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전거는 아동복지센터 아동들과 지역 어르신들에게 전해졌다. 2006년엔 678대, 2007년에 1000대를 전달했다.

버린 자전거 4대=중고 자전거 1대

대략 4대를 수거하면 쓸 만한 자전거 한 대를 만들 수 있다. 지난해 수거한 자전거는 총 3500대, 올해는 3월까지 700대를 수거했다. 수거지역은 서울과 경기 일대다.

자전거 수거·수리사업은 아파트 주민과 이용자 측 모두에 이익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빈자리를 차지한 채 흉물이 되는 자전거를 치울 수 있고, 지역에서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쓸 만한 자전거를 나눠줄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측이 항상 협조를 잘해주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자전거 수거 사업이 잘 되려면 아파트 관리인과 부녀회가 관심을 보여야 하는데, 절반 정도는 '귀찮은 일'이라며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는 '사회 일자리 만들기'에도 뛰어들었다. 성공회노숙인센터(소장 임영인 신부)에 있는 노숙인들을 자전거 재활용 사업에 참여케 한 것. 지금 8명이 자전거재활용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중 한 명은 노원구청에 가서 기술지도를 하고 있다.

김용석 국장은 "서울 25개 구청 중 서초구청만 빼곤 모두 자활센터가 있어 할 일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특정 분야 사람들에게만 전해질 뿐 폭넓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고 재활용 자전거'라는 인식 때문이다. 자전거 나눔 김용석 국장은 "안전 문제에 있어 꺼려 하는 시선이 있다"면서 "제3자가 객관적으로 검증해줄 수 있다면 우리도 좋겠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하루 3대 만들어, 손 많이 가는 작업

수리작업중인 노숙인
 수리작업중인 노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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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인 노숙인.
 작업중인 노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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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오마이뉴스>에서 직접 2주 동안 타보면서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 3월 25일 고양차량관리단을 찾았다. 시승용 자전거를 뽑기 위해서다.

공장 밖엔 중고자전거 450여대가 놓여 있었다. 모두 비닐을 쳐놓은 상태. 전날 비가 와서 쳐놓은 것이다. 비닐이 벗겨지지 않도록 비닐 위엔 타이어를 올려놓았다.

실내 보관소가 있다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공간이 없다. 여기서 시승용 자전거 네 대를 빼야 하는데, 빽빽한 자전거 더미와 비닐 덮개를 보니 답답해진다. 저기서 어떻게 자전거를 뽑아내나?

일단 공장 안을 구경했다. 비닐 덮개를 젖히고 들어가니 벽에 걸린 자전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작업이 끝난 자전거들이다. 안에서 노숙인 몇 사람이 자전거 수리 작업에 열심이다. 나를 한 번 흘깃 보곤 다시 작업에 열중한다.

한 사람은 자전거 앞바퀴 쪽에 물받이를 달고 있다. 마무리 작업. 이 정도면 자전거 제작은 거의 막바지다. 한 사람은 뒷바퀴를 끼우고 있다.

바닥엔 공구가 널려 있다. 부품은 종류별로 쌓여 있다. 뒤 변속기(드레일러), 체인, 브레이크, 페달, 페달 부위 덮개 등은 상자에 담겨 있고, 타이어는 천장에 걸려 있다. 쓸 만한 자전거 몸체에 쓸 만한 자전거 부품을 하나씩 붙이며 재활용자전거를 만드는 것이다.

김용석 국장에게 "하루에 몇 대 정도 만드냐"고 물어보니 "부지런히 하면 한 사람이 3대 정도 만든다"고 말한다. 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 셈이다.

아파트에서 자전거를 실어가라는 연락이 오면 덮개차량이 출발한다. 싣고 온 자전거는 마당에 쏟아놓는데, '나쁜 것' '중간 것' '괜찮은 것' 세 종류로 나눈다. 여기서 '나쁜 것'은 곧바로 고철 처리된다. 중간 것과 괜찮은 것에 대해선 해체 작업 또는 부분 수리 작업이 들어간다.

자전거 더미에서 골라낸 13년 전 자전거

자전거 야적장.
 자전거 야적장.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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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을 구경하고 나온 뒤 자전거를 구하기 위해 야적장으로 나갔다. 조금 전에도 봤지만 다시 보니 더 답답하다. 원래 칸마다 잘 정리된 자전거를 보면서 잘 골라볼 생각이었다. 하긴, 그런 조건을 기대한 게 어쩌면 잘못이었을 것이다.

비닐 전체를 걷어낼 순 없고, 앞만 걷은 상태로 자전거를 확인하며 다녔다. 비닐 위엔 새벽에 내린 비가 고여 있다. 비닐을 들 때마다 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자전거를 고르는 것부터 쉽지 않다. 몸을 잔뜩 숙인 상태로 하나하나 확인한다. 회사와 종류를 골고루 나눌 생각이었다.

뒷꽁무니만 보고 자전거 상태를 확인하려니 우시장에서 엉덩이를 보고 소를 사는 소상인이 된 듯한 느낌이다. 직접 타보고 고르면 제격이겠지만, 이 상태서 그러긴 불가능하다.

어쨌든 뒤꽁무니만 보고 종류별로 골라서 뽑아내니 정말 다양한 자전거들이 모였다. 바이베스트가 만든 '알바트로스 렉스 Z.20', 하이텍이 만든 '원터치', 바이텍이 만든 '튤립', 또 한 대는 '골드텍'이란 자전거다.

대부분 오래된 자전거들이라 놀랍다. 바이텍은 1993년 만들어졌다가 2년도 못돼 부도난 회사다. 넉넉 잡아도 13년 전 자전거란 뜻. 자세히 살펴보니 '엑스포93 공식자전거'라고 붙어 있다. 골드텍은 G와 T를 키우고 나머지 글자는 죽여서 멀리서 보면 GT라고 보이게 만들었다. GT는 아주 유명한 미국 산악자전거 회사다.

골라낸 자전거 4대.
 골라낸 자전거 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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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무작위로 뽑았지만 상태가 괜찮다. 현장에서 바로 타보았다. 페달감·안장상태 모두 훌륭하다. 브레이크 상태는 괜찮은 것과 조여야 할 것이 섞여 있다. 역시 무난한 편.

오래 된 자전거라 낡은 색깔이 흠이다. "도색을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하자 김용석 국장이 쓴 웃음을 짓는다. 인력·비용 문제 때문에 손을 댈 수 없었다고. 김 국장은 "도색만 할 수 있다면 임대자전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올해부터는 해외에도 자전거를 내보낼 예정"이라면서 "8월경 필리핀에 재활용자전거 500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자전거재활용, #자전거, #자전거나눔, #노숙인센터, #노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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