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갈아엎어 놓은 논밭...그 곁에 매화꽃...
▲ 배내골의 봄... 갈아엎어 놓은 논밭...그 곁에 매화꽃...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배내골은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 대리, 선리, 장선리 일대에서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까지 이어지는 골짜기를 말한다. 영남알프스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는 배내골은 신불산에서 영취산을 잇는 남쪽 알프스와 밀양의 천황산과 재약산을 잇는 서쪽 알프스 사이의 이십리에 뻗친 협곡으로 고지대 사이에 끼어 있다.

배내골의 봄은 아주 천천히 온다. 이곳은 깊은 골짜기이기 때문에 다른 지방보다 일조량이 2시간 이상 짧기 때문이다. 도시문명에 훼손당하지 않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오염되지 않은 이십 리에 뻗친 계곡과 맑은 물과 공기는 여름에도 찬기가 감돌아 피서지로 유명하다. 봄과 가을, 겨울은 등산코스로도 유명하다.

배내골에도 봄이...
▲ 매화꽃... 배내골에도 봄이...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계속해서 봄비가 내리더니 오후부터 개기 시작했다. 하늘은 파랗게 맑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비는 그치고 봄나들이해도 좋을 듯했다. 산행을 가지 않은지가 벌써 한 달째다. 오늘도 역시 산행은 무리인지라, 이젠 자주 가게 되어 바로 지척인 듯 느껴지는 배내골로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
▲ 배내의 봄 ...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오늘은 여느 때와는 달리 물금을 지나 원동을 거쳐 배내골로 가지 않고, 반대편에서 시작해서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하였다. 양산에서 언양 쪽으로 간다. 언양에서 석남사를 스쳐 지나고 배내고개를 넘어 배내골로 접어들었다가 배내에서 원동을 지나 물금, 그리고 양산으로 한바퀴 돌기로 한 것이다. 언양 쪽으로 가는 길에 곳곳마다 이젠 아주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 개나리꽃들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내린 풍경...
▲ 배내고개 눈이 내린 풍경...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봄철 농가에는 논밭을 갈아엎어 놓고 있었다. 언양을 지나면서 멀리 보이는 높은 산들, 그 산 높은 꼭대기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잘못 본 것이 아닐까. 눈이 맞을까, 아무리 눈을 씻고 다시 보아도 눈이었다. 이곳에 비가 내릴 때 저 높은 산들은 차가운 공기 때문에 눈이 되어 내렸음이 틀림없었다. 석남사를 거쳐 배내고개에 이르렀을 때, 역시 다른 곳과는 공기가 달랐다.

초겨울날씨를 방불케 했다. 배내고개에는 온 산에 눈이 쌓여있고 몇 호 안 되는 저 아래 사람 사는 집과 논밭에도 눈이 하얗게 쌓여있었다. 배내골의 봄은 참 더디게 온다. 배내고개를 지나 점점 배내골로 가까이 내려갈수록 주변 산에는 눈이 없고 공기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배내골의 봄은 늦게 당도하지만 기어코 봄은 오고야 만다.

사람 사는 집을 둘러싼 매화꽃 향기...
▲ 배내의 봄... 사람 사는 집을 둘러싼 매화꽃 향기...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
▲ 매화꽃... ...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고요한 배내골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차를 달린다. 얼음이 풀린 계곡물 흐르는 소리는 맑고 청량하다. 어디서 저렇게 많은 물이 끝도 없이 흐르는 것일까. 배내골의 계곡은 사계절 내내 마르지 않는다. 원동면 일대에 찬란한 봄을 알리는 매화꽃이 만개해 절정에 달해 있을 때에도 배내골에는 매화꽃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흐린날씨에 매화꽃 향기는 더 짙었다.
▲ 배내골의 매화꽃... 흐린날씨에 매화꽃 향기는 더 짙었다.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지난주까지만 해도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고 있더니, 이젠 배내골에도 봄이 왔노라고 매화꽃은 그 꽃향기를 전하고 있었다. 늦게 핀 매화꽃 향기는 어느 것 못지않게 깊고 그윽했다.
배내골 약수터에서 물을 통에 담고 다시 원동을 거쳐 양산으로 간다. 배내골 약수터에는 분명 지난주까지만 해도 약수터라는 팻말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약수터...
▲ 배내의 봄... 약수터...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한 주 사이에 배내골 약수터에는 커다란 바위에 약수터표시를 해 놓았던 것이다. 바위에는 노란 글자가 돋을새김 되어 있었다. 얼마 전부터 우리가 즐겨 찾는 약수터는 이제 약수터라는 표시를 확실히 해놓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많이 붙잡을 듯하다. 산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라 그런지 이 약수터 물맛은 다른 곳과는 또 다르다. 2월에서 3월에 채취하는 고로쇠물이 물 속에 섞여 들기라도 것일까. 하여튼 물맛이 그만이다.

...
▲ 배내의 봄 ...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배내골을 지나 원동쪽으로 접어들었다. 지난번에 왔었던 원동 영포마을엔 아직도 매화꽃이 남아 있지만 이제 슬슬 지고 있었다. 원동 순매원을 지날 때에는 그 많던 매화꽃들은 다 지고 간신히 그 흔적만 남기고 있었다. 거의 한달 동안 이 일대를 꽃불 놓았던 매화꽃은 거의 다 지고 없었다.

가장 먼저 피기 시작했던 원동 순매원의 매화꽃이 그렇게 서서히 꽃불을 지피기 시작해 원동 영포마을까지 들불처럼 번져가더니 이젠 배내골에 늦은 봄소식을 안겨 주고 있었던 것이다. 원동엔 매화꽃이 지기 시작하면서 산에는 진달래, 길가에는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우리는 거의 한달 동안 이곳 원동일대와 배내골에 어떻게 봄이 오는지 보았다. 봄을 어떻게 열고 닫는지, 꽃들이 어떻게 피고 지는지를 보았다. 그것들이 어떻게 질서 있게 피고 지는지 볼 수 있었다. 지금 배내골에는 매화꽃이 봄을 수놓고 있다.

봄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어온 나는
풀 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태그:#배내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