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꽃의 색깔에 대해 오랫동안 사색한 적이 있다 왜 봄이 되면 개나리·생강나무·산수유나무 같이 노란색 꽃들이 제일 먼저 피어나는지 그 까닭이 몹시 궁금했던 것이다 언젠가 좀 안면 있는 식물학자에게 물었더니 아마도 노란색이 햇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색이 아닐까 라는 영양가라곤 반푼어치도 없는 가설을 되뇔 뿐이었다 시간이 굼벵이처럼 기어가는 지루한 봄날엔 가끔 개나리꽃같이 싼 티 나는 옷을 걸치고 생강나무같이 불경스런 노란색으로 머리칼을 물들인 후 산수유꽃같이 도발적인 눈빛을 한 채 신파극 배우처럼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를 맘껏 활보하고 싶을 때가 있다 지나칠 만큼 햇볕에 깊이 연루된 생을 살아가는 나라는 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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