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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22일 1박 2일 동안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저자 임종진 사진작가와 함께하는 저자와의 한밤 행사가 진행됐다.
 지난 21일-22일 1박 2일 동안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저자 임종진 사진작가와 함께하는 저자와의 한밤 행사가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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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25킬로미터로 다가오는 봄을 가로질러 강화도에 다녀왔다. 오마이스쿨에서 김광석을 기억하며 열리는 '저자와의 만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사실 난 김광석의 키가 평균보다 작은지도, 웃는 모습이 하회탈 같은지도 몰랐다. 레코드사에 좋아하는 곡을 선곡해주면 공테이프에 녹음을 해주던 시절 난 그렇게 그의 노래를 들었을 뿐이다. 내가 기억하는 그에 대한 관심 전부는 카세트테이프에 남아있는 그의 노래가 다인 셈이다.

그런 내가 집을 나선 것이다. 세상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행사에 혼자 참석하는 것이라는 듯 길고 지루하게 이어진 지인의 설득이 있어서다. 하지만 때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넘어가 주는 설득 앞에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지도 모르겠다.

광화문의 평범한 금요일(21일) 저녁. 출발하는 버스에 오르자 김광석의 노래가 흐른다. 그의 멜로디에 실린 사람들은 각자의 그리움을 또 다른 추억으로 담아 올 작은 기대를 품고 그렇게 서울을 빠져나가 구불거리는 시골길을 달렸을 것이다.

김광석을 기억하는 사람들

버스가 강화에 도착하기 전 김광석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고 계셨던 천호영 기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전해진다. 오직 노래 부르기만을 원했던 그와의 만남과 죽음을 전해듣기까지의 이야기 속에는 아련함이 있었다. 자살을 결심하는 순간까지 고통받았을 힘든 시간들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미안하다는 마지막 말씀의 여운은 슬그머니 내 가슴에 남았다.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을 통해 사진 찍기를 원하는 사진작가 임종진. 그는 김광석의 조용한 열성팬이었다. 그의 노래 <거리에서>는 임종진 작가의 마음에 사라지지 않는 울림이 되었다고 한다. 앳된 모습으로 김광석과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은 처음 마주한 그들의 서먹한 관계를 증명하는 듯했다.

김광석의 작은 키에 맞춰 사진을 찍기 위해 키를 낮추고 남자인 그의 손을 잡았다던 그의 수줍은 고백은 이제 기억해야 하는 추억으로 남았다. 사진을 알지 못했던 시절 노출과 초점 따위가 엉망이라는 사진 속 김광석의 모습 속에는 연출되지 않은 편안함이 고스란히 남겼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 아련함,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이 전부일 것이다. 작가 임종진에게 그리움으로 기억되는 김광석의 모습. 그의 기억 속에 함께 한 우리는 한 남자의 세월 속에 간직되었던 김광석을 바라보았다.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초대가수 이성호씨와 함께 한 순간.
▲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초대가수 이성호씨와 함께 한 순간.
ⓒ 조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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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기억하는 또 한 사람 가수 이성호. 같은 노래모임의 후배였던 그에게선 김광석의 감성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기교 없이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들리는 그의 음색은 김광석과 닮아있다. <변해가네> <일어나>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김광석의 노래는 후배인 가수 이성호를 통해 강화도의 밤을 울렸으며 간간이 전해주는 그의 이야기는 슬프기도 재미있기도 또 쓸쓸하게도 들렸다. 빙 둘러앉은 강당 속 책상 앞에 놓인 인삼 막걸리가 동이 나도록 노래는 이어졌고 누구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않는 강화도의 새벽은 그렇게 지나갔다.

노래 부르기만을 좋아했던 그. 노래 부르며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즐겼던 그. 자신보다 남을 위해 애쓰며 살았던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 김광석은 그렇게 자신을 추억하는 그들과 함께 머무는 듯했다.

엄마의 추억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추억 속에 담겨있는 가수 김광석을 꺼내 보았을 것이다. 이제는 아이 엄마가 된 소녀 팬. 일행 중 아이와 남편을 동반한 그녀의 모습은 단란해 보였다. 추억 속 아내의 감성을 자극했던 남자. 이제는 주부가 된 아내의 건조한 일상을 조촐하게 적셔주기 위해 먼길을 동행해 준 남편의 넉넉한 사랑은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은 모두에게 훈훈함을 안겨 주었다.

유대라는 것은 무엇보다 친밀한 감정이다. 실연에 대한 유대, 허기짐에 대한 유대, 같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유대. 지금의 우리에게 함께 할 수 있는 감정 안에 머문다는 것만큼 값지고 소중한 것은 없지 않을까. 우리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유대 안에서 온 밤을 새운 것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사진을 공부하고 또다시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 사람들의 몸은 피곤함으로 무거웠지만 나는 생각한다. 그리워하는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했던 마음 따뜻한 사람들과의 또 다른 추억을 그리워하게 될 것만 같다고.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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