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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흥국사 산문에 들어섰다. 부도탑 산자락에서부터 연분홍 진달래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계곡에도 산기슭에도 꽃이 피었다. 흥국사 경내에서 산을 올려다보니 산봉우리와 능선에 연분홍빛이 피어오른다. 아~ 어느새 내 가슴에도 분홍빛 물이 들고 있다.

 

바랑을 맨 보살이 흥국사 영취교를 지나간다. 왼편엔 영취산 가는 산길이다. 신이대 숲길이다. 산새울음소리 계곡의 물소리 청아한 아침나절, 숲속 나무에 새초롬 움트는 연둣빛 새싹이 너무나 곱다.

 

진달래가 유혹한다! 아름다운 자태로

 

 

곳곳에 진달래꽃이 보인다. 낙엽 수북한 등산로의 돌 틈에는 보랏빛 제비꽃이 피었다. ‘버리는데 1초 살리는데 30년’ 자연보호 표어가 눈길을 붙든다. 아름다운 새소리 벗 삼아 홀로 산길을 오른다. 이따금씩 고개를 들면 연분홍 진달래가 유혹한다. 아름다운 자태로.

 

길가 나무에는 이곳을 다녀간 등산동호회의 울긋불긋한 리본이 매달려 있다. 키보다 훌쩍 큰 진달래 고목은 완전히 만개했다. 진달래 꽃잎 한 잎 따서 잎에 무니 어릴 적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정상은 아직 멀기만 하다. 가는 도중에 진달래꽃이 자꾸만 발길을 붙들어 길은 더디기만 하다.

 

연둣빛 나뭇잎과 연분홍 진달래 꽃잎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봄을 연출한다. 이 아름다움을 혼자 느끼기에는 너무 가슴이 벅차다. 아직 산길에는 아무도 없다. 적막감이 감돈다. 이제 봉우재까지는 1km 남짓 남았다.

 

숲에서는 나뭇잎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아침햇살을 머금은 연두색의 잎사귀, 그 빛나는 아름다움을 글로 담기엔 역부족이다. 쉼터에서 산비둘기를 만났다. ‘까악 까악~’ 까마귀가 울며 지나간다. 개울물소리는 더 가까이서 들려온다.

 

사라져가는 민초들의 흔적인 숯가마 터가 있다. 숯을 구웠던 흔적이 골짜기에 10여 곳이나 된다고 한다. 119구조대에서 표지를 해둔 비탈길이다. 이곳에 이르자 호흡이 거칠어진다. 이제 봉우재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한동안 뜸하던 진달래꽃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산마루 부근에 나뭇가지 사이로 도솔암이 언뜻 보인다.

 

호흡이 턱밑에 닿을 즈음 봉우재에 당도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혔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소풍 나온 묘도초등학교 어린이들이다. 흥국사에서 봉우재 까지는 세월아 네월아 하며 올라와도 한 시간이면 넉넉하다.

 

 

봄날의 새색시처럼 어여쁜 진달래꽃

 

봉우재 능선의 군데군데 타오르는 진달래와 아침햇살에 눈이 부시다. 진달래는 축제 기간인 다음 주나 돼야 만개할 듯하다. 진달래 꽃구름을 감상하기에는 아직 이르나 양지쪽에는 제법 많은 꽃이 활짝 피었다.

 

도솔암 가는 길은 가파르다. 묵언으로 나무계단을 오른다. 홀로 걷는 길은 더디기만 하다. 실은 바삐 서두를 일도 없지만 말이다. 저 멀리 나무계단 끝에서 한 아주머니가 도솔암을 향해 합장을 한다. 도솔암 가는 길목에는 진달래 꽃망울이 방울방울 맺혀 있다. 도솔암을 지나 진례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커다란 바위굴이 있다. 암벽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진례산(510m) 정상이다. 정상의 진례산은 신령스런 산으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산이다. 이 일대 15만평에 수만 그루의 진달래(5~30년생)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진달래 동산이다. 4월 초순경이면 진달래꽃이 절정을 이루는데 올해도 역시 4월3일부터 6일까지 영취산 일대에서 진달래 축제가 열린다. 여수 영취산은 마산의 무학산, 창녕 화왕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정상에 서면 여수 산단의 역동적인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다 한가운데는 묘도 섬이 떠 있다. 흥국사 사찰도 아스라이 눈에 잡힌다. 내려오는 길에 산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오솔길을 지나 도솔암에 들렸다.

 

몇 해 전 보았던 절간에서 유일하게 고기를 먹는 해탈이(고양이)의 소식이 궁금했다. 극락전에 살았던 해탈이가 보이지 않는다. 보살에게 물으니 안쪽에 아직 살고 있노라고 일러준다.

 

 

정오 무렵이 되자 꽃구경 나온 사람들이 많이 몰려든다. 꽃무더기에 모여 사진을 찍는다. 앞으로 지나가던 다른 일행은 가도 되느냐며 확인 후 지나간다.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워매! 나와 부렀네.”

“모르는 각시 찍어도 괜찮아라.”

“사진에 나왔으면 부쳐 주씨요.”

“순천에서 왔는디, 작년에 꽃이 얼마나 멋지던지.”

 

양지녘에는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 봄날의 새색시처럼 어여쁜 자태를 뽐낸다. 영취산에 진달래가 활짝 필 무렵이면 흥국사 벚꽃도 핀다. 흥국사 입구에 늘어선 벚나무 고목에 벚꽃이 만발하면 그 경치도 제법 괜찮다.

 

누가 띄웠을까? 맑은 계곡물에 진달래 꽃 편지, 연분홍 진달래꽃잎이 물위를 둥둥 떠간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광주 - 순천 - 여수공항 - 석창사거리 - 여수산단 - 흥국사 - 돌고개 행사장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달래, #영취산, #흥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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