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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매달 '이달의 추천·유감 방송'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월 추천방송으로 MBC <PD수첩> '독일 운하를 가다' KBS <추적60분> '물길탐사, 경부운하 540km를 가다' 편이 선정됐다.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새 정부의 대표공약인 운하사업에 대한 경제적, 환경적 측면 모두에서 효과적이고 철저한 검증을 보였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26일 (수) 저녁 7시에 서대문 한백교회 1층에서 열리며, 임경식 PD와 이재정 PD가 참여해 시상한다.

 

다음은 모니터 보고서 전문이다.

 

운하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노력 돋보였다

 

최근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경부 운하 건설을 총선 공약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의도적으로 불리한 논쟁을 피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계천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규모 공사를 추진하면서, 충분한 검증과 공개적 토론을 꺼리는 태도는 시민들의 우려와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월 12일 MBC <PD수첩> '독일 운하를 가다'(이하 <PD수첩>) 편과 2월 13일 KBS <추적60분>의 '물길탐사, 경부운하 540km를 가다'(이하 <추적60분>)편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전, 경부 운하 건설의 타당성을 실증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시민들에게 공약 판단의 중요한 토대를 제공해 주었다.

 

두 프로그램은 졸속으로 계획된 경부운하 건설의 불필요성과 위험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PD수첩>은 모델이 된 MD운하의 사례를 독자적으로 검증함으로써 경부운하 계획의 신기루를 파헤쳤고 <추적60분>은 운하 건설 지역의 현실적 문제점들을 생생하게 다루었다.

이에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각기 다른 관점에서 보완적으로 경부운하 계획의 문제점을 다룸으로써 시민들에게 매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 MBC <PD수첩>과 KBS <추적60분>을 ‘2008년 2월의 추천방송’으로 선정했다.

 

"운송시간 길고, 관광객은 없고..."

- MBC <PD수첩> '독일 운하를 가다' 편

 

 MBC <PD수첩>은 이명박 대통령이 모델로 삼고 직접 답사까지 한 바 있는 독일 MD(마인-도나우)운하를 독자적으로 다시 답사하는 구성 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재 MD운하와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경부운하가 상반돼 있다는 중요한 사실들을 보여주었다.

 

 경부운하 찬성 측 주장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경제적 이점이다. 운하가 줄 수 있는 경제적인 이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제시된다. 빠른 화물 수송으로 인한 운송시간, 운송비 절감과 운하 시설을 이용한 관광 사업 수익이 그것이다. 그러나 <PD수첩>은 MD운하의 현실을 통해 경부운하 건설의 이점으로 제시되는 두 가지가 모두 허술하고 성급한 결론이었음을 밝혔다.

 

 먼저 MD운하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경부운하의 운송 시간은 홍보자료와 커다란 차이를 보여 속도를 핵심으로 하는 운하가 애당초 기대를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경부운하 홍보자료는 길이 약 540km, 갑문 약 19개를 갖추게 될 경부운하의 운송시간이 36시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델이 된 MD운하는 이보다 훨씬 짧은 171km의 길이에 16개의 갑문을 갖추고 있는데도 평균 36시간의 운송시간을 보이고 있었다.

 

<PD수첩> 제작팀이 직접 탑승한 MD운하의 수송선 브리조 호는, 운하에서 배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력을 시속 25km로 제시하며 시종일관 시속 10km 내외의 속도로 배를 운행했다. 빠른 속도를 낼 경우 운하가 파손될 위험이 있으며, 더욱이 속도가 두 배 이상 높아질 경우 기름이 세 배 이상 소비되기 때문에 속도를 더 높이기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보다 훨씬 빠른 운항 속도를 기준으로 산출되는 36시간이라는 운송시간은 거의 이루기 불가능한 목표에 가깝다는 반증인 셈이다.

 

 <PD수첩>은 대운하 홍보 자료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경제적 비용을 감안하지 않았음도 지적했다. 운하 이용이 활발하다는 독일에서도 70%의 화물이 육로로 수송되고 있으며, 화물을 싣고 내리는 비용을 감안해보면 운하가 더 효율적일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운하 건설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경부고속도로 화물량의 80%를 운하로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프로그램이 보여준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매우 과장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PD수첩>은 MD운하의 수송 경로를 따라가며 확인한 실제 운송시간과 운송비의 데이터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운하 계획이 얼마나 허술하고 위험한 계산법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PD수첩>는 초라한 MD운하 관광산업의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경부운하의 관광수입에 대한 기대가 근거 없는 신기루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했다. MD운하 개통 당시부터 유람선을 운행해 온 독일의 유람선 주는 '1년에 5개월 정도밖에 운행을 하지 않고 손님도 별로 없다'며 '유람선을 곧 팔 계획이다'라고 말해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운하 관광산업의 현실을 증언했다.

