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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남해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진교 나들목으로 빠져 나와 구불구불 1002번 지방도를 타고 갔다. 혹시나 했던 벚꽃 터널은 알알이 영근 꽃망울만 잔뜩 달고 있다.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서 비를 뿌리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가끔 차창으로 빗방울이 묻어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가는 남해

남해라는 섬은 찾아갈 때면 항상 마음이 들뜬다. 몇 년 전에 유채며 튤립으로 단장한 꽃동산을 돌아다니다 온 기억들 때문일까? 오늘은 남해에서 가장 높은 망운산을 올라가볼 참이다.

현수교의 아름다운 풍경
▲ 남해대교 현수교의 아름다운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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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대교를 넘어간다. 언제 보아도 웅장하고 아름답다.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현수교다. 현수교(懸垂橋)는 어려운 공법과 많은 공사비용 때문에 요즘은 만들어지고 있지 않다. 대부분 다리는 사장교(斜張橋) 형태다. 현수교와 사장교는 교각을 세우고 다리 상판을 쇠줄로 고정시킨다는 점은 비슷하다. 현수교는 교각 사이 큰 줄을 연결하고 그 줄에서 작을 줄을 다시 내려 상판을 고정하는 형태이며, 사장교는 주 교각에서 바로 상판으로 부챗살처럼 고정시키는 방식이 차이가 난다.

남해를 관통하는 77번 국도를 타고 가니 꽃망울을 잔뜩 단 벚꽃터널이 이어진다. 마늘의 고장답게 길 양옆으로 초록빛 마늘밭이 펼쳐진다. 싱그럽기만 하다. 주변 경치에 한눈팔다 들어가는 길을 지나쳐 버렸다. 다시 돌아 화방사 가는 길로 구불구불 올라간다.

시원한 물 한모금 하고

아직 새순을 내지 않는 나무들 사이로 절집이 보인다. 산행준비를 하고 절집으로 들어섰다. 많은 시련 중 화마를 유일하게 피한 채진루(採眞樓) 옆 계단을 따라 올라서니 아담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리된 절집들이 오밀조밀 자리를 잡고 있다. 화방사(花芳寺). 절 이름이 화사하게 다가온다. 꽃향기가 나는 절이라?

절집이 잘 정비되어 있다.
▲ 화방사 절집이 잘 정비되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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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방사는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연죽사(煙竹寺)를 건립하였는데, 고려시대 진각국사 혜심이 연죽사를 현 위치의 서남쪽 400m에 옮기고 영장사(靈藏寺)라고 이름을 바꾸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 그 후 서산대사 제자인 계원과 영철 두 선사가 지금 위치에 ‘연화형국’이라는 뜻으로 절 이름을 화방사로 지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현재의 절집은 채진루(인조 16년, 1638년)를 제외하고는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다. 계속된 중창불사로 한쪽 비탈에 커다란 석조여래좌상을 조성하여 놓았다. 앞에 만들어 놓은 약수터에서 물 한 모금 한다. 물맛이 시원하다.

수줍은듯 고개 숙인 엘레지와 눈 맞춤

산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 망운산 올라가는 길 산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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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옆으로 얼레지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다.
▲ 얼레지 길 옆으로 얼레지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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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로 접어든다. 길 옆 여기저기에 엘레지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피어있다. 사실 남해로 올 때는 엘레지 보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모습을 드러낼 줄 몰랐다. 흐린 날씨 탓인지 생기가 없다. 애절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진달래가 얼굴을 붉히고, 노랑제비꽃이 화사하게 웃는다.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간 서어나무, 노각나무는 아직 새순을 달지 않고 있다. 적당한 간벌로 숲속은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산길은 잘 정비되어 경사는 가파르지만 편안하게 올라간다. 쉬엄쉬엄 올라가는 길에 꽃구경도 하면서 기분이 좋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흙길을 밟고 올라가는 기분이 상쾌하다. 몸에서 일주일 동안 배출하지 못한 찌든 때는 땀방울로 변신하여 빠져 나가고 있다.

