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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제주도에서 잠깐 생활한 적이 있다. 제주도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만 해도 겨울이 문턱에 들어설 즈음에는 강남으로 간다는 제비가 긴 여행을 준비하고자 모이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제주도의 늦가을 푸른 하늘에 수많은 제비 떼가 휘젓고 다니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 제비들이 멀리는 동남아까지 간다고 하니 내가 지금 사는 베트남이 겨울을 지내려고 제비가 찾던 진짜 강남이라고 그럴듯한 주장을 하고 싶다. 말죽거리라는 흙냄새 물씬 나는 옛 이름은 온데간데없고 부동산 투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강남과 베트남은 여러 면에서 대조되는 곳이다.   

 

그러나 요즈음 이곳 베트남 강남도 서울의 강남을 서서히 닮아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가 들어서고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건설 회사를 비롯해 싱가포르를 비롯한 외국회사들도 앞 다투어 고층아파트를 짓고 있다. 사이공 강변으로는 이미 고급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있으며 들리는 말에 의하면 대부분이 백만 불 이상 호가하는 집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다. 따라서 많은 외국인은 집을 임대해 살고 있다. 그러나 집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가고 있다. 직원에게 집을 제공해 주어야 하는 회사나 집을 임대해 살아야 하는 외국인에게 임대료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작년 이맘 때쯤 한국 회사가 바로 옆에 짓는 아파트를 사라고 이웃사람이 추천했다. 소유는 할 수 없고 50년 장기 임대라고 한다. 덧붙이는 말이 50년 안에 베트남 법이 바뀌어 소유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시해 준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아파트에 살면서 한 달에 몇백 불씩 내는 임대료가 아깝기도 하다. 지금 사서 살다가 베트남을 떠날 때 팔면 최소한 본전은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방 두 개짜리 가장 저렴한 아파트를 샀다. 호주에도 10년 가까이 아내와 함께 직장 생활하면서 산 집이 있으니 나도 난생 처음 집을 두 채 가진 부동산 투기자가 된 것이다. 그것도 제비가 찾아온다는 진짜 강남에 투자한 셈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사는 동안 아내가 듣고 오는 소리에는 집값이 올랐다는 소식도 있다. 복덕방에 집을 내놓아 보았다. 베트남 부부가 와서 한 번 보고는 마음에 들어 사고 싶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로 나도 돈을 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연락이 온다. 풍수지리에 맞지 않는다며 사기를 포기한다. 

 

팔기를 포기하고 있는데 그로부터 한 달쯤 되어 복덕방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베트남에 사업하려고 온 사람이 집을 사고 싶다고 한다. 그것도 지난번 베트남 부부가 제시했던 금액보다 많은 금액이다. 산 금액에서 60퍼센트 정도의 이익을 남기고 집을 파는 것이다. 그동안 집세를 내지 않고 산 것까지 계산하면 엄청난 불로소득(?)이다. 집을 산 지 꼭 일 년 만이다.

 

집을 판 지 3개월이 지났다. 내가 팔았던 아파트에 이웃하며 살던 사람을 만났다. 나에게 하는 첫마디가 지금 집값이 더 올랐다며 좀 더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한다.

 

사실 허허벌판에 채소 심어 팔던 말죽거리 땅을 그때 사서 아직도 가지고 있었더라면 지금은 강남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 말죽거리의 땅을 샀더라도 지금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올랐을 때 좋아하며 팔았을 것이다.  

 

집을 판 불로소득이 있기에 이번 주 토요일에 떠나는 휴가 예산을 풍족하게 세운다. 이번 휴가에는 돈을 여유 있게 쓸 수 있어 좋다.

 

돈을 가지고 있어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을 쓸 수 있어 행복한 사람도 있다.


태그:#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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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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