 

경부운하 건설을 주장하는 측은 '10년 내에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4만 달러가 되고, 소득 4만 달러가 되면 요트를 가지고 장기간 관광하는 문화가 생긴다'며 경부운하의 관광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모델이 된 MD운하의 초라한 관광 사업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주장은 정량적 데이터나 합리적 논거가 결여된 막연한 추정일 뿐이다.

 

 <PD수첩>은 이처럼 적절한 사례 분석을 통해 경부운하 추진이 불투명하고 비관적이기까지 한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대규모 공사를 감행하는 위험한 계획임을 보여줬다. 게다가 취재에 응한 독일 전문가들이 대부분 MD운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이들이거나 직접 MD운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은 프로그램의 설득력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독일 운하를 가다>는 경부운하에 대한 반대가 단지 '정치적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실증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한 주장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이다. 

 

6인승 보트마저 지속적으로 못 달려

- KBS <추적60분> ‘물길탐사, 경부운하 540km를 가다’ 편

 

KBS <추적60분>은 한강에서 낙동강에 이르는 운하 건설 계획 대상 지역을 직접 보트를 타고 종단하며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논쟁 지점을 짚어나가는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PD수첩>이 운하 찬성 측이 주장하는 경제적 이점의 허상을 비판했다면 <추적60분>은 운하 건설이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운하 건설 대상 지역을 직접 탐사하며 문제점을 짚은 것은 운하 건설로 야기될 수 있는 영향을 현실적으로 깊이 따져봤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시도였다.

 

 <추적60분>은 운하 반대 측과 찬성 측 전문가들이 보트를 타고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직접 답사하는 동안, 운하 건설의 영향력과 난점들을 놓고 격론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운하 건설 찬성 측은 논쟁 지점마다 환경과 생태계 문제에 대한 무지와 무계획성을 드러냈다. 한강-낙동강 라인은 평균 수심이 2~3m로 얕아 작은 6인승 보트마저도 지속적으로 달릴 수 없었다. 평균 6m 이상의 수심을 확보해야 하는 운하 건설에 매우 부적합한 장소인 것이다.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전문가 측은 평균 수심 확보를 위해 진행해야 하는 엄청난 규모의 모래 굴착 공사가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생물들이 다른 데로 도망가 있을 것'이라든가 '더러운 흙을 긁어내 주니 오히려 좋지 않을까'라는 비과학적인 추정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러한 답변은 운하 건설과 관련된 환경적 우려에 대해 운하 건설 찬성 측이 얼마나 무지로 일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추적60분>은 운하 건설 반대 측의 주장을 통해, 운하 건설 예정지에 상수도 보호 구역이 많다는 점에서 환경문제가 더욱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운하 반대 측은 세계의 어떤 운하도 사고가 나지 않은 경우가 없다며 경부운하에서 사고가 날 경우 식수가 오염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운하 찬성 측은 그저 상수원이 오염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만들면 된다’고만 설명해 환경 문제에 대한 지나친 오만함을 보여줬을 뿐이다.

 

 <추적60분>은 또한 폐광으로 인한 지반 붕괴 문제를 지적했다. 경부 대운하 건설 공사 중 가장 큰 공사인 한강에서 끊어진 물길을 낙동강으로 잇기 위해서는 소백산맥을 비롯해 높은 산들이 자리하는 문경새재를 뚫어야 한다.

 

찬성 측은 문경세재를 활용한 관광산업 활성화를 주장했지만, 자연 경관이 뛰어난 곳에 인공미를 가하는 문제와 폐광으로 인한 지반 붕괴 위험에 대해서는 특별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방송은 운하 건설 예상 지역 주변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이나 사찰 등을 살피며 운하 건설 반대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반영했다. 운하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하는 현지의 목소리들은, 밀어붙이기식 운하 계획이 얼마나 비민주적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추적60분>은 한강에서 낙동강에 이르는 긴 코스를 직접 답사하는 쉽지 않은 작업을 통해, 운하 건설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현실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프로그램 후반부에 제시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국내 100위권의 건설사들 중 91%가 '물류수입만으로 운하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운송비 절감과 관광사업 효과면에서 경제 이점이 있다는 대운하 홍보와는 달리, 실제 운하 계획은 건설사들의 개발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현장 답사를 통해 운하사업의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지적한 MBC <PD수첩>과 KBS <추적60분>에 찬사를 보내며, 앞으로도 국민이 알아야 할 문제, 국민의 공론을 모아야 할 문제를 깊이있게 파헤쳐주기 바란다.


태그:#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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