40분 정도 오르니 망운암 가는 삼거리다. 정상을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망운암을 들르기로 하고 정상으로 향했다. 조금 더 오르니 임도와 만나고 철쭉군락지가 펼쳐진다. 이 넓은 산을 붉은 철쭉으로 물들인다면 장관일텐데. 뒤를 돌아보니 산줄기 양 옆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흐린 날씨에 멀리 보이지 않는 게 아쉽기만 하다.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 망운산 정상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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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과 싸리나무 등 작은 관목으로 시야가 터진 산길을 바다풍경과 어울려 걸어간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정상이 나올 듯 하면서도 나오지 않는다. 힘들게 올라선 봉우리 너머로 돌무지 탑이 서있는 망운산(望雲山) 정상(785m)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에서는 내려다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흐린 날씨에 멀리 보이지는 않지만 남해 땅의 푸른 마늘밭과 올망졸망 떠있는 작은 섬들. 바다를 지나 창선도와 사천 땅이 흐릿하게 이어지고 있다.

망운산 끝자락에 서다

산 능선을 따라 평평하게 이어진 길이 아름답게 보인다.
▲ 송신탑 가는 길 산 능선을 따라 평평하게 이어진 길이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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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을 따라가는 기분이다.
▲ 송신탑으로 이어진 길 하늘길을 따라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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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옷을 벗지 않은 능선길이 눈길을 끈다.  끝에는 송신탑과 전망대가 보이다. 그 끝자락
에 서고 싶다. 길을 재촉했다. 또다시 이어지는 철쭉군락지를 지나 오르락내리락 걸어간다. 전망대로 가는 길은 큰 나무들이 없어 겨울을 지낸 풀들만이 검은 흙길과 대비되고 있다. 산길이 아닌 하늘 길을 걸어가는 기분이 든다.

30분쯤 걸어가니 전망대에 다다랐다. 전망대는 문이 굳게 닫혀있다. 산불감시 초소 겸 군에서 만들었는데 오늘은 흐린 날씨에 감시원이 없는 가 보다. 바람이 윙윙거리며 세차게 분다. 쓰고 있던 모자가 날라 간다. 바다 건너 여수 원유부두에 커다란 배가 열심히 기름을 내리고 있다. 여기서 점심을 먹으려고 배고픔을 참아가며 왔는데 너무나 춥다. 임도로 내려서서 도로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차가운 밥이 더욱 춥게 한다.

여수가 바로 지척이다.
▲ 송신탑 끝자락에서 바라본 바다 여수가 바로 지척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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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한 망운암 일주문

망운암(望雲庵)을 거쳐 내려가기로 길을 잡았다. 산길 내내 흙길만 밟고 다녔는데 너덜지대가 이어진다. 정상에서는 바로 아래로 보이더니 쉽게 나오지 않는다. 급경사인 돌길을 지나니 모습을 드러낸다. 망운암에는 돌로 만든 일주문이 있다는데, 그리고 그 문을 통과하면 중병이 낫는다고 하는데.

돌로 만들어 졌으며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 망운암 일주문 돌로 만들어 졌으며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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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운암을 뒤로 돌아 들어오다 보니 일주문은 저 앞에가 있다. 돌을 거칠게 다듬어 세운 일주문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중병이 낫는다는 말에 일주문을 지나 암자로 들어섰다. 망운암 돌 일주문은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돌로 일주문을 세운 스님의 생각이 번뜩이는 것 같다. 창덕궁(昌德宮)의 불로문(不老門)이 생각난다.

망운암은 화방사의 전신인 영장사를 건립한 진각국사 혜심이 창건한 암자라고 한다. 하지만 오래된 흔적들을 지워지고 최근 재건한 관음전 등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자리 잡고 있다.

망운암을 재건한 스님은 돌을 좋아했나 보다. 약사전도 벽이며 기둥이 돌로 되었다. 관음전은 군데군데 금박을 입혀 너무나 화려하다. 암자 이름에서 고풍스럽고 운치 있는 풍경을 기대했는데 높은 산에 당당하게 서있는 화려함만을 자랑하고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오늘은 잔뜩 흐린 날에 구름을 바라보지 못하고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산 정상 바로 아래 자리잡고 있다.
▲ 망운암 풍경 산 정상 바로 아래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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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시간은 정상까지 1시간 반, 전체 4시간 정도
화방사-정상-송신탑-되돌아서 망운암 내려가는 길-망운암-화방사



태그:#망운산, #망운암, #남해, #화